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망운산 정상에서]
근로자의 날, 우리 부부는 경남 남해 투어를 떠났다.
남해군청에서 온 관광책자와 안내도를 챙기고 아주 간단한 간식을 챙겨서
집에서 9시에 출발해 11시에 도착했다.
아주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특히 내가 좋아하는 [땡큐] 프로에서 어찌나 남해를 예쁘게 담아줬던지
우리의 마음을 더욱 더 재촉했다.
늘 생각하지만 이렇게 부부가 취미가 같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나는 망운산을 오르면서 몇번이나
정말 좋다,는 감탄사를 남발했다.
남해대교다.
남들은 멋지게 전체사진을 찍는데,
나는 차 안 조수석에서 이렇게 한방 찍었다.
드디어 남해에 도착했다.
관광버스 몇대가 주차장에 도착해서 이미 등산객들이 많았다.
날씨는 더없이 좋다.
우리는 어딜가든 산행이 먼저이기에
망운산을 첫번째 목표로 삼고 화방사를 거쳐 올라가기로 했다.
정상까지 오르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내려올때는 40분정도 걸린다고 했다.
(산행초입부터 어찌나 계속 오르막길인지 그 이유를 알것 같다.
내려올때는 마구 달리게 된다. 경사가 급해서. ㅎㅎㅎ)
때아닌 붉은단풍이 태양속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씩씩하게 오르는 남편 뒤에 걸어가면서
나는 사진도 찍고 주변 경치도 구경하고 야생화도 쳐다봐 주고
정말로 느긋하게 걷고 싶은데...
"빨리 걸어~ 정상에 갔다가 빨리 내려가서 미리 찜해놓은 식당에 가서 점심 먹어야 돼."
그렇다. 남편의 정상은 망운산이 아니라 00음식점이였다.
안내책자가 도착하면 꼭 먹을 장소를 찜해 놓아서 꼭 그곳으로 가야 되는
먹거리가 우선순위가 되는 남편과 볼거리가 우선순위가 되는 내가 간혹 충돌하게 된다.
"이제 앞으로 산행은 천천히 즐기면서 쉬면서 올라가자고 했잖아요"
누누히 말했건만, 산에 오르게 되면 그 천천히는 최대한 빨리 정상에 오르기,로 돌변한다.
선발대로 오르는 남편은 뭐든 먼저 보기에 사진 찍을 곳을 알려준다.
바위에서 이렇게 식물이 자란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과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푸릇푸릇하게 삶을 이겨내는 식물을 통해 또 배운다.
회사일로 피곤하고 나이 들어서 힘들고 여러모로 해야할 일들이 많기에 불평과 불만이
꿈틀대는 내 현실 속에 잠시나마 숙연한 시간을 준다.
헉헉대며 한참을 오르니 정상이 그리 멀지 않다.
남편은 몸에서 제일 먼저 땀이 나고 얼굴은 거의 나지 않는데,
나는 땀이 흐르면 얼굴이 제일 먼저 세수하듯 흐르고, 이후 온몸에서 흐른다.
헬스장에서도 아마 내가 여자 중에서 땀을 제일 많을 흘리는 사람일 것이다.
[태보]하고 러닝만 해도 상의가 축축하다.
내가 운동을 제일 격하게 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자기만족! 이 충만하다.
바람막이 안에 옷을 입었는데, 어찌나 오르막이 힘들고 땀이 줄줄 흐르던지
산행 중에 남편의 도움을 받아 안의 옷을 벗고 바람막이를 입었다.
그래서 내의만 입고 바람막이를 입는 꼴이 되었는데, 시원하고 좋았다.
와아~ 이산은 철쭉산이다. 아직 철쭉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산을 계속 오르면서 철쭉 군락지라는 것에 감탄했다.
만개할때 이 산으로 철쭉 구경하러 와야겠다.
작년에 지리산 바래봉에 가서 철쭉 원없이 봤는데,
이제 봄되면 이 산도 산행 목록에 추가해야겠다.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봐도 정말로 아름답다.
산과 바다와 나무와 꽃과 운치와 조용함이 공존하는 곳
이 꽃이 많았는데, 이름은 모르겠다.
수줍게 고개 숙인 꽃을 들어올려봤다.
앞장 서서 걷는 남편은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사진 찍으라고 수신호를 한다.
나는 턱 높은 바위에서 어렵게 힘들게 내려가고 있는 찰라였다.
이런 아내의 손길은 잡아주기는커녕 이렇게 앞장서서 포즈만 잡고 있는 남편
산을 잘 따라 다니니 나를 아주 마누라가 아닌 동지로 착각하고 있나보다.
ㅎㅎㅎ
바다와 마을과 나무와 철쭉이 순차적으로 펼쳐졌다.
새콤달콤한 포도와 미니토마토로 입맛을 돋구고
이제 하산이다.
이 산에 더 머무르고 싶은데, 남편은 바쁘다.
남편의 고지, 00음식점을 가야 하기에...
산 한쪽에서는 시원하게 계곡이 흐르고
연록색의 연하디연한 예쁜 모습의 산을 더 구경하고 싶은데
이미 오후 1시가 넘어버렸다는 사실은 남편이 몹시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된다.
그래...내 다시 이 산을 찾아오련다.
아듀~ 망운산
이 예쁜 산을 마음에 담아두련다.
해물정식이 유명하다던 이 음식점은 여러방송국에서 취재한 사진도 있건만
우리가 주문한 특별점심은 아주 별로였다.
이 한상 차림 음식이 2인분이고 가격은 3만원이다.
광주에서 코스요리로 잘 나오는 한정식도 1인분에 15,000원이 안되는데..
음식은 아주 실망스러웠다. 대체로 맛이 짜서 더욱 그랬다.
해물한정식을 먹으려고 했는데,
1인분에 2만원이고 중요한 것은 3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럼 둘이 가면 어떻게 먹으라는 뜻인지...
손님 만족이 아니라 쥔장 제멋대로라는 느낌이 팍팍!!
그러나 산행이 정말로 좋았기에
나는 먹는 것에 그리 신경쓰지 않기에
공무원은 일하는 근로자 날에 여행을 갔기에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남편과 공유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다음은 상주 은모래비치로 출발~
야생화 이름 달아주기
큰애기나리, 양지꽃, 병꽃, 애기똥풀, 각시붓꽃
친절하게 알려준 마음이 먼저 가는 블친 언니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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