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아빠 생일 축하하고, ♡ 사랑해~

순수산 2011. 10. 11. 15:18

 

 

지난달 남편의 생일날, 고2 아들이 아빠한테 보낸 생일축하 편지다.

"엄마, 아빠 생일선물 뭐하면 좋을까?"

"편지를 써서 드려~"

그랬더니, 아들이 그날 야,자시간에 학교에서 A4 절반정도 편지를 쓰고

절반은 집에 와서 완성을 했다.

 

아들은 제 용돈지갑에서 거금 2만원을 빼내 봉투에 편지와 함께 담아서 아빠 책상에 올려놓았다.

퇴근하고 곧바로 운동 다녀온 남편이 책상에 올려진 아들의 편지를 읽더니

화사하게 웃는다.

"백점짜리 편지야~ 한번 읽어봐."

 

무슨 말을 그렇게 썼을까, 내심 궁금하던 차 하던 일도 잠시 뒤로한채

나는 소파에 앉아 아들의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반세기를 살아온 아빠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지...

요즘 날씨가 변덕스러우니 감기 조심하라며...

반 친구들 몇몇은 아빠랑 대화가 단절되고, 불편한 관계인데

본인은 아빠와 친구같아서 좋다며...

 

친구한테 편지를 쓴 것처럼 아주 편안하게 썼다.  

 

 

 

 

 

 

 

 

 

 

 

 

 

 

 

 우리 가정이 믿음의 가정이라는 것이 감사하고...

 나도 이 다음에 가정을 꾸리면 아빠처럼 믿음의 가정을 만들 것이며

 혹시라도 사이가 안 좋더라도 하나님이 늘 평안하게 해주셔서 다행이라며...

 

 

 아들은 믿음 안에 굳건하게 서있는 우리집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부모님의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이라 늘 죄송하며...

 앞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임할 것이며...

 주변의 많은 분들이 본인을 위해 기도해주므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아들이 될 것이며..

 제주도 여행갔을때 아빠가 큰아들로서 리더십을 발휘할때 멋있었다며...

 

 

아들은 아빠를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모습으로 말하고 있었다.

 

 

 

 

 

 

 

 

 

 

 

 

 끝으로, 회사 직원들고 사이좋게 잘 지내길 부탁하고...

 엄마랑도 앞으로 더욱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며...

 아빠는 분명 그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당부인지, 협박(?)인지 모를 장남이자 큰아들인 울 첫째가

아빠생일 축하 기념으로 끝마무리를 했다.

 

 

 

 

 

 

 

 

 

마냥 어리다고만 생각 했었는데, 이렇게 긴 장문의 생일축하 편지를 읽어보니

꽤나 어른스럽다. 보기엔 청소년이지만 속이 꽉찬 모습이다. 적어도 고슴도치 엄마 눈에는...

 

가족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학업으로 늘 마음 편히 지내기도 힘들텐데...

제 딴에는 힘들게 썼는지 모르지만,

편지를 통해 나는 울아들이 정말로

건강하게 건전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뿌듯하게 느낄 수 있었다.

 

편지만 읽어도 배가 부른지,

남편은 편지 봉투에서 2만원을 다시 빼서 아들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약간 샘이 났다.

"아들~ 엄마 생일때는 편지하고 달랑 만원 봉투에 넣었더니, 아빠는 왜 2만원 넣었어?"

"에이~ 그때는 용돈이 많이 부족해서 그랬고, 지금은 추석때 복돈을 많이 많아서 여유가 있어서 그랬어~엄마도 참....."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