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서 바라본 대둔산 정상
황금연휴~ 크리스챤이라면 이런 연휴 그냥 집에서 뒹굴뒹굴 보낼 순 없다. 1년에 두세번 찾아오는 연휴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한 달 전부터
고민 들어간다. 다음달이 결혼기념일이라 며칠 전부터 이 연휴때 어딜 가자고, 해놓았는데, 울황제 계획이 어째 미진하다.
예전 연애시절에는 말안해도 철저한 계획아래 모든 일처리를 혼자 다 하드만...지금은 내가 졸라야 그때서야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내 눈에는 보인다. 사랑이 식은 것일까? 귀찮은 것일까?
우린 산행 취미가 둘이 맞아서 가자~, 하면 바로 출발한다. 그런데 둘이 다니다보면 정상만 얼른 다녀오는 코스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우리 부부와 다른 부부가 함께 하면 훨씬 그 산행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기에 산행하기 전에 같이 갈 수 있는 분들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마음이 서로 맞는 분을... 서로 바쁜 삶이라 작정하고 만나기 힘든데...우연찮게 대중탕에서 만난 권사님께 산행같이 가려냐고 물어보니
가고는 싶은데, 내가 산행을 못하니 나로 인해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고 하길래 그럼 모든 코스 일정을 권사님한테 맞추겠다고 했다.
물만 준비해 집 앞으로 나오라고 했는데, 다양한 김밥을 준비해 오신 권사님이 고마웠다. 그런데 오늘 갈 대둔산이 알고보니 돌계단, 철계단, 급경사이다.
아불싸~~~~ 혹시 중간에 힘들다고 나 놔두고 갔다오라고 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들판은 황금물결이 넘실거리고, 하늘엔 파란 구름이 떠 있고, 바람은 코끝을 간지럽게 했다.
여행 떠날때 꼭 듣는 영화음악 CD "맘마미아" 가 차 안을 경쾌하게 신나게 순식간에 만들어 놓았다. 산행에 대한 설레임을 품게 했다.
2시간을 달려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대둔산 정상이 멋지게 눈에 들어왔다.
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행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주변은 무척 시끄러웠으나 다들 들떠 있는 모습이였다.
막 산행길로 들어서는데...
생소한 인삼튀김~ 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여기서 인삼튀김 먹고 힘내서 갑시다~ 권사님이 만원을 주고 10 뿌리를 사셨다. 조청에 찍어 먹는데, 그 맛이 얄싸하고 맛이 좋았다.
정말로 이 튀김을 먹고 출발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
대둔산도립공원 안내도을 본 울 황제가 오늘 산행코스를 설명했다.
오늘 산행코스는 주차장-동심정-동심바위-삼선계단-마천대(정상)-정상삼거리-약수정-금강구름다리-주차장 으로 오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열심히 올라가겠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입구부터 시작된 돌계단을 힘들이지 않고 막 올라갔다. 그동안 헬스 스피닝이 나름 운동이 되었나보다. 숨소리도 가프지 않았다.
비록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이지만 개운하게 땀을 흘리며 기분좋게 오르고 있었는데,
혼자만 그렇게 빨리 가면 되겠어~ 권사님과 말맞춰 서로 얘기나누며 가야지.
울 황제가 나한테 한마디 했다. 맞다. 우린 함께 산행을 오르는 거지. 순간 나만의 재미에 빠져~ 권사님을 생각하지 못했다.
네가 몸무게만 조금 덜 나가도 이런 길은 잘 올라가는데...
권사님을 앞장 세워 놓고 마지막으로 내가 천천히 올라가니 미안하신지 이런 말을 하셨다. 나는 덩다아 풍경도 구경하고 사람 구경도 하며
쉬엄쉬엄 걸었다.
꽤나 가파른 돌계단과 철계단을 숨차게 걸었나보다. 사람이 워낙 많아 오고가는데 서로 부딪치기도 했다. 이런 산행이 힘들었던지 어떤 여자분은 남편손에 이끌리어
끌려가다시피 올라갔다. 위험한지 손과 발을 사용해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 올라가는 사람도 많았다.
저 하늘로 연결된 철계단은 뭐시당가?
삼선계단이라는 것인데...저 계단은 일방통행이다. 사실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훨씬 힘들다는 것을 산행에서 터득했다. 인생도 그렇지.
보기에도 아찔한 급경사이고 허공에 뜬 계단이 흔들흔들~ 계단 아래에서 오르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는 사람도 있었다.
먼저 권사님 부부를 오르게 해놓고 나는 아래에서 사진을 찍어드렸다.
그 계단을 타고 계속 올라가면 하늘에 도착하나요?
장로님께 웃으면서 큰소리로 말했더니, 그냥 해맑게 웃으신다.
무섭다고 안 올라간다고 할 것 같았은데, 권사님이 생각 외로 잘 올라가신다.
그러면서 사진 찍으라고 포즈까지... 이쁜 권사님~~~
하늘은 쾌청하고 주변을 한바퀴 둘러보니 모두 다 멋진 장관이다.
계단 중간 정도 오르고 있는 권사님 부부를 보면서,
그 틈에 울 황제와 나는 주거니받거니 사진찍기 놀이를 했다.
금강구름다리도 보였다.
정상에 들린 다음 저 다리를 건너가리라.
여기저기 풍경이 참으로 멋지다.
이런 맛에 힘들어도 산행을 하는 것일테지.
먼저 울황제한테 계단을 올라가라고 해놓고~
찍새이니만큼 사진을 찍어줘야 하기에 맨 나중에 오르기로 했다.
마누라가 마지막에 어떻게 올라오는지 그것은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사진 찍어주라, 며 포즈만 잡고 있다.
멋진 모습만 남기려는 저 사람...ㅋㅋ
그래~ 남은 것은 사진이다.
찍자 찍어~ 열심히 멋지게 찍어주자.
저 하얀 탑이 마천대라는 정상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다. 몸과 마음이 아주 가볍고 좋다.
날씨가 좋아서 그럴테고~ 좋은 분들과 함께 해서 훨씬 즐겁기 때문이다.
드디어 마천대가 350M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 대둔산(878M)은 그리 높지 않는 산이다.
그리고 급경사라 오르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
와아~~~~~~다 왔다.
이제 조금만 걸으면 마천대이다.
가파르게 올라왔던 돌계단이 끝났다. 이제 잠시 편하게 걸어도 되겠다.
돌이 아니라 진흙을 밟게 되어서 좋았다. 그런데,
미끄덩~~~~~~~~~~~~~꽈당
돌에 익숙한 발걸음이 흙을 만나자 발이 적응이 안돼 미끌리어 내가 넘어졌다~
흙에 까만 바지가 조금 젖었고, 넘어지면서 왼손을 짚어 손바닥이 조금 아팠다.
그래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웃음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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