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리에 방송되는 연속극에서 “나, 미스코리아 나간 여자야!”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나는 키도 작고 얼굴도 못생겼고 특히 유부녀라 미스코리아 나갈 자격은 없지만 나는 도시락 싸는 여자,라고 당당하게 외치고 싶다. 도시락 싸는 여자, 요즘 보기 드문 현상 아닌가. 나를 좀 알아달라고 광고하고 싶다. 대체적으로 자녀들은 학교 급식을 하고 직장인은 식당이나 배달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기 마련인데, 나는 남편의 점심, 저녁식사까지 하루 두끼의 도시락을 싼 것이 2년이 넘어간다.
남편 출근길에 챙겨주는 도시락 가방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방이 아니다. 신생아 기저귀 가방 정도로 크다. 일단 보온 도시락 2개에 밥을 담고, 일식삼찬이라 반찬통 3개에 반찬을 담고, 단백질을 보충하라고 매일 삶은 달걀 3개(노른자는 제거)를 담고 사과 한 개를 담고, 따뜻한 차한잔 하라고 보온병에 감잎차를 담고, 아몬드를 담고, 수저통을 담고, 커피믹스까지 담아준다. 남편은 회사에서 저녁식사까지 하고 헬스장으로 운동하러 가기에 이렇게 두끼 도시락을 챙기게 된 것이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도시락 싸는데 20분이 소요되고, 아침식사 준비하는데 10분이 걸린다. 우리 가족은 아침식사를 꼭 같이 한다. 그래야 하루 한끼라도 먹게 되는 식구가 된다. 식사하고 나면 10분 정도 걸린다. 그릇 정리하면 약 10분 걸리고 설거지까지 하고나면 7시가 된다. 회사 출근하기 위해 집에서 8시에 나가는데, 나는 1시간 동안 신문도 읽고 책도 읽고, 청소도 한다. 이런 얘기를 친구들한테 하면, 일단 심히 놀란다. 요즘 세상에 누가 아침식사를 꼬박꼬박 챙겨서 먹느냐고 한다. 초를 다투는 전쟁같은 시간에 참 많은 것을 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도시락 두끼를 싼다고 하면 거의 까무라친다.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남편이 내가 싸준 사랑의 도시락을 먹고 혈압이 정상권에 접어들었다. 제아무리 혈압약을 복용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더라도 식당의 짜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하면 혈압을 잡기 힘들다. 남편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도시락 싸는 고달픔 정도는 충분히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다. 건강이 회복되니 남편은 예전보다 훨씬 더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고 모든 것에 협조적이다. 세탁기에서 빨래가 다 되었다고 삐삐~~ 울어대면 건조대에 널어주고 건조대에서 뽀송뽀송 말린 옷은 전부 개켜주고, 청소기도 돌리고 쓰레기 버리는 것은 전부 남편의 몫이 되었다.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는 남편과 살아서 참 행복한 여자,라고 친구들이 부러워할때마다 나는 당당하게 외친다.
“나, 도시락 싸는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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