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한새봉 봄맞이

순수산 2011. 3. 29. 00:24

 

 

주일 낮 교회를 다녀오는데...날씨가 무지 좋다.

그냥 집에 있기에는 너무 억울한(?)날씨였다.

도서관을 갈까, 하다가 이런 날에는 뒷산이라도 가야 될 것 같았다.

 

아무리 대낮의 산행이라지만 혼자 가기에는 심심하고 또 조금 위험한지라

나는 울황제한테 동행해 줄것을 강력하게 말했다.

"자기야~ 이런 날씨에는 필히 산에 가야 돼.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나는 안갈래. 집에서 좀 쉬고 싶어~"

"자기야~우리 모처럼 산에 가자. 응?"

"에이~ 기분이다. 산에 가면 저녁에 국수 해줄께~ 됐지."

 

국수를 엄청 좋아하는 울황제~

국수해준다는 말에 하던 일을 멈추고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나는 다 됐어. 빨리 준비해~"

 

물병과 카메라만 챙겨서 우린 아주아주 모처럼 뒷산 한새봉으로 향했다.

그동안 무심결에 지나쳤던 아파트 정원에

노란 산수유

피어 있었다.

 

 

 

 

아주 가벼운 옷차림과 등산화가 아닌 러닝화를 신고 우린 씩씩하게 걸었다.

울황제 보폭을 따라 잡으려면 늦장 부려선 안되기에 힘을 냈다.

그동안 헬스클럽에서 운동한 효과를 톡톡히 봐야 된다.

 

얼굴에 부딪치는 바람은 꽤나 세다.

날씨는 화창한데, 바람은 차다.

 

아파트 화단에는 산수유 뿐만 아니라 매화도 피어 있었다.

 

 

 

 

매화는 꼭 팝콘처럼 피었다.

아직 덜 핀 꽃봉오리는 덜 튀겨진 옥수수 알맹이처럼 보인다.

우리 아파트에서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매화다.

참 부지런하다.

 

 

 

 

 

보통 여자들끼리 한새봉 정상까지 올라가서 돌아오면 왕복 2시간이 족히 걸리는데...

정말로 산에 갔다,왔다는 흔적만 남기려고 하는지 옆도 뒤도 바라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열심히 걷는 울황제~와 동행하니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됐다.

"자기야~ 좀 천천히 걷자."

"빨리 가서 집에서 쉬게~"

"이것은 산에 갔다고 할 수 없지."

"산에 갔잖아. 정상까지..."

"......"

 

 

 

산에 오르면서 동네 아는 사람 몇명을 봤다. 주로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사람과 반갑게 악수를 하고 각자 가는길을 재촉하며 걷는데

나는 그사람들에 대한 부연설명을 울황제한테 했다.

저분은 저래서 좋고~

그분은 이래서 좋고~

그러나

꼭 그렇게 향기좋은 말만 나오는 것은 아니였다.

그래서 사람은 항상 뒷모습이 예뻐야 하며 한결같으며 정갈해야 되나보다.

 

매화의 바통을 이어 목련이 필려고 스텐바이하고 있다.

 

 

 

아파트 뒷산 한새봉을 오를때 절대로 올라가는 길로 내려오지 않는다.

우리 사는 동네를 한바퀴 돌아서 집으로 온다. 그러다보면 훨씬 많은 것을 구경하고 운동도 배가 된다.

내려오는 길은 잔디구장쪽으로 거쳐서 왔다.

운동장에는 성인축구팀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봄은 봄인가보다.

인라인스케이팅 타는 아이들, 자전거 타는 아이들~

아이들을 돌보고 감시하는 엄마들,

왁자지껄하다.

 

 

 

 

산 정상에 올라 땀을 식히며 아랫마을 패밀리랜드를 내려다보니

놀이기구를 타는 아이들이 참 많다.

아들이 유치원때만 해도 여러번 찾았던 놀이동산...

고등학생이 되니 이 곳도 바이바이 졸업했다.

다 모든 것이 때가 있나보다.

어딜 가는 것도 무엇을 먹는 것도 무엇을 보는 것도 한때니라.

 

예전에 꼭 봐야 된다고 당위성을 강조하며 챙겨서 봤던 tv프로....

지금은 볼 시간도 없지만 그렇게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그러니 그때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

먼훗날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행복을 저당잡혀 지금 너무 힘들게 살 필요가 없다.

지금 열심히 후회없이 사는 것이다.

즐겁게 행복하게 기쁘게

 

산행으로 기분좋게 땀을 흘린 주일 오후~

이 기분을 살려 다음주도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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