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에 퇴원한다고는 해놓았는데, 과연 엄마가 혼자 집에서 앉고 일어날수 있고 걸을 수 있을지 예행연습이 필요했다.
퇴원을 하면 엄마집(혼자 사시기에)보다는 넓고 생활하기에 편한 여동생집으로 일단 가기로 정했다. 주말에 엄마 짐을 간단히 싸서
간호쌤과 원장쌤한테 미리 허락을 받아놓고 울황제랑 함께 휠체어가 아닌 잡고 한걸음씩 걸을 수 있는 의료기기를 챙겨서 동생집으로 갔다,
"내가 거기 가서 걸을 수 있을랑가 모르겄다."
엄마는 또 걱정이다. 병원이야 환자가 잘 걸을 수 있도록 모든 시스템이 된 상태인데 아무래도 집은 그렇지 못한 것이라 걱정하신다.
특히 남자 유치원생 둘 있는 동생집이 여기저기 심란할텐데...엄마는 미리 걱정을 하신다.
"엄마, 별 걱정을 다하네.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게끔 되어 있어. 그리고 한달전쯤에 엄마는 한걸음도 걷지 못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잖아."
한달반만에 엄마는 세상 나들이를 하셨다. 공기부터가 새롭고 기분전환이 되었을 것이다.
매주 주말과 주일에 외손주를 돌보고 바쁜 둘째딸을 위해 반찬을 해주시던 엄마는 병원 환자복을 입고 딱 2달만에 동생집에 잠시 오신 것이다.
나는 엄마를 안방에 모셔 놓고 점심을 챙겨드리려고 냉장고 문을 열어놓니....휴우~ 챙겨드릴 것이 없었다.
(울여동생은 음식만 잘못하고 다른 것은 다 잘한다. 워낙 직장일과 공부와 육아....로 바쁜 아이라 이해간다.
시간만 있어도 뭐든 잘할 아이다. 혹시라도 나중에 이글을 읽고 동네방네 소문냈다고 삐칠까봐~해명을 해놓고...ㅋㅋ
지금은 10년만에 주어진 승진시험 때문에 집안일을 그나마 더 못하고 있다. 그래 이것도 이해간다. 언니니까...
그런데, 가면 갈수록 제부와 두 조카가 불쌍하다. 에고~~)
나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꺼내놓고 두부넣어 김치국을 끓이고,
여기저기 싹을 틔우고 있는 감자 6개를 채썰어 감자채 반찬을 하고,
달걀4개에 당근이랑 말라져가는 새송이버섯 넣어서 계란말이 하고,
냉동실에서 멸치를 꺼내 달달하게 볶아놓았다.
작은상 다리가 부러질만큼 한상 차려서 안방으로 대령했다.
울황제와 엄마, 나 이렇게 셋이 모여 점심을 먹고 있는데....
"아가~ 상차리느라 고생 많았다. 간도 딱 맞고 맛있다. 엄마 밥 더 먹게 조금만 더 주라."
병원에서 겨우 2숟갈 마지못해 드시던 엄마가 요리솜씨 없는 큰딸의 정성에 감동하셨는지, 밥공기 절반쯤 드린 밥을 다 드시고
더 주라고 하신 것이다. 나는 잘못 들은줄 알았다. 나는 눈물날만큼 행복해서 얼른 한주걱 밥을 더 갔다드렸다. 끝까지 다 드셨다.
엄마는 모처럼 집에서 식사를 하시니 마음이 평안하셨나보다.
그럼그럼 병원보다 집이 낫지. 내집이 최고지. 엄마가 기분 좋으니 나도 좋았다.
의료기기를 이용해 한걸음씩 안방이며, 안방에 딸린 화장실이며, 거실이며 두루 다녀보셨는데, 이상없다. 앞으로 퇴원해도 엄마는
충분히 잘 계실것 같다. 오후에 올케가 오면 엄마 목욕시켜드릴 것이고, 나는 식사를 챙겨드리고 조금더 있다가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몸도 뻐근하고 감기기운도 남아있고 대중탕 뜨거운 물에 푸~~~~~~~~~욱 담그면 좀 나아질 것 같았다.
엄마가 동생집에 있으니 정말로 편안한 마음으로 대중탕에 갔다. 일주일에 한번씩 갔던 대중탕...엄마간호로 가고 싶어도 자주 못갔는데,
대중탕에 갈수 있다는 것 자체가 눈물날만큼 행복한 일이고 기쁜 일이였다. 예전에는 당연시 되었던 것들이 모든 것이 감사와 기쁨으로 다가온다.
아참, 그리고 엄마가 입원한 것을 알고 엄마가 이번 김장을 못하신다는 것을 파악하고 지인들이 김장김치를 많이 주셨다.
나를 이뻐해 주시는 권사님이 맛난 김장김치를 한통을 주셨고,
여동생 시댁에서 한통을 또 주셨고,
큰아가씨 시댁에서 했다고 또 한통을 주셨고,
음식솜씨 좋은 시어머니가 김장했다고 한통 또 택배를 부쳤다는 소식을 어제 접했다.
셀가족이 김장했다고 또 주고....
(혹시라도 순수산 김장김치 줘야 되는데...미리 걱정하신분들....우리집 김치냉장고 포화상태이니...
안주셔도 됩니다. 이미 그 마음은 제 마음안으로 들어왔으니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
얼마나 감사한지...올해 고추값도 비싸고 양념값도 엄청 올랐다고 하던데...
보잘것 없는 저에게 이런 사랑을 베풀어주심에 또다시 감사드리며....
주말저녁....모처럼 울황제와 둘이 우리집 식탁에 앉아 셀가족이 준 김장김치로 밥을 먹는데...
정말로 꿀맛이였다. 매일 병원 한쪽에서 대충 먹다가 이렇게 김치 한가지에 먹는 집밥이 맛있는 줄은 몰랐다.
집이 주는 안락하고 평온한 기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웃고, 정을 나누고 밥을 먹고 사랑 나누며 살고 있다는 것
병원에서 살다보니 이것처럼 평범하지만 행복한 것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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