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0. 오전 07:45]
나는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난다.(병원에서 엄마 간호할때 남편와 아들의 아침식사를 챙기기 위해 이 시간에 일어나야 했다.)
이렇게 추운 날 공기 탁하고 환경이 좋지 않는 병실이 아니라... 따뜻한 온열매트 위에서...한밤중에 깨지 않고 푹 자고 있다는 것이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내 몸은 쉬이 적응하지 못하고 문득문득 행복해진다. 내 집에서 푹 잘 수 있다는 현실이...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과 함께 아침 가정예배를 드리고 아침식사를 같이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수 있다는 것도 정말로 행복하다.
예전에는 그냥 당연했던 것들이 아주 작은 것에도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병원에서 잘때 새벽에 집으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식탁에 셋팅해주면
식사를 하고 울황제가 약 두달간 설거지는 도맡아 했다. 그런데....엄마가 퇴원을 하고 그 다음달 아침에 셋이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려고
하는데, 울황제.....고무장갑을 먼저 끼고 설거지를 한다. 앗싸~~~~ 나는 그날 이후로 아침 설거지에서 자동 은퇴를 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일주일에 서너번 엄마가 계신 여동생집으로 가서 반찬도 만들고 국도 끓여서 엄마 식사를 차려 드린다.
부은 발도 주물러 드리고 하루종일 혼자 계셨기에 이런저런 얘기도 나눈다. 병원에서 함께 자면서 엄마는 내게 많은 것을 의지하게 되었다.
여동생은 아무래도 유치원생 두녀석을 챙겨야 하고 늘 바쁜 딸이라 별 기대도 하지 않지만, 아들이 고딩이라 잔손이 가지 않는 나는
엄마가 무엇이 필요하다고 하면, 나는 뚝딱 만들어 드리려고 한다. 엄마가 입원한 2달 동안 여동생은 10년 만에 주어지는 승진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서 엄마간호를 자주 하지 못해 늘 나한테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
가문의 영광 여동생의 바쁜 삶 속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나는 동생집에 가면 눈에 보이는대로 청소를 한다.
다용도실에 쌓여있는 각종 쓰레기도 버려주고, 냉장고 청소도 해주고 설거지도 해준다.
"언니, 나 필기시험에 합격했어. 고마워~"
어제 동생집에 갔더니, 퇴근한 여동생한테 합격발표 결과를 직원이 알려줬다고 했다.
이제 면접시험만 보면 되는데, 면접시험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합격이라고 했다.
두 아들 챙기면서 직원들의 시기 질투를 받아가며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이렇게 합격하니 정말로 기쁘다.
감사합니다.
무릎수술한 사람이 방바닥에서 소파나 의자에 앉기가 참 힘들다. 엄마는 의료기기 잡고 한걸음씩 겨우 발을 떼는 정도라서
아직도 많은 물리치료가 필요한데, 막상 집으로 퇴원을 하니 물리치료 받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집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니
의사쌤도 집에서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연습 많이 하고 자주 걷기 연습을 하라고 하셨다. 일주일 정도 집에서 엄마 혼자 연습을 했건만
엄마는 아직도 방바닥에서 소파까지 스스로 올라오지 못하신다. 의료기기를 잡고 식탁으로 가고 화장실로 가려면 소파에 앉아야 하는데
이것이 일주일 동안 가장 힘든 일이였다. 그래서 나중에 짐이 될수밖에 없는 1인용 침대를 살까, 고민하던 중
"엄마, 두달 전 엄마 아프기 전에 어떻게 방바닥에서 일어나서 활동했는지 기억을 해봐~ 그래서 한번 그대로 해보면 돼."
수술한 다리는 아파서 힘을 줄수 없고 한쪽 다리는 의족이라 힘을 줄수 없기에 엄만 다른 사람보다 몇배 힘든 상황이다.
"어떻게 했는지 잊어버렸어야~"
두달 동안 다리를 사용하지 않으니 자동으로 굳어버렸고 다리가 아프기에 엄마는 나는 못한다,라는 의식이 강했다.
"그래도 하나님은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려 놓으려는 회복의 능력을 주셨으니 엄만 꼭 일어설 수 있어~ 다시 해봐."
엄마는 기억을 살려 얼굴에 오만 인상을 쓰면서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쓰셨다.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서 힘없는 두다리에 힘을 싣고
두손을 방바닥에 짚고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더니 그상태로 뒷걸음질 두번 하면서 소파에 어렵사리 앉으셨다.
엄마도 감격하고 보고 있던 나도 감격하고 두 조카녀석들도 감격해서 우리는 힘들게 해낸 엄마한테 손바닥이 뜨겁도록 박수를 쳤다.
이제 엄마는 방바닥에서 소파로 올라올 수 있고, 그래서 스스로 의료기기를 잡고 한걸음씩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6시도 못되어 일어나 아침 8시 출근하기까지 나는 참 많은 일을 한다. 요즘은 시간이 더 남아서 출근하기 전에 책을 30분 이상 읽는다.
그리고 베란다 창가쪽에서 하늘작품 전시회가 열리면 모든 일 제쳐두고 나는 디카를 들고 베란다로 가서 작품을 감상하고 이렇게 담아온다..
날마다 신이 주는 선물이 있는데, 우리는 바쁘게 살면서 놓치고 산다. 아니 그것이 선물인 줄도 모르며 산다.
뭐 특별한 것도 아닌데....라며 당연시 할 수도 있는데,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정말로 감사할 일들이 내 주변에 참 많구나, 또 깨달았다.
성실하고 착실한 남편이 아침 설거지를 해줘서 감사하고,
힘든 과정에서도 꿋꿋하고 벼텨줬기에 동생의 승진합격 소식도 감사하고,
나는 걷지 못한다고, 늘상 얘기한 엄마가 날로날로 좋아져서 감사하고,
다른 동, 호수보다 조금 더 웃돈을 주고 산 우리집에서 매일 무등산의 하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따뜻한 온열매트에서 잘 수 있어서 감사
대중탕에 가서 따뜻하게 반신욕을 할 수 있어서 감사
시간이 널널해 울황제 도시락 반찬을 5가지도 만들 수 있어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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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신이 주는 선물을 나는 기쁨으로 맞이한다.
그래서 행복하다.
행복~ 행복은 특별한 것에 있지않다.
일상이 주는 기쁨을 느꼈을때 그 순간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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