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엄마간호일기 ⑮] 병원이여 굿바이~

순수산 2011. 12. 15. 17:03

 

 

평생 병원하고 친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병원은 있을 곳이 못됩니다.

오늘 병원이여 굿바이~ 했습니다. 엄마가 입원하신지 51일만의 퇴원입니다.

어제 702호 병실 가족들과 울엄마 퇴원축하파티를 통닭 2개 배달해서 조촐하게 했습니다.

다들 축하해주셨고, 따뜻한 통닭을 오랜만에 먹는다고 좋아 하셨습니다.

환타 음료를 컵에 따라 6명이 "건강을 위하여~" 건배도 했습니다.

 

약 2달간 있으면서 환우들과 정도 들고, 서로 돕고 도우며 유별나게 잘 지낸 병실 가족들이였습니다.

어깨 인대 수술을 한 이모는 맛나게 담아 놓았던 동치미를 병실 가족들에게 나눠주고..

여수에서 관절 수술하고 온 할머니는 울엄마랑 말동무가 되셨고

나보다 한살 많은 막내 환우는 전신마취를 두번 하고 양쪽 무릎수술을 두번 했는데, 참 용감해서 이쁘고

고관절을 다쳐 24시간 간병인을 사용하고 있는 80세 넘은 할머니도 계셨고

손이 절절절 하다면서 보기에는 말짱한데 본인은 엄청 아파서 끙끙 앓고 있는 환우...

병실에서 만난 인연이지요~

 

정형외과 병실에 있으면서 터득한 것은 ..특히 나이 드신 엄마들이 조심해야 할 것은~

무릎관절과 양쪽 어깨입니다.  주로 이런 환자들이 와서 수술했거든요.

무릎관절이 아프지 않으려면, 상체비만 특히 뱃살 일단 빼십시오. 식생활로 조절하십시오.

무릎 꿇고 힘들고 고된 일 삼가하시고, 온돌보다는 침대를 사용해서 덜 사용하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이 드신분들이 넘어져 고관절 많이 다쳐서 수술하는데, 수술하면 두 달 세 달 침대에 누워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므로

자나깨나 항상 조심....하셔야 됩니다. 연세가 많으면 빨리 낫지 않고 병원에 오래 있으면 고관절 외에 다른 합병증이 생깁니다.

 

일을 많이 하시는 엄마들이라 팔도 많이 약한데, 무거운 것 나눠서 들고, 혼자 집안 일 전부 하지 말고

같이 사는 가족한테 분담해서 일을 나눠하세요. 베란다에서 이불 털다가 팔 인대가 나간 사람도 있습니다.

내 몸이 아프면 서서히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데, 그 처음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몸을 소중하게 사용하세요.

너무 힘 세고 일 잘하는 아내보다 때론 약한 아내가 훨씬 사랑스러울때가 있습니다. 힘 세다고 힘 자랑하면 안됩니다.

 

일단 여자는 지혜로우면 됩니다. 남편한테 일을 시킬때도

"자기야~ 너무 무거워서 못 들겠어. 자기가 좀 들어 주면 좋겠어~."

남편은 아내를 보호해야 된다는 보호본능이 강한 자입니다.

들어다 주면 꼭 고맙다고 성의 표시를 하고 칭찬을 해줘야 됩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부드럽게 써먹을 수 있습니다. ㅋㅋ

 

그동안 [엄마간호일기]을 읽으면서 중보기도해주시고, 마음 보태주시고, 격려와 위로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바쁜 와중에도 병실에 찾아와서 엄마 손잡아 주시고, 안아주시고, 맛난 것 사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막상 퇴원하고 나니 엄마한테 잘못해준 것만 가슴에 남아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여기 오신 모든 분들.....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내 몸은 나 혼자만의 몸이 아님을 아시고, 조금은 이기적일 필요도 있습니다.

너무 상대를 위해서 희생정신 투철하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한평생 남편과 자식밖에 모르고 사신 이땅의 모든 어머니들은 나이 들어 고생합니다.

나이 들어서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것이 복입니다. 너무 희생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프면 곤란합니다.

 

아내 이전에 엄마 이전에 우리 엄마도 한 여자였다는 사실...

엄마가 집안의 붙박이장처럼 항상 그 자리에 꼭 있지 않는다는 사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연약하고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

말 안해도 알겠지, 어림짐작해서 서운한 일 있으면 꼭 푸시고, 

서로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을 자주 해서

건강한 가족, 소통이 원활한 가족이 됩시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쌀쌀 맞은 이 겨울에 일단 감기부터 걸리지 맙시다.

늘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여동생집으로 퇴원한 엄마의 식사를 챙겨 드리기 위해

당분간 퇴근하면 동생집으로 가서 국 끓이고 반찬을 해야 됩니다.

겨우 한걸음씩 걷는 엄마가 빨리 좋아지셔서 엄마집으로

하루빨리 컴백홈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종일 혼자 계시려면...많이 답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과정이고 이 시간도 엄마는 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