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갈 아들이 교과서가 너무 많아 이틀동안 나눠서 책가방에 짊어지고 왔다.
"엄마, 학교에 더 남아 있어. 오늘 또 교과서 들고 와야 해~ 아이구 힘들다."
너무 무거워 세 번에 나눠서 들고 올만큼 교과서가 참 많다.
이 교과서에는 3학년때까지 보는 것도 있지만 거의 2학년때 보는 책일 것이다.
아들은 어깨가 아프다고 가방에 담아와서 제 방 책상위에 대충 올려놓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교과서에 이름도 10권 가량만 쓰여져 있다.
"아들, 책에 이름은 좀 써야되지 않겠니?"
"엄마, 이름 쓰기도 힘들어. 너무 많아서...."
나는 아들이 대충 올려놓은 새 교과서를 한권한권 바라보며 아들의 이름을 꾹 눌러 써줬다.
그리고 책꽂이 옆에 나란히 세워 놓고 보니.....
내 어린 학창시절~새 교과서 받고 기분이 좋았던 추억이 새록새록 올라왔다.
"아들, 엄마방에서 카메라 좀 갖고 와라."
"왜? 또 사진 찍을려고. 뭐 이런 것을 사진 찍을려고 해~"
이렇게 말은 하지만 안방으로 가더니, 카메라를 들고 왔다.
"아들, 너는 얼마나 좋냐. 엄마 때는 저런 멋진 교과서 없었다."
논리학, 문학, 독서....등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책들에게 마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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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 다닐때는 정말로 교과서만 보고 공부했다.
자습서나 문제집이 없어도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교과서만 열심히 보면
1등을 할 수 있었다. 내가 그랬다. ㅋㅋㅋ
이런 얘기를 하면, 울아들~
"엄마,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요."
물론 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한 과목에 여러권의 문제집과 자습서로 치이고 담당선생님마다 부교재가 다르니...
아들에게 교과서는 그냥 교과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교과서가 유일한 배움의 통로였던 나는 새 교과서를 받으면 달력을 뜯어서 하얀면으로 책표지를 싸서
학년,반,번호를 쓰고 이름을 써 놓고 나면....
얼마나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했던지...
어린 마음에도 부자가 된 느낌이였다.
뭔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에 경건하기까지 했다.
아마, 울 아들은 이런 마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1년 동안 교과서 한권을 마치면 교과서 안에는 공부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아들의 새 교과서를 정리해주면서,
그시절 내가 품었던 생각들이 조금이라도 아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교과서 무게만큼 아들의 어깨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로 호기심을 갖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1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과목마다 새롭게 만나게 될 선생님이 교과서의 지식뿐만이 아니라
아들 인생에 멘토가 되는 좋은 스승님이 되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2월은 많은 것들에서 헤어짐이다.
그러나 그 헤어짐을 바탕으로
3월은 새롭게 출발한다.
혼자만의 출발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출발임으로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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