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문자 300통에 사랑을 띄운다

순수산 2011. 2. 16. 10:26

 

 


한달이면 나는 문자를 300통 넘게 보낸다. 매월 이동통신회사로부터 온라인으로 100통의 무료문자를 받는데, 사실 내 명의로 된 것은 10일도 지나지 않아 100통을 다 사용해버린다. 그러니 남편 것과 아들 것을 빌려달라고 하여 마저 200통을 더 보낸다. 주로 컴퓨터로 업무를 보기에 온라인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은 자판을 쳐서 보내기에 빛의 속도로 전달된다.


“뭔 문자를 그렇게 많이 보내냐구요?”

모르는 사람은 이렇게 물어본다. 그리고 뭔 할 말이 그렇게 많으냐고 또 물어본다.

상대가 큰 마음 먹고 압축하여 문자 1통 겨우 보내면 나는 짧은 편지글로 서너통 답장을 보낸다. 그리고 문자가 오면 1분 안에 답장을 보내다보니, 모임 친구나 공부를 같이 하는 친구들이 뭘 물어보고 싶을때 전부 나한테 문자를 보낸다. 한마디로 나는 연락통이다.


문자를 자주 띄워서 좋은 점은 생각보다 많다. 일단 인간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대화가 부족해 오해가 생기지 않는가. 나는 전혀 그럴 일이 없다. 말로 전하기는 좀 껄끄럽고 그렇다고 편지를 써서 보내기는 시간이 오래 걸릴 때 문자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부부싸움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지만 살다보니 의견충돌이 있을때가 있다. 싸우고 내 입으로 미안하다고 얘기하기 힘들 때 나는 반성문과 같은 문자를 10여 통 남편한테 보낸다.

 "존경하는 서방님~~ 그대 있음으로 내가 살아있는 이유가 되고~사랑하고 알라뷰하고 ♡"

하트와 사랑해는 많을수록 좋다. 그러면 남편도 언제 우리가 싸웠냐,하며 퇴근길에 웃으면서 귀가한다.


남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한테 나는 사랑의 연서를 문자로 날려 보낸다.

 "보고싶은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 눈물나도록 보고싶습니다" 이런 멘트로 문자를 자주 보낸다. 정말로 나는 시어머니와 관계가 좋다. 우리 시어머니는 큰며느리를 큰딸처럼 사랑스럽게 대해준다. 살갑게 표현한 며느리가 이쁘신지 내 문자는 지우지 않고 항상 저장해 놓았다가 친구들 모임에 가면 문자를 보여주며 내 자랑을 하신다고 하셨다.


학업으로 하루종일 고단한 고1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하루에 한통 이상 보낸다. 한참 예민하고 고민이 많은 아들에게 이 문자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가 끊임없이 자식 곁에서 기도한다는 것을 알면 큰 힘이 될 것이다.  


남편이 근무하는 회사 사모님과도 문자를 주고 받으면서 무척이나 가까워졌고, 아들의 학교 선생님과도 문자를 주고 받으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말이 정화되고 순화된 것이 글이기에 글을 나눈 사이는 오래간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낸다는 것은 일단 사랑이 담겨 있다. 내가 보낸 300통의 문자는 주로 ‘내가 당신을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으며 사랑하고 있습니다.’는 표현이다. 저에게 문자 받으신 분들~ 다들 제 마음 아시겠죠.

 


 

아들 방의 컴퓨터에는 아들 아이디를 사용하여 문자를 보내고,

안방의 노트북에는 남편 아이디로 사용하고

회사 사무실에는 내 아이디로 사용하며

여전히 매달 문자 300통이 부족할 정도로 제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단... 어쩔수 없이 핸드폰으로 답장을 해야 되는 상황이 오면,

좁쌀만한 핸드폰 자판을 띄엄띄엄 독수리타법으로 찍어서 보냅니다.

<혹시 제 답장이 늦으면, 독수리타법으로 찍는 줄 아십시오~~ㅋㅋ>

 

그러나,

컴퓨터 자판으로 보내는 답장은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 빛이 속도가 된다는 사실~~~~

웃기시죠~~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순수산 이야기[1] > 생각, 사유의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시꽃 선물  (0) 2011.02.22
보름달 두 여인~  (0) 2011.02.18
축복의 사람  (0) 2011.02.15
새 교과서  (0) 2011.02.11
고독이 필요해~  (0) 2011.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