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냥 살기 위해 어쩔수 없이 흉내만 낸다.
그래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요리가 꼭 없는 것만은 아니다.
최근 손수 만든 양파장아찌를 친구한테 줬더니,
나의 또다른 모습을 봤다며, 요리 잘하는 그친구가 나한테 주름잡을 것이 없어졌다고 슬퍼했다.
고로 나는 요리를 못한다는 이야기다.
때론 우리집의 두남자가 불쌍하다.
그런데,
주부로서 횟수가 대략 10년하고도 8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다보니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은다고 나도 웬만한 요리는 흉내를 잘 낸다.
<나에게 웬만한 요리는 남들은 식은죽 먹기 요리 임>
첫번째 눈대중 요리는 오이들깨가루볶음이다.
예전 사무실 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러 백반집에 갔는데,
이 음식이 뭔지는 모르지만 아삭하고 고소하게 씹힌 맛이 색달랐다.
뭘까? 자세히 보니 오이를 썰어서 다른 야채와 들깨가루로 볶은 것이다.
그래서 그날 저녁 바로 흉내실습에 들어갔다.
결과는 대성공...내 입맛에 그 맛이 얼추 나타났다.
우리집 두 남자는 별로 안 먹더라.
요리~ 까짓것 하면 되는구나!
두번째 눈대중 음식은 멸치볶음이다.
블러그 지인 중에 요리를 가장 잘하는(내가 먹어봐서 안다. 검증된 분이다) 분이
[유자청 넣은 지리멸 호두볶음]을 하셨길래
보고 그날 저녁 집에 가서 따라해봤다.
우리집에 유자청이 없길래 나는 집에 있는 귤쨈을 넣고 견과류 있는 것 죄다 넣어서 했다.
나는 멸치볶음하면 멸치만 넣고 볶을 줄 알았지, 이것저것 넣어서 할줄은 몰랐다.
그런데, 견과류 넣으면 맛있다는 것....나는 그때 알았다. ㅋㅋ
요리에 관심 없으면 이럴수도 있다.
얼추 모양은 비슷했다.
훨씬 맛있게 보이는데, 사진발이 안좋게 나왔다.
나름 성공했다고 자부했는데...
며칠 후
[유자청 넣은 지리멸 호두볶음]을 하신 분이 진짜로
[유자청 넣은 지리멸 호두볶음]을 그릇에 담아주신 것이다.
여기에 김치랑, 쥐포채랑, 튀김이랑 주셨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완전히 맛이 달랐다.
진짜로 [유자청 넣은 지리멸 호두볶음]을 먹어보니
캬~~~~~~~~~~~아
과자처럼 파삭파삭하고, 쫄깃쫄깃하고, 고소하고, 새콤달콤하고.......
내가 표현할 수 없도록 많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분의 사진을 차마 올릴 수 없었다. 그러면 내 흉내작품이 너무 비참할까봐...)
음식의 고수는 바로 이런 다양한 맛을 한 요리에서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하구나.
겨우 곁모습만 흉내내는 나는 역시 따라 갈라면 강산이 두번 세번 바뀌어도 힘들겠구나.
아주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눈대중으로 대충한 요리는 부족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대충이 아니라 정성으로 만들어서 몸에 익게 만들어야겠다.
업무상 컴퓨터 숫자판을 자주 두둘리다보니 간혹 인증번호를 잊어버려도
손이 그 숫자판에 올려지면 자동으로 탁탁탁탁 인증번호가 정확하게 쳐진다.
그렇게 몸에 익은 요리를 하고 싶다.
사실, 눈대중 요리는 내것이 아니기에 일회성에서 끝나버릴때가 많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지금이야 그냥저냥 산다고 해도 아주 나중에 울 며느리가
"어머니, 요리솜씨가 왜 그래요? 차마 먹어 줄 수가 없네요."
라고 할까봐~ 겁난다.
나는 울 시어머니가 요리솜씨가 정말로 좋아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미래의 내 며느리에게도 이런 행복 주고 싶다.
'순수산 이야기[1] > 생각, 사유의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심히 일한 당신~가을로 떠나라 (0) | 2011.10.18 |
---|---|
마음에도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0) | 2011.10.18 |
아빠 생일 축하하고, ♡ 사랑해~ (0) | 2011.10.11 |
평생 행복하려거든 정직하라 (0) | 2011.10.10 |
내가 사랑하는 사람 (0) | 2011.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