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행복,나의 글쓰기

취미, 네 덕에 산다.

순수산 2014. 4. 5. 09:28

 

[사무실 화단에서]

 

 

 

“취미가 뭐니?”

친구들한테 물으니, 하나같이 취미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40대 중반 직장 여성들은 왜그렇게 바쁘게 사는지, 취미 얘기를 했더니 호강에 초친 사람이라는 눈으로 흘겨본다. 그도 그럴 것이 바쁜 업무로 시달리는 그들이 퇴근하면 자녀들 챙기고 집안 일하기에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만약 내 시간이 쥐꼬리만큼이라도 생긴다면 쉰다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날 또 일을 할 수 있단다. 그런데 취미가 없다고 말하는 그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몹시 지쳐있다. 행복한 모습이 아니다.

 

타자기도 귀하던 시절, 나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91학번이다. 컴퓨터가 인간의 삶에 큰 영향력을 끼칠거라 내다 봤기에 이해하기도 힘든 전공서적을 달달달 외워가며 공부했다. 그 전공한 컴퓨터를 하루종일 사용하며 현재 건설회사 회계팀에서 20년 가까이 일하고 있다. 해년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직업은 밥벌이의 지겨움으로 다가올 때가 종종 있다. 이 지난한 삶속에 내가 좋아하는 취미가 없었다면 얼마나 삭막했을까. 내게 취미는 살아가는 힘이요 구름 속을 헤치고 떠오르는 태양이다.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즐겨 하는 일이다. 취미는 직업과 다르다. 직업은 수입을 창출할 목적으로 한가지 일에 종사하는 지속적인 사회활동이다. 그래서 일말의 책임감과 그로 인한 지겨움이 생긴다. 허나 취미는 그렇지 않다. 만나면 좋고 안보면 보고 싶고 애인과 연애하는 기분이다. 성악가의 취미가 노래 부르기가 아니듯, 취미는 평생을 함께 하며 책임지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아니기에 부담감에서 일단 해방된다.

 

“뭘 먹고 사는지, 늘 활기찬 너는 무엇을 하며 사냐?”

친구가 묻길래 취미 덕분에 산다고 했다. 책읽기, 글쓰기, 영화보기, 영화음악 ost 외워 부르기, 등산, 운동하기, 감동 문자를 보내 지인들 행복하게 만들기 등, 내 취미는 많다. 무료하고 지루할 틈이 없다. 딱딱한 숫자와 종일 싸우는 나에게 취미는 보드라운 손길을 내밀어 어루만져준다. 취미는 나를 날마다 새롭게 즐겁게 만든다.

 

독서는 보편적인 것이지 취미가 아니라고 혹자는 말하겠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독서할 때 즐겁고 행복하기에 취미에 속한다. 새 책을 만나게 되면 새 애인을 만나는 것처럼 설레고 기분이 좋다. 독서를 하면서 새 애인과 일주일 정도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현실이 주는 책임감과 압박감에 스르르 해제된다. 취미생활은 삶을 활기차게 만든다. 활기찬 삶이 에너지를 만들어 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아무리 바쁘더라도 취미 한 두개 정도는 만들고 갑시다. 취미는 능동적인 삶을 살게 하고 생동감을 준다. 지나고 보니, 취미 덕분에 잘 살고 있고 내 삶이 더욱 풍성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