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산 정상 연실봉(516m)
5일 동안의 추석 긴 연휴 중에 우리는 영광 불갑산 꽃무릇을 보러 갔다.
지금 영광 불갑산에는 붉은 꽃무릇으로 불타고 있다.
상사화 축제가 9월 20일 부터 3일동안 있다고 하니 우리는 산행이 목적이므로
오전에 얼른 다녀오면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들과 부딪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워낙 이런 축제나 행사로 인해 막히고 사람 구경하는 것 남편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라
한번도 절정의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나또한 정신없이 복잡한 것은 딱 질색이다.
집에서 1시간 거리인지라 우리는 9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불갑사 입구 2km 지점에서 일반차량은 불갑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수변공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셔틀버스로 이동해야 했다.
우리처럼 일찍 나선 관광객으로 이미 불갑사 주변은 혼잡했다.
추석연휴로 온가족이 꽃무릇을 보러 이곳을 온 것 같다.
1시간 늦게 출발한 지인은 불갑사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도로가 막혀 되돌아왔다고 할 정도이니
광주, 전남 가깝게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인것은 아닌가 싶다.
그도 그럴것이 꽃무릇이 절정에 달했고
이것으로 인해 3일간 축제가 있다고 하니
연휴를 즐기는 시간과 여유가 많은 사람들은 즐길만 하다.
불갑사 주변 절정에 달한 꽃무릇
시골 길이 좁기도 하겠지만 많은 인파로 불갑사까지 들어오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셔틀버스를 탔으면 슝~ 빨리 입구까지 도착해야 되는데 밀리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래저래 남편은 불만이 쌓였을 것이다.
이런 날 꼭 이렇게 이곳을 와야 되냐? 내게 묻고 또 물었을 것이다.
산행 일정 및 계획을 짜는 것은 내가 하고 남편의 결정이 떨어지면 우린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욱~ 하는 남자들의 성향과
웬만하면 두리뭉실하게 생각하는 여자들의 성향
딱 이런 것이 부딪칠때 우리 부부는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
허나
아름다운 것은 쉽게 볼 수 없으니
그 아름다움에 이정도 고생은 감수해야 할 터
이렇게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꽃무릇은 향기도 없더라!"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연실봉 정상에서 장사하는 아이스께끼 사장님
사실, 나는 감기로 인해 콧물이 계속 흐르고 컨디션도 별로여서
산행하기에 좀 힘든감이 있었는데, 긴 연휴동안 산행은 필수!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가는데
숨이 고르게 쉬어지지 않아 무척 힘들다.
남편은 오후에 더 차가 막힐 것 같아 빨리 갔다 빨리 내려오자,는 것인지
200 미터 뚝 떨어져서 혼자 앞장서서 걸었다.
나는 혼자 숨가쁘게 걸으면서
이미 산행을 마치고 도란도란 부부가 얘기하며 하산하는 모습을 보니
순간 콧끝이 시큰해졌다.
왜 산행을 하는가!
이렇게 뚝 떨어져서 각자 걷기 위한 산행인가!
그래~ 이제 두번 다시 산에 오지 말자!
혼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는 정상에 오를때까지 사진 한장을 찍지 못했다.
생각하고 그저 생각만 했다.
주차장에서 연실봉 직코스라 가파르기도 했지만
무더운 날씨로 땀으로 목욕을 했다.
혼자 앞장서서 걷던 남편은 갈림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자리에 앉아 잠시 쉬는데 정말로 눈물이 막 나오더라.
남편이 콧물을 훌쩍인지 눈물을 훌쩍인지 알기나 했을까.
연실봉 정상에서 사먹는 아이스께끼가 어찌나 시원하고 맛있던지
내게 큰 힘이 됐다. 이제 살 것 같다.
원래 아이스께기 거의 안 먹는데 이날은 그 어떤 것보다도 맛있었다.
꽃무릇 옆 독버섯인가?
저수지
불갑산은 친구들과 또 좋은분들과 몇번 와봤다.
올때마다 그 느낌과 추억이 다르다.
그때의 잉어도 그대로 잘 있군!
가을은 가을이다. 잠자리가 인사를 한다.
불갑사 주변에 이렇게 꽃무릇 단장을 잘해놓았다.
남편은 먼저 가버리고 사진 찍고 싶어 지나가던 사람한테 부탁한 사진
여러 종류의 박이 영글어 있다.
우여곡절 속에 산행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간식도 대충 먹었는데
오후 3시가 넘었다.
아차!!!
점심식사 시간을 놓친 남편이 허기져서 더 화가 났다보다.
수변공원 주차장에 설치한 임시 식당에서 우리는
팥죽과 잔치국수를 먹었다.
나는 입맛이 별로 없어서 남편이 2인분 거의 다 먹었다.
이제사 남편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2013.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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