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어머니, 여동생과 셋이서 드라마를 볼 때가 많았다. 그 중에서 슬픈 장면이 나오면 나를 제외한 두 모녀는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것처럼 눈물을 콸콸 흘렸다. 비련의 주인공이 왜 그렇게 많은지, 여기서 훌쩍 저기서 훌쩍거린다. 두 사람의 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웃음이 나온다. 가짜로 짜여진 이야기인데 그것을 보고 울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우리집에 개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 엄마와 여동생은 지극 정성으로 개를 돌봤다. 두 사람은 식사를 하기 전에 개 밥을 먼저 챙겨줬다. 개가 좀 더럽다고 생각되면 시원하게 씻겨도 주고 안아도 주고 심지어 잠잘 때도 같이 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네 발 달린 동물들은 왠지 싫었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쁜데 동물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너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정머리 없는 독한 딸이다.”며 처음으로 내게 어머니가 심한 말을 하셨다. 사실 나는 심란한 문제에 부딪치면 걱정보다는 대안을 찾아본다. 걱정해서 해결될 일은 없을 것이고 괜한 걱정은 더한 걱정을 낳게 되니 마음만 복잡하다는 것을 안다. 인조인간도 아니고 심장이 뜨겁게 뛰고 있기에 나도 눈물 흘릴 때가 있다. 그러나 울지 않으려고 작심하다 보니 맺힌 눈물이 마르던가 아니면 다시 눈 안으로 쏙 들어간다.
그런데 내 안에 눈물샘이 깊다는 것을 ‘파’를 썰면서 통감했다. 나를 울게 하는 ‘파’를 쥐어 팰 수도 없고 싸우다 보면 늘 참패다. 음식 만드는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이라 파를 사면 한 단씩 사서 씻은 후 썰어 냉동실에 보관한다. 그래서 쓸 때마다 간편하게 사용하는데 파를 썰 때가 문제다. 정말 눈물 콧물 줄줄. 아주 얼굴이 가관이다.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화생방 훈련을 연상케 한다. 양파는 한술 더 뜬다. 껍질을 깔 때부터 눈물이 나온다. 엄마와 여동생도 나와 같이 ‘파’를 대할 때 눈물을 많이 흘릴까, 싶어 물어보다 혼났다. “울 가치도 없는 별 것도 아닌 것에 눈물을 짜냐?”며 싱거운 사람 취급을 했다. 완전히 복수극이 따로 없다.
이런 일을 계기로 나는 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다. 신의 위대한 조화 능력에 탄성을 질렀다. 내가 평소 눈물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아시고 내 몸 속의 적절한 눈물량을 위하여 ‘파’를 대할 때마다 그 동안 쏟지 못한 눈물을 펑펑 흘리게 할 수 있을까. 심히 감탄할 노릇이다. 무엇이든 흐리지 않고 멈춰 있으면 썩지 않겠는가. 사람을 대할 때 사랑도 퍼 주어야 하고 좀 안 된 사람을 대하면 인심도 퍼 주고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게 되면 내 일처럼 같이 울어주고 위로해 주는 그런 인간이 되라고 하신 것이다. 절대 잘난 척 똑똑한 척 하지 말아야겠다. 그 옛날 어머니와 여동생을 보면서 별 것도 아닌 것에 운다고 큰소리 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자신이 부끄럽고 작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이야기> 2006년 5월호
7년 전에 쓴 글이 가족이야기에 실린 글인데...
다시 읽어도 내 글이 재미있다. ㅎㅎ
내가 언제 울어봤던가?
슬픔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을 감동의 물결로
출렁이게 한 일은 무엇이였을까?
지난 주일 오후 예배때이다.
우리교회에서는 팀별로, 제자반별로, 찬양팀별로.....설교 말씀 전에 특별찬양을 드리는데,
지난 주는 평균 연세 70세인 권사님들이 30여 명 정도 나오셔서 찬양을 불렀다.
그런데, 그 찬양이 어찌나 행복한 찬양이였던지,
앞에 나와 지휘를 한 박권사님은 또 얼마나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던지,
지휘도 하면서 춤도 추면서 정말로 기쁨으로 찬양을 하는데...
젊은 내가 보기에 정말로 아름다운 모습이였다.
우리 자녀들이 재롱잔치할때 기쁜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우리 엄마들이 저런 자리에서 기쁨으로 찬양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나이 들면 저 권사님들처럼 하나님과 함께 호흡하며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사님들의 찬양 드리는 모습이 예뻐서
나........,
눈물을 찔끔 흘렸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아름다워서
행복해서
즐거워서
복에 겨워서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자주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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