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올라가려는데, 1층 공방 사장님이 우릴 불렀다.
"연잎 차 한잔씩 하고 올라가~"
투박한 찻잔에 알싸한 연잎 차를 따라서 주시는데...
나는 차 맛보다는 공방의 다도 그릇에 눈길이 더 오래 머물렀다.
"구도를 이렇게 잡아서 사진을 찍으면 참 예쁘겠네요."
찻잔을 두손으로 붙잡고 찻잔을 입술에 대며 조금 마시며 얘기를 했더니
"그래? 그럼 다시 예쁜 찻잔에 따라 줄테니 사진 찍어~"
평소 사진 찍기 좋아하는 나를 생각해서 켜켜이 쌓아둔 그릇 세트를 갖고 오셨다.
다른 직원들은 차만 마시고 있는데, 나는 구도를 다시 잡아서 사진을 찍고
공방 선생님께 그릇 하나하나에 대해서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다.
모르는 것을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호기심 천국이다.
다도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던 나에게
수구, 태수기, 차관, 찻잔 이라는 이름에
세번 정도 그릇을 만지며 이름하고 줄긋기를 했다.
사무실 화단에서 바로 딴 미니 토마토
(싱싱하면 열매받침대가 저렇게 꼿꼿하게 별 모양으로 살아있다)
덖은 연잎의 첫 맛은 알싸하고 쌉소름했다.
다시 물을 붓어 마신 두번 째 맛은 조금 부드러웠고
다시 물을 붓어 마신 세번 째 맛은 은은했다.
이때 눈을 감고 차맛을 느끼면 더욱 은은하다.
황토빛깔의 찻잔에 연잎 차를 따라 놓았는데,
차 빛깔이 은은하게 보인다.
사무실 화단에서 바로 딴 참외와 미니 토마토
오후 점심을 잘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은은한 연잎 차 몇 잔과
화단에서 바로 채취한 미니 토마토와 참외 한 조각을 입에 넣으니
행복이 잘근잘근 씹힌다.
이런 작은 여유도 누리고..
연잎 차 마시는 날을 추억 한 조각으로 만들었으니
나는 아주 잘 살고 있는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부자,라고 부르고
추억이 많은 사람은 잘 사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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