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로 오늘 하루 계속 눈이 내리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첫눈을 보고 금아 피천득 선생님은 '하늘에서 보내오는 편지'라고 하셨다. 내가 생각하는 첫눈은
'하늘에서 보내오는 선물'이다. 오늘 점심을 같이 먹은 군필자 남직원은 "눈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쓰.레.기"라고 정의한다. 군부대에서 하루종일 눈만 치웠던 기억이 되살아나 눈만 보면 징글징글하단다.
나는 오늘 두권의 책선물을 받았다. 내게 책만큼 좋은 선물이 없는데, 블러그 지인이 선물해줬다. 서평과 영화평으로 인지도가 높은 그분이 선물해 준 것이다.
서평을 그분처럼 잘 쓴사람은 본적이 없다. 그리고 그분의 서평은 주로 지면을 통해 출판될만큼 대단한 사람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다도 그분의 새글이 올라오면 꼭 출력해서 읽게 된다. 열혈독자로서 얼마나 꼼꼼하게 읽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긴 서평에서 오타를 한두개 정도 꼭 발견한다. 나는 친절하게 비밀글로 알려준다. 왜? 본인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오타가 혹시라도 지면을 통해 출간되면 미스출판이 되니까. 이런 왕래가 꽤나 오래되었다. 나는 좋은 글을 읽게 해준 그분에 대한 감사의 보답으로 해준것인데, 정작 그분이 고마워 했다.
"순수산님, 고마워요. 이렇게 오타를 발견하고 체크해주셔요. 보답으로 책 한권 선물해주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고 싶으세요?"
"괜찮아요. 좋은 글을 써서 읽게 해준 독자로서의 보답이라 생각하세요."
"그래도 말씀해 주세요. 선물하고 싶네요."
"그럼, 공지영 작가님의 [수도원 기행 2] 읽고 싶네요."
"네 알겠습니다. 보내 드릴테니, 책 받으면 메일 답장 한번 보내주세요."
그리하여,
나는 [수도원 기행 2]와 센스있게 한권 더 보내준 책 [소설가의 일]을 받게 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김연수 작가 책도 제목부터 기대를 갖게 만든다.
옷선물이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로 나는 책만큼 좋은 선물이 없는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12월, 업무상 무지 바쁜 달이다. 내년 3월까지 회계결산이니 실적이니 일이 집중되어 바쁘다. 그런데 나는 지난주에 책3권을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1권은 회사에서 읽고 있고, 2권은 귀가해 집에서 읽고 있다. 갑자기 책 부자가 되었다. 오늘도 바쁜 틈을 내서 사무실에서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읽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진실을 가입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보험사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는데, 수도원 기행을 중간중간 읽으면서 내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한다. 겨울밤이 긴 이유는 책을 읽으며 추운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라는 뜻이 아닐까. 요즘 책 읽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하루 2시간 이상은 독서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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