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최고의 행복한 순간, 지금은 독서 중
교과서 공부하기도 빠듯했던 30년 전의 내 학창시절, 문학 책 한권 제대로 읽지 못했던 어려웠던 시절이였다. 그때 나는 학교의 모범생이 자동으로 사회의 모범생이 되는 줄 알았다. 어리석게도 사회에 진출해서야 부족한 나를 발견하고 그때부터 알맹이 있는 공부와 본격적인 독서가 시작되었다.
첫직장 대학에 근무하면서 대학교 도서관의 문턱이 닳아질만큼 번질나게 책을 대출했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야금야금 그 많은 책들을 하나씩 먹어치웠다. 그 당시 20여 년전만해도 대출카드에 이름을 기재하는데, 카드 첫줄에 내 이름이 적힐때는 이 책의 개척자라는 생각에 기분이 우쭐했다. 그 후 나는 안중근 의사의 말씀을 철썩같이 믿고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줄 알았다. 영혼은 고갈되어 가는데 몸만 비대해지는 배부른 돼지쪽이 아니라 배고픈 소크라테스 쪽에 서게 되었다. 현재 우리집은 작은 도서관이다. 언제라도 공부할 준비와 책읽을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아들 방에는 책상이 두 개 있고 거실에는 남편 책상이 있고 안방에는 내 책상이 있어 우리는 가족이 모여 있는 것보다 각자의 책상에서 뭔가를 읽고 있다. 전업작가도 아니면서 나는 늘 내 책상에 읽어야 할 십여권의 책들이 탑을 이루고 있다. 지금도 안방, 거실, 사무실, 차안에 평균 4권의 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읽고 있다.
내 손에 책이 들어와 읽기 시작하면 나는 일단 A4 종이 한 장을 책갈피로 사용한다. 서명, 저자, 출판사를 적고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감동을 주는 구절들을 적고 다음에 글을 쓸 때 인용할 것들을 메모하며 읽는다. 내 독서 습관은 표지 첫장 문자부터 마지막장 문자까지 다 읽어야 제대로 읽은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넘겼다고 해서 또 온전히 읽는 것은 아니다. 그 책을 읽고 간단하게 내 생각을 정리하고 파일에 철을 해놓고 독서리스트에 올려놓아야 한권의 독서가 제대로 끝난 셈이다. 책을 읽다보니 왜 그렇게 읽어야 할 책이 넘치는지 책에 눌려 산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고 책 뒷장에 홍보하는 출판사의 다른 책도 읽고 싶고, 책 내용 중에 간간히 나오는 책은 죄다 읽고 싶어진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지식과 지혜가 넓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다. 교만이 충만했던 내가 책을 통해 점점 겸손해지고 부드러운 사람이 되어간다. 사람은 책을 통해 배워야 할 것들이 참 많다. 책 속에 길이 있다.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해?”
어느 누가 물어도 나는 1초도 지체없이 말한다.
“책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나에게 책은 수면제가 아니라 각성제다. 피곤이 몰려와도 책을 주면 눈이 말똥말똥 빛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나는 독서로 푼다. 책 한권과 떠나는 서너 시간의 책여행을 자주 갖으려고 한다. 요즘 들어 눈이 더 침침하다. 책 읽는 행복이 언제까지나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내 행복은 매일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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