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영 등록을 해놓고 하루도 강습받지 못했다. 여행을 다녀오고, 업무로 바쁜 일정이 계속되었고 날씨도 춥고 이래저래 꼬박 한달을 다니지 못했다. 추운 날씨에는 웬지 물에 들어간다는 것이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업무상 바쁜 시기가 되어서 내년 봄에 등록하려고 사물함에 있는 목욕 바구니를 가지러 간 날, 내 마음은 백팔십도 달라졌다. 수영장의 있는 사람들이 추위도 잊고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었다.
올해 6월 1일에 수영을 등록한 후 꼬박 5개월을 배웠다. 지금 수영을 쉬어버리면 그동안 배운것마저 잊어버릴 듯 같았다. 모든 영법이 여전히 어설프고 숨이 차서 50미터를 한번에 끝까지 가지 못하지만 이왕 시작한 것 다시 해보자는 오기가 발동했다.
“강사님, 추운 겨울에도 수영 계속 하나요?”
수영은 1년 내내 강습이 있다고 했다. 10월 한달 동안 나는 수영장을 가지 않아서 좋았다. 내가 못한 것을 하지 않는 자유함이랄까. 마음이 정말로 편했다. 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이 큰 행복이였다. 퇴근 후 매일 곧바로 귀가하지 못하고 다른 일정을 소화하기까지 벅찼나보다.
그런데 다시 강습을 받으려고 11월 등록을 하고 나니 마음 한편으로는 괜히 등록했어,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일어나고 있었다. 퇴근 후 수영장 가려고 차에 앉아 운전대를 잡으면 갈등이 생긴다. 어둡고 날씨가 추운데 그냥 집으로 갈까. 그러면 안되지, 샤워만 하고 오더라도 일단 수영장으로 가자,고 결심하고 막상 수영장에 가면 정말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나를 이긴 승리로 쾌감을 느낀다.
월요일 11월 첫 강습이 있었다. 10월까지 수영장 맨 끝 레인에서 강습을 받았는데, 기초반이 들어와 중급반인 우리반은 그 다음 레인으로 옮겨서 수영을 했다. 맨 끝 레인에는 수영 기초반 30여 명이 들어와 음파와 발차기를 배우고 있었다. 6개월 전에 딱 우리의 모습이다. 음파와 발차기를 배울 때 옆 레인 중급반을 무척 부러워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우리가 그렇게 부러워 했던 옆 레인에서 어설프지만 접영까지 하고 있지 않는가. 막연한 부러움의 대상이 있었는데, 꾸준히 했더니 어느 순간 우리도 그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지금은 접영을 집중적으로 배우는 데 제일 힘이 들고 무척 어렵다. 접영은 정말이지 없는 허리도 아프게 만들고, 다른 영법보다 몇배로 숨이 찬다. 접영 자세도 엉성하고 몇 번 차고 나가지 못한 후 물속에서 일어나길 반복한다. 최고로 힘들고 짠한 표정으로 나는 강사님한테 내 힘든 점을 알아주라고 호소를 한다.
“선생님, 저 숨차서 죽을 것 같아 계속 가지 못하고 잠시 쉬고 있으니 이해해 주세요.”
어제는 우리 중급반에서 25명 정도 수업을 받았다. 그동안 6월 1일자에 등록한 여자 회원이 20여 명 정도 되었는데 한두사람씩 그만 두더니 그 멤버 중에서 나만 남아 있더라. 묘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반에서 내가 수영을 제일 못했는데, 마지막까지 남는 자는 나였다. 많은 여자 회원들이 일이 있어서, 날씨가 추워서, 수영이 힘들어서, 여러 가지 이유로 그만 뒀다.
살아 있는 자가 승리자,라고 했던가. 수영도 그렇다. 비록 지금은 어설프고 못하지만 끝까지 남아서 수영의 끝을 보는 자가 승리자가 될거라 믿는다. 수영을 하면서 힘도 더 빼야 하고 물과 더 친해져서 물에서 논다는 생각으로 하겠다. 이제 더 이상 수영장을 갈까, 집으로 갈까 갈등하지 않겠다. 수영장으로 가는 길이 춥지, 막상 수영장에 들어가면 적당한 온도의 물이라 생각처럼 춥지 않다. 강습을 따라 가려면 오히려 얼굴에서 열이 나고 몸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수영과 내가 하나가 될때까지 끝까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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