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딱 한번 우리동네 목욕탕을 가는데, 내 눈에 비치는 목욕탕은 아줌마들의 천국임에 틀림없다. 몇천원의 목욕비와 양푼 커피값 4천원만 있으면 하루종일 놀기좋은 장소가 된다. 이곳에 모인 아줌마들은 항상 즐겁다. 행복해겨워 아줌마들은 “이곳이 바로 천국일세.”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그도 그럴 것이 뜨거운 여름날, 탕 안은 그야말로 시원해서 일등급 피서지가 되고 추운 겨울에는 따뜻하게 몸을 데우고 찜질할 수 있고 아픈 몸을 지질수 있어서 나이 드신 아줌마들에게 최고의 장소이다. 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하루종일 수다 떨며 놀수 있는 장소는 대중탕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거추장스러운 안목의 정욕을 벗어 던져 버리고 세상사 모든 욕심 내려놓고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모였으니 얼마나 홀가분하겠는가.
그러나 천국에는 남자들이 이해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150센치밖에 안되는 가냘픈 엄마가 170센치가 넘은 건강한 딸을 초등학생인양 이곳저곳 때밀어주는 모습이다. 자식 향한 엄마의 사랑은 알겠지만 이것은 딸을 욕한 꼴이 된다. 이보다 더 가관인 것은 연한 아기피부를 가진 유치원생을 이태리 타올로 박박 문질러서 탕 안을 온통 울음바다로 만들어놓은 그 엄마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다. 굳이 밀지 않아도 되는데, 아파서 울고 있는 아이를 울지마라고 때려 가면서 때를 꼭 밀어야 되는 이유, 그것이 알고 싶다. 더 가관인 것은 찜질방에서 나온 아줌마가 땀을 씻어내리기 위해 냉탕의 물을 열 바가지 정도 온몸에 붓는다는 것이다. 단지 땀을 씻어내리기 위해서인데, 그렇게까지 물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아프리카 아이들은 마실 물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고 우리나라도 물부족 국가인데, 그저 안타깝다.
대중탕에 모여 수다떠는 아줌마들 보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오래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 있다. 감정의 찌꺼기가 생기기 전에 죄다 쏟아낸다. 기쁘면 기쁘다고 얘기하고 슬프면 슬프다고 얘기하고, 얄미운 시댁 때문에 힘들어하면 모인 아줌마들이 동시에 욕해주며 위로해줘서 치유가 된다. 하하 호호 찜질방 안에는 온통 웃음바다다. 조용하게도 얘기 안한다. ‘여러분, 내 얘기 좀 들어보시오’ 확성기에 대고 얘기하는 것처럼 크게 들린다. 이곳에서 아줌마들은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린다. 하기사 이런 아줌마들은 매일 천국으로 출근하니 스트레스 쌓일 시간도 없겠다. 아참, 찜질방에서 아줌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나 살쪘지”이다. 그러면서 또 먹는다. 참 아이러니하다. 그럴지언정 이렇듯 심신이 건강한 아줌마들이 있기에 우리나라가 그나마 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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