아들의 세븐틴 수학여행 장소는 제주도였다.
어제 3박 4일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엄마~ 중학교때도 제주도로 수학여행 갔다왔는데 또 고등학교때도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네. 재미없어."
-아들, 엄마가 디지털카메라 줄테니 제주도 사진 좀 담아와라. 응
"귀찮아~"
-그럼, 네 핸드폰카메라로 담아오던가...아들 사진도 담아오고...알았지.
<고작 담아온 것이 배경사진 몇 장이 전부이다.>
1991년 결혼전 직장 산악회에서 동료들과 배를 타고 제주도 한라산을 등반했다.
한겨울이였던 그시절 백록담까지 다녀온 후 지금껏 못가봤으니
제주도가 눈에 선하다. 이상하게 봄만 되면 제주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들은 또 가게 되어 지겹단다.
울황제도 고등학교때 수학여행으로 제주도를 다녀왔으니
가족 각자는 제주도를 갔다와도
우리가족 함께 제주도를 간 적은 없다.
<신혼여행은 사이판, 괌으로 4박5일 다녀왔음.>
제주도를 한번 가자고 가자고 했으나
바쁘게 살다보니 여의치 않았다.
3박 4일 동안의 제주도 여행은 제주일대를 다 돌고도 남는다.
도깨비도로-한라수목원-유리의 성 박물관-한라산-용머리해안-산방산-퍼시픽랜드-지삿개(주상절리)-한림공원-
협재,쌍용굴-아열대 식물원-천지연폭포-산굼부리분화구-성읍민속마을-섭지코지-성산일출봉
"엄마, 나 안경 잃어버렸어"
수학여행지로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아들한테 문자가 왔다.
눈이 안 좋아 특수안경을 사용하는데...안경을 잃어버렸다니 여행내내 눈의 피로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잠시, 친구한테 들고 있으라고 했는데...배에다 놓고 내렸나봐."
혹여 여행에 불평 불만만 할까봐
-아들, 여행을 다니다보면 그럴수도 있으니, 눈의 피로를 자꾸 풀어줘야 한다. 집에 오면 바로 새것으로 맞춰줄께~~
<뭘 챙기는 것이 영 시원찮은 남자아이들....>
<그래서 엄마는 늘 챙겨주느라 바쁘고 힘들다.>
"엄마~ 한라산 1700m밖에 올라가지 못했어. 발등이 엄청 아팠어."
-왜, 정상까지 올라가서 백록담도 보고 오지~~
-아들만 거기까지 간거야, 아니면 전부 거기까지만 간거야~
"전부다~"
<그럼 다행이구...>
연약한 아들만 발등이 아파서 정상까지 못올라간지 알았다.
출발하기 전에도 우리는 험한 지리산까지 가봤으니 힘들더라도 끝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누누히 말했었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배를 타고 오가는 수학여행 오고가는 길 지켜달라고
기도를 많이 했다.
또한 내안에 꿈틀대는 세븐틴들의 열정이 혹여 빗나가는 일이 없도록 아빠도 아들한테 얘기를 많이 했다.
아들도 수학여행에 다녀와서 아빠가 거하게 저녁식사 외식을 제안했기에
나는 쏠라면 화끈하게 쏘시라,고 두둔했다.
<카드사용금지, 현금환영~>
"아들~ 수학여행 가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친구들 있었지?"
"응"
"그 친구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들던?"
"뭐, 불쌍하지."
<이 또한 다행이다>
비록 삑사리~는 났지만 아들이 수학여행가서 장기자랑에 나갔다니
이또한 아들에게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모든 것에 방관자적인 입장이 아니라...
모든 것에 적극적으로 임하여 내것으로 만들어 백프로 소화시켜서
누군가에게 영향력이 있는 아들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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