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년 / 박성우
미수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억찬장에서 미수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수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처음으로 맞았다
소설가 손홍규님의 [아름다운 테러]라는 칼럼을 읽다가
이 시를 알게 되었다.
삼학년이라는 시는 박성우 시인의 어린시절을 그린 시인데,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부드러운 테러이다.
비록 우물물은 당분간 못 마셨을지라도
어린 아이의 순수한 테러는 두고두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을 것이다.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산다면 천국에 들어갈 것이다.
그나마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탁한 세상에 시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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