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불산 정상에서/ 땀을 정말로 많이 흘렸다]
8시에 고3 아들은 학교로 가고, 우리 부부는 8시에 배낭을 메고 장흥 억불산으로 출발했다. 아들한테는 미안하지만...우리도 5일 동안 회사일로 머리가 복잡했기에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특히 나는 요즘 들어 업무량이 많아서 정신없이 바빠~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 나들이도 못하고 있다. 그도그럴것이 울황제는 올림픽
한일축구를 새벽 3시부터 끝날때까지 보고 응원했기에 높지 않는 산행일망정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이다. 계획했던 대로 산행을 추진해준 울황제한테 고맙다. 다른 남편들이라면 축구 때문에 잠 못잤으니 산행은 다음으로 하자,고 했을텐데....내가 이런 면에 울황제를 좋아한다. 아침 일찍 출발한 결과 주차장에 도착하니 9시 10분 정도 되었다. 초행길이였으나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억불산 친환경주차장에 도착하여 통나무 데크를 따라 걷다가 억불약수터 에서 물 한모금 마시고, 숲속을 걸어서 정남진 천문과학관에 도착, 잘 만들어진 통나무 데크를 쭉 걸어서 정상인 연대봉(518m)에 도착했다. 장흥의 억불산은 정상까지 장애우와 노약자를 배려해서 휠체어도 갈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소식을 예전에 뉴스에서 접하고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오고가는 길에 연세 드신분들이 더러 계셨다. 10시도 안된 시간에 오르는 산행은 참 신선하고 좋았다. 그 신선하다는 것은 날씨가 시원하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거의 없어서 조용한 산행이 좋았다는 것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산행은 동행자와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우리 부부가 소통이 잘되고 서로 상대를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렇게 산행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한 결과이다.
일단 억불산 안내도를 살펴본다. 오늘은 어느 코스로 갈까?
억불산 정상을 먼저 오르고, 좌측 며느리 바위쪽으로 내려오자.
아침햇살이 내 얼굴에 비추는데, 싫지 않고 좋았다.
조용한 이런 숲길을 울황제와 둘이 걸으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산에서 만나는 꽃들은 또 얼마나 어여쁜지 모른다.
억불산 오르는 길은 이렇게 숲으로 우거져 태양을 피할 수 있어서 여름에 오르기 좋다.
전날 비가 와서인지, 아니면 아침 이슬인지 아니면 원래 숲이 축축한지 땅이 젖어 있었다.
조금 오르니 정남진 천문과학관이 나왔다.
건강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니 쉴 수 있는 정좌와 이렇게 군데군데 벤치가 있다.
정좌 천장에는 산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4개의 시가 새겨져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냉커피 한잔을 마시고...복숭아를 먹었다.
산길을 조금 오르다 보니 정상까지 연결된 통나무 데크를 만났다.
잠을 못 잔 울황제가 좀 힘들어 하기에 옳거니, 잘됐다. 싶었다.
이런 평평한 길을 따라 오르면 훨씬 좋을 것 같았다.
'나이가 몇인데, 축구 응원한다고 2시간 밖에 못자고...그래도 젊다는 얘기겠지, 더 나이 먹으면 이것도 못하겠지'
혼자 이런 생각을 하며 뒤에서 힘겹게 올라오는 남편을 바라봤다.
정말 명품테마길이라 명할만 하다.
걷기 칼로리까지 적어놓은 산은 억불산이 처음이다.
이쁘다. 그런데 이름은 모른다.
예전 아는 언니가 알려줬는데, 잊어버렸다.
미안해서 또 못 물어본다.
산길이 아니라 구불구불 데크길을 따라 올라가니 생각보다 정상까지 많이 걸렸다.
2시간쯤 걸었을까...바지까지 땀에 젖어 옷이 몸에 달라붙었다.
얼굴에서는 또 얼마나 땀을 많이 흘렸던지 안경도 귀찮아서 옷에 걸쳤다.
이제 울황제는 사진 찍는 것에 익숙해져서 본인이 먼저 포즈를 잡고 서있다.
고마운 일이다
인증샷을 찍어달란다. 나는 배경 찍기도 바쁜데, 자꾸 포즈를 잡고 찍어달란다.
고마운 일이다
조금 더 걸으니 예전에는 등산객의 발자취를 많이 남겼을 표지석이 보인다.
최근 정상까지 데크를 조성해서 이곳을 찾기에 표지석은 조금 외면당한 것 같다.
그래서 안스러워 이렇게 한장 찍어준다.
표지석을 본 다음 하산길에 접어 드는데, 어마어마하게 큰 며느리 바위가 저 아래에 우뚝 서 있다. 우리는 며느리 바위 앞까지 가려고 급경사 숲길을 따라 가는데,
어째 사람은 한사람도 보이지 않고 깊은 숲속엔 우리둘 뿐이다. 깊은 숲속에는 이정표가 없다. 우린 감으로 그냥 내려가는데, 혹시나 길을 잘못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조금 긴장이 되었다. 허나 어차피 길이란 서로 이어져 있으니 아마 큰 길이 나올거라 위안하며 걷고 또 걸었다. 한참을 걸었더니 감사하게도 통나무 데크를 만나게
되었다. 통나무 데크를 한참 따라 가다보니 주차장 반대길인 편백숲 우드랜드로 가는 길이 보인다.
"너무 많이 걸었으니 우드랜드는 다음에 가고 주차장으로 가자. 그런 다음 토요시장에서 매생이탕이나 점심으로 먹자."
"어차피 왔으니 조금만 더 걸어서 우드랜드까지 가보게요~ 사실 억불산보다 우드랜드가 훨씬 볼거리가 많거든요."
우리 부부의 산행 특성은 울황제는 먹거리가 우선 순위, 나는 볼거리가 우선 순위이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우드랜드 가려면 적어도 한참 걸릴것 같은데, 허기져서 쓰러질 것 같아 싸들고 간 양념된 오지어채 봉지를 울황제 손에 들려주고
(남자들은 배 고프면 격해진다. 사실 나도 제 시간에 밥 못 먹으면 심히 격해지기에 그 마음을 안다.)
그래서 우리는 데크를 따라 우드랜드로 출발했다. (뒤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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