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열심히 일한 당신~가을로 떠나라

순수산 2011. 10. 18. 15:03

 

 

 

지난 주에는 회사일과 개인적인 일로 머리속이 복잡하다 못해 깨질 것 같았다.

얼마나 복잡했던지, 정말로 모든 것 내려놓고 아주 조용한 숲속으로 뿅~하고 사라지고 싶었다.

어떤 연유이였든 자연으로 돌아가면 나를 위로해줄 것 같았다.

나를 가만 놔두는 것이 나를 위로하는 것이라서...

 

 

이 앙물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꾹 참고 견딘 것은 그래도 주말에 좋은 분들과 약속이 있어서 한가닥

희망의 밧줄을 잡고 있었다. 이 분들을 만나면 늘 즐겁기에 복잡한 내 머리속이 어느정도 깨끗하게 청소될 것 같았다.

기분 좋은 만남을 앞두는 설레임~

살면서 이런 기분 자주 만들자.

 

"일행이 더 있는데, 괜찮으시죠~"

부부동반으로 예전처럼 넷이 만나려고 했는데,

울황제한테 먼저 전화로 양해를 구하셨다.

이 분의 활동범위가 넓은지라 사실 약속시간 잡기도 힘들었는데,

우리부부를 잘 알고 계시는 분이라 우리가 모르는 일행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웬지모를 그 어려운(?)분을 초대하지는 않았겠지, 라는 5%의 기대가 딱 들어맞아버렸다.

 

네 쌍의 부부가 두대의 차로 나눠서 담양 전통식당을 찾아갔다.

머리칼을 흩날리는 가을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조금 쌀쌀한 오후였다.

 

우리차에 동승한 부부는 약속을 주최하신 분의 친척인데, 이분들도 참 좋은 분이시다.

식당을 가는 동안 차안에서 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알 수 있었다.

 

"고등학생 아들 하나 달랑 키우는 저에게 삶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내가 선뜻 말씀드렸더니,

최근 일본여자를 둘째 며느리로 맞이한 얘기를 시작으로

둥지를 떠나 새 둥지를 튼 두 자녀 얘기며

이제 두 부부만 남아 여생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리 넓지 않는 도로가에는 한들한들 코스모스가 보였다.

해는 지고 어둠이 짙어가고 있었다.

 

 

 

 

 

8명이 앉아 있으니 상다리가 부러질만큼 잘 차려진 두개의 상을 서빙하는 사람이 힘겹게 들고왔다.

그러고 보니 식당 간판에서 말해주듯 이곳은 이름깨나 있는 유명한 식당이다.

역사가 오래된 식당인데, 과거 그 활약상을 전해 듣는데, 대단했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만 못하다. 세월 앞에 장사 없듯이~

 

젊은사람들이 퓨전 한정식에 입맛이 길들여져 이렇게 오리지널 전통음식은 별로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8명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나에게 이 음식이 어떠냐고 물어보는데, 난감했다.

사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입맛이 확 당기는 것도 아닌데...

이 음식을 먹으면 우리몸에는 정말로 좋겠다, 싶었다.

직접 담근 장, 된장, 고추장으로 요리를 했으니 당연하다 싶다.

즐겁게 농담도 해가며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음식을 즐겁게 배부르게 잘 먹었다.

 

우리를 섬겨주신 분께 감사를 드린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게 해주신 것에 대하여...

 

식사를 하고 어려운 분은 내일 일정이 빠듯하여 먼저 귀가하시고

우리는 초저녁에 이대로 헤어질 수 없어서 가까운 카페를 찾아갔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많은 카페가 생긴 줄 몰랐다.

원래 카페도 자주 가지 않지만 가더라도 항상 갔던 곳을 가기에

이런 곳이 우리동네에 생긴 줄도 몰랐다.

 

우린 오픈한지 이틀 된 MANIA를 찾아갔다.

 

 

마니아는 [열광]이라는 뜻인데, 이곳은 음악과 함께 열광하자는 뜻일까? 

쥔장이 추천해준 생과일 키위 쥬스를 참 맛있게 먹었다. 

 

 

 

 

 

만나면 반가운 분들~

얼굴에 미소가득

 

 

 

부부끼리 마주보며 앉았는데,

사진만 봐도 줄 잇기가 된다.

부부는 닮는다는 말이 여기서도 나타난다.

 

 

 

 

무대 위 빈 의자에 앉아 포즈를 취하는 울황제~

♬나는 행복한 사람~ ♪  이라며 노래라도 부를 것 같다.

 

 

 

 

친분이 있는 이 카페의 주인장이 카페의 실내장식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조각품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설명해 줬는데, 개인적으로 이 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일주일 동안 많은 일로 머리가 아팠는데,

좋은 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니 머리속이 많이 개운하다.

 

한주간 열심히 일한 나에게 보상이라도 해주듯

맛난 음식으로 맛좋은 음료로 대접해주신 고마운 두 부부께 감사드린다.

기분 좋은 품앗이를 언제나 해드릴 수 있을지...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10월이 가기 전에 가을을 만끽하자.

10월이 가면 웬지모를 다급함이 찾아온다.

 

열심히 일한 당신~가을로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