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가방과 웃음

순수산 2011. 7. 1. 10:07

 

 

 

가방

어제 퇴근한 남편이 우편함에 꽂아진 자동차 광고 전단지를 보더니만 

 무엇인가에 응모하여 당첨되면 루이비통 가방을 준다며, 혼자 중얼거린다.

"응모해서 가방 하나 선물해 줄까?"

응모해서 당첨된다는 보장도 없고, 이날 평생 이런 것 응모한 사람도 아니기에

그냥 돈 들이지 않고 마누라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라는 것을 알기에 콧방귀를 날렸다.

"네~저는 됐구요. 있는 가방도 거추장스러워서 어딜가면 그냥 혼자 털레털레 걷고 싶구만요."

 

남편은 안방에서 신문을 읽고 나는 집안일을 서너가지 해놓은 후 좀 피곤하여

아들 과외 선생님이 오기 전까지 1시간 정도 잠을 자기로 했다.

요즘 왜그렇게 계속 피곤한지 누울 자리만 있으면 10분이라도 잠을 잔다.

그래야 피로가 풀린다. 에이~ 나도 어쩔수 없이 늙음을 피해가지 못하나보다.

예전에는 책을 50 페이지 100 페이지 단위로 읽어 1주일이면 한권씩 해치웠는데,

요즘은 2 페이지 읽기도 전에 눈이 슬금슬금 감긴다. 

나 아직 팔팔한데...씁쓸함을 머금고 잠이 들었다.

 

 

잠결에 핸드폰이 울려 받아보니, 여동생이다.

교회 사역훈련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우리집에 잠깐 들린다며

아파트 현관으로 좀 내려오라는 것이다.

"그래, 알았다."

잠결에 약간 비몽사몽한 상태로 핸드폰만 챙겨서 1층으로 내려가니 동생이 왔다.

"언니, 다음달 생일인데 선물 미리 주네.  받으시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명품가방 루이비통이라는 것이오."

"오메~이것이 뭣이다냐. 무슨 명품가방..나는 이런 것 안하잖아."

"언니도 한번 이런 가방 매 보시오. 이 가방 원가로 말씀드리자면 그러니까 숫자가 7개나 되는 어마어마하게 비싼 거요."

"내가 이런 가방을 매도 될란가 모르겠다. 암튼 선물이라고 하니 감사하게 받을께."

7개의 숫자값을 다 지불하고 샀는지, 아니면 절반가격에 샀는지, 그 이하값에 샀는지 그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언니를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을 숫자로 표현하자면 무한대이기에 나는 이것으로 족하다.

 

동생이 물질로 섬기는 것 보면 혀를 내두룰때가 많다. 쓰는 씀씀이가 나와는 정반대다.

그렇다고 사치하는 동생도 아니고 늘 검소하게 다니는 동생인데 가족이나 타인에게 선물하는 것 보면

감동이 팍팍 온다. 몸이 약한 어떤 사람한테 한약을 선물해 준 동생 덕분에

한약을 받은 사람은 한약을 마실때마다 마음 써준 동생이 고마워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동생이 우리가족 세명한테 해준 선물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가히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들때가 종종 있다.

"나는 너한테 해준 것도 없는데, 암튼 고맙다. 잘 사용할께. 조심히 잘 가거라."

 

동생을 보내놓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버튼을 눌러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웃음이 픽 나왔다.

2시간 전에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루이비통 가방 필요하냐고 얘기했는데, 지금 내 손에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있지 않는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아직 잠이 덜 깬 것일까.

 

그냥 아무 뜻없이 한 우리 부부의 대화를 천사가 듣고 동생을 통해 역사하셔서 선물해 준 것 같다.

아니, 몇 달전부터 철저히 예비하신 일이 아니였을까.

인간의 생각으로는 절대로 될성싶지 않는 일이 내 주변에서 간혹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되는데

분명 모든 것을 지켜보시는 분이 계시고 우리의 진실된 마음을 먼저 읽으신 분이 기적을 일으키신다.

동생이 이 내용을 알면 아마 깜짝 놀라겠지. 

 

암튼 확실한 명품가방인데...

명품도 명품을 알아줘야 명품의 진가가 빛날텐데...나는 명품족이 아니기에 가방한테 약간 미안해진다.

지금껏 5만원 이상의 가방을 매보지 못한 나는 과연 이 가방을 잘 소화해낼까 싶다.

나는 이 가방이 동생이 언니의 생일선물로 사준 좀 비싼 가방에 지나지 않는데...

오늘 시험삼아 이 가방을 매고 출근했는데, 어째 어깨에 자꾸 힘이 들어간다.

왜 그럴까?

명품이라서 그럴까. ㅋㅋㅋ

<혹시라도 남편이 가방을 사서 처제에게 언니주라고 부탁한 것은 아닐까?

상상의 나래를 펴보는 분이 계시겠지만...전혀 네버네버 아님을 알려드림>

 

 


 

 

<2008.07월 한나님의 작품> 나도 이렇게 웃을수 있구나. 푸하하하

 

 

웃음

 

매달 숙제처럼 모 월간잡지에 주어진 테마로 글을 써서 보내는데, 책에 실어주면 감사하고,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몇년째 이런 글을 쓰다보니 본의 아니게 글공부도 꽤 되었다. 어떻게 쓰면 글이 책에 실어지겠다,라는 것을 조금 알게 되었다.

글을 쓰다가 어라, 이 내용은 내가 써도 괜찮네. 이번 글은 꼭 책에 실어주겠네,라고 생각하면 잡지사 기자로부터 전화가 온다.

" 이번 글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번호에 글을 싣고 싶는데, 자기소개를 간단히 쓰시고 사진이랑 계좌번호로 작성해서 메일로 보내주세요."

.

.

 

 

이번호 테마는 웃음이다. 그동안 웃음에 관한 에피소드를 수집하고 아웃트라인을 잡아 대략 글을 써놓고 틈틈히 퇴고도 봤다.

 

"나는 별로 웃음이 없는 사람이다. 왜? 나의 치아 콤플렉스 때문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잘 웃지 않기에 나의 첫인상은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다.

사실 웃을 일이 별로 없다. tv 개그 프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허나, 정말로 예쁜 사람은 치아를 드러내며 시원하게 웃는 사람이니

나도 웃는 연습 많이해서 예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뭐, 이런 내용의 소소한 얘기를 써서 퇴근하기 전에 글을 발송했다.

 

오늘 새벽기도 시간에 [마음을 넓히십시오]라는 제목으로 목사님께서 설교말씀을 전하시는 중

자폐증이나 우울증의 사람들은 잘 웃지 않는다. 잘 웃지 않는 사람들은 어딘가 아픈 사람이다.

자꾸 웃다보면 아픈 곳이 치유되니 자주 웃어라. 웃음, 그것 너무 비쌀 이유 없다.

나는 이렇게 해석을 해서 말씀을 들었다.

그런데 어라,

내가 어제 웃음에 관한 글을 써서 원고 발송한지 목사님이 알고 계셨을까?

말씀을 전하시는데 나는 계속 찔림이 팍팍 왔다.

신기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은 우연의 일치라고 하겠지만

가방과 웃음에 관해서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내 생애 가장 비싼 가방을 받았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가방을 볼때마다 기분좋게 시원하게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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