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행복,나의 글쓰기

[행복한 동행 6월] 삶에서 당연함을 빼면 감사가 된다

순수산 2013. 5. 15. 13:57

 

 

 

 

 

삶에서 당연함을 빼면 감사가 된다.

 

 

 

월급날이다. 월급날이 기다려지고 좋았던 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현재 건설회사 회계팀에서 16년째 업무를 하고 있기에 사실 나에게 월급날은 골치 아픈 날이다. 돈을 다루기에 평소에도 신경이 많이 쓰이고 예민한 면이 있는데, 월급날은 더욱 그렇다. 몇 십군데로 급여를 이체하고 고정비 및 거래처 결재까지 송금하고 나면 진이 빠진다. 그래서 내게 월급날은 행복한 날이 아니라 피곤한 날이다.

 

 

풋풋한 사회 초년생때 대학교에 입사하고 월급도 아니고 수습 첫달에 받은 수습비 25만원이 지금까지 내가 받은 돈 중에서 가장 크게 느껴진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벌어보는 그 돈이 왜 그렇게 크게 느껴지던지, 그 큰 돈으로 무엇을 할까, 이리저리 궁리만 해도 행복했다. 월급 받아 써보지도 않았는데, 생각만 해도 흐뭇했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25만원, 급여통장에 찍힌 숫자만 봐도 배가 불렀다. 나는 그 돈을 은행에서 신권으로 인출하여 그동안 나를 낳고 키우고 학교 보내준 엄마께 10만원을 봉투에 담아 드렸고, 눈 딱 감고 10만원은 적금하고 나머지 5만원으로 동료들과 맛난 간식도 사먹고, 책도 사며 한달 경비로 사용했다.

 

 

20년이 지났건만 첫 월급 받았던 그날의 감동은 해가 더해갈수록 더욱 또렷한 기억으로 되살아난다. 첫 월급보다 몇배로 더 받는 지금의 월급은 단지 숫자만 많을 뿐이지 첫 월급 받았던 그때의 행복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그 시절의 25만원은 내게 큰 감동과 행복이였는데, 정말로 감동과 행복은 숫자의 크고 작음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절실히 느낀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말랑말랑한 스펀지가 세상에 찌들려 딱딱한 콘크리트로 변한 내 마음이 문제였던 것이다.

 

 

한달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급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아니 내가 일한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해 늘 불만이다. 아직도 이 업계에서는 남녀차별이 심하다. 상사는 별로 하는 일도 없어 보이는데, 급여는 나보다 훨씬 많다. 이런 생각들이 감사를 잊게 만든다. 하루하루 빛바랜 일상보다는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한 날로 기억하고 싶어서 나는 특단의 조치로 회사 대표이사님한테 문자를 보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을 추수렸다.

 

 

경기가 좋지 않아 힘들다고 하는데, 급여날 제때 급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십명의 직원들 급여를 챙기고, 직원의 딸린 식구까지 먹여 살리느라 늘 고민하는 대표님 고맙습니다. 급여받는 그 이상의 업무성과로 회사 발전에 힘을 다하는 쓰임받는 직원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문자를 보내고 나니 내 마음이 일순간 감사로 물들었다.

 

 

한 직장에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6시 퇴근시간이 되면 대표가 퇴근하지 않아도 나는 칼같이 퇴근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대표님 이하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이 가족처럼 느껴져서 감사하고, 40대 초반 이 나이에 적지않는 급여를 받게 되어서 감사하고, 근무환경이 쾌적해서 감사하고, 웬만한 것은 이해해주고 웃음으로 넘겨주는 너그러운 대표님이라 감사하고, 새로운 업무제안을 드려도 받아주려고 노력하는 대표님이 감사하고.....

 

 

생각의 전환을 하는 순간 하루의 일상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삶에서 당연함을 빼면 감사가 된다. 감사는 감동이 되고 기쁨과 행복까지 몰고 온다. 그동안 피곤했던 월급날은 이제 감사한 월급날로 다가올 것 같다. 밥벌이의 지겨움이 아니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귀한 직장이 있어서 행복하다. 이곳에서 꿈도 실현하고 싶다.

 

 

“네 덕, 내 탓”

네 글자의 짧은 글에 인생의 지혜가 담겨있다. 잘못된 것은 전부 내 탓이요, 잘 된 것은 전부 네 덕이라는 마음으로 산다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아니였으면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나를 알고 물심양면으로 응원해준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행복한 동행 ] 2013년 6월호 99쪽에

'네 덕, 내 탓'으로 글이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