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매일,특별한 일상

의자를 닮은 사람

순수산 2014. 9. 12. 16:49

 

[멋진 남편]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라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일간지에서 이 시를 읽고 문득 생각에 잠겼다. 

허리가 아프니 세상 모든 것이 의자로 보인다는 말, 맞다.

내가 울아들 임신했을때는 죄다 임신한 사람들만 보이더라. ㅎㅎ

 

산행이든 산책을 하게 되면 나는 의자 사진을 찍곤 한다.

숲속이든 길가든 걷다가 다리 아프면 쉬었다, 가라는 의자.

목마른 자에게 한잔의 시원한 냉수가 되듯

많이 걸어 다리가 뻑뻑한 사람들에게는 의자만큼 좋은 것도 없다.

 

의자는 그냥 빈의자만 찍어도 멋진 사진이 된다.

특히 주변이 숲으로 우거지면 더욱 멋지게 나온다.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는 준비된 마음이랄까~

그래서 그 누군가가 와서 앉아주면 제 할 몫 다했다는 욕심없는 표정!

 

나도 의자와 같은 쉴 공간을 마련해 놓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지치고 힘든 자가 내게 와서 쉬어갈 수 있도록 하련다.

 

먼저 손 내밀어 주고,

먼저 물 한잔 건네고,

먼저 마음을 전하고,

먼저 댓글을 전하고,

먼저 미소를 전하는.....

그런 의자와 같은 사람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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