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독서, 나를 만들다

법정 스님의 주례사

순수산 2012. 9. 4. 09:52

 

 

 

법정 스님의 주례사

 

삶의 동반자로서 원활한 대화의 지속을 위해 부모님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이 자리에서 숙제를 내주겠다.

 

 

숙제 하나

한 달에 산문집 2권과 시집 1권을 밖에서 빌리지 않고 사서 읽는다.

산문집은 신랑 신부가 따로 한 권씩 골라서 바꿔 가며 읽고

시집은 두 사람이 함께 선택해서 하루 한 차례씩 적당한 시간에 번갈아 가며 낭송한다.

 

가슴에 녹이 슬면 삶의 리듬을 잃는다.

시를 낭송함으로써 항상 풋풋한 가슴을 지닐 수 있다.

사는 일이 곧 시가 되어야 한다.

 

1년이면 36권의 산문집과 시집이 집 안에 들어온다.

이와 같이 해서 쌓인 책들은 이다음 자식들에게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의 자취로, 정신의 유산으로 물려주라.

그 어떤 유산보다도 값질 것이다.

 

 

숙제 둘

될 수 있는 한 집 안에서 쓰레기를 덜 만들도록 하라.

분에 넘치는 소비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악덕이다.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아예 집 안에 들여놓지 말라.

광고에 속지 말고 충동구매를 극복하라.

가진 것이 많을수록 빼앗기는 것 또한 많다는 사실을 상기하라.

적게 가지고도 멋지게 살 수 있어야 한다.

 

법정/문학의 숲 [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이주 동안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두근두근 내 인생]과 [여보 고마워]를 대출했는데,

[두근두근 내 인생]은 이틀만에 다 읽었고 [여보 고마워]를 하루만에 읽어 버린 후 갑자기 금독(?)현상이 왔다.

뭔가를 읽어야 하는데, 아들 레슨 받고 있을때 나는 기다리면서 책을 읽어야 하는데, 읽어야 할 책이 갑자기 다 떨어져버렸다.

그래서 레슨 쌤한테 스튜디오에 있는 책 좀 하나 빌려달라고 했더니, 책장에서 고르라고 친절하게 나를 책장으로

데리고 갔다. 여러 책들이 내 눈에 들어왔는데, 평소 법정스님의 책을 읽었던지라 읽지 못했던

[아름다운 마무리]를 선택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려면 간소하게 홀가분하게 살라고 전한다.

맞다. 요즘처럼 물질적으로 풍족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

너무 넘쳐서 탈이 나고 너무 많아서 부족함이 어떤 것인줄도 모르고

겸손하지 못하고 교만하게 살아왔다.

 

놓아두고 비우자.

주부로서 냉장고 칸칸이 쌓아져 있는 음식물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비우자.

놓지 않고 힘들게 끌어안고 있는 욕심들을 하나하나 비워서 가벼워지자.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믿는 것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