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행복,나의 글쓰기

선물 3, 흑염소 한약에 며느리 사랑까지 담았어요

순수산 2013. 2. 27. 08:54

 

 

 

흑염소 한약에 며느리 사랑까지 담았어요

 

 

새벽에 출근하는 남편에게 매일 도시락 2개씩 싸주고 음악 공부하는 고3 아들 학원 픽업하고 직장 다니느라 작년 한해동안 참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작년 가을쯤에 산행을 다녀온 날 힘들었던지 안방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블랙홀에 빠져 들어가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났다. 나 혼자 어떤 깊은 나락으로 빠르게 들어가는 그런 느낌,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누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는 아내를 지켜본 남편은 어떻게 해줘야 할지 무척 당황했나보다. 10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극심한 어지럼증이 나타나더니 구토증상이 생긴 것이다. 남편은 내가 급체한 줄 알고 열손가락을 따주며 주물러줬다. 만약 혼자 있었더라면 어찌했을까, 나중에 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 심히 걱정 되었다.

 

다음날 당장 병원에 갔더니 기력이 쇠잔하여 나타나는 증상으로 온몸이 가렵고, 심한 구토증상이 있고 더 심하면 대상포진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의사가 말한대로 남편한테 전했더니, 가거도 섬에서 사시는 시아버지께 전화를 드린 것이다.

“아버지, ○○엄마가 기력이 쇠잔하여 엄청 아팠거든요. 이런 일이 저도 처음이라 많이 당황했습니다. 가거도 흑염소 한 마리에 한약재 넣어서 약 좀 해주세요”

 

큰며느리가 아프다니 시아버지께서 많이 놀라셨나보다. 옆에서 전화 통화 소리를 듣고 계신 시어머니가 당장 우족이라도 끓여서 우리집으로 가지고 올라오신다고 하셨다. 며칠 후 시아버지께서 방목해서 키운 자연산 흑염소에 손발 따뜻하게 해주며 저혈압에 좋은 한약재와 특히 살 안찌는 한약재를 넣어서 만들었으니 한약 잘 먹고 건강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우리가 연로하신 부모님께 몸 보신 하라고 한약 챙겨서 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부모님이 며느리 한약을 챙겨주시면 안되는데...... 여하튼 잘 먹고 건강하겠습니다.”

“칠남매의 큰 며느리인 네가 건강해야 집안이 건강하다. 잘 먹고 건강해야 된다.”

어찌나 눈물나게 감사하던지 원래 약을 잘 못 먹는데, 이 한약만큼은 부모님 사랑을 생각하며 두눈 딱감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마실 것이다.

 

내 한약을 찾으러 부모님과 함께 목포에 있는 건강원에 갔다. 맛있는 것 사서 드시라,며 부모님께 한약 다린 값과 용돈을 조금 넣어서 봉투를 챙겨 드렸더니 한사코 거절하신다. 그러더니 내 한약 두 박스와 아침에 한 개씩 먹으라며 칡즙 한 박스까지 더 챙겨주며 아들과 손자도 몸보신 하란다.

 

쓰디쓴 한약이 마음 먹기에 따라 달디단 꿀맛이 된다는 것을 나는 몸소 체험하고 있다. 한약을 마시면서 부모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 약 잘 먹고 건강해져서 부모님의 깊은 사랑에 보답하는 효도하는 자식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