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대교에서]
함께 산책하는 멤버들과 고흥 힐링 투어를 나섰다. 차 한 대에 모두 탑승한 후 나들이 떠나는 마음이 꼭 소풍가는 학생들 같다. 다들 설레고 기분 좋은 모습들이다. 미리 준비한 간식을 먹으면서 차창을 쳐다보니 봄이 오고 있다. 바쁜 업무로 연일 힘들었는데, 오늘의 모임이 주는 기대감으로 하루하루 버텼다. 주말 아침 7시에 출발하여 8시 30분쯤에 녹동항에 도착했다. 오늘은 일행들과 세끼를 먹어야 한다. 그래서 아침식사를 위해 수소문 끝에 맛집을 찾아갔다. 아침식사는 몸에 좋은 장어탕을 먹었다. 된장을 풀어 넣어서 무척 담백한 맛을 냈다.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잘 먹고 건어물 가게에서 미역과 김, 다시마를 착한 가격에 질 좋은 것으로 샀으니 부자가 되었다.
수산시장에 들어가니 팔딱거리는 생선이 무척 싱싱하게 보인다. 점심때 먹을 회를 찜해 놓고 우리는 고흥의 명물 거금대교로 향했다. 2,028m의 대교는 왕복 4키로 정도 된다. 대교 위층은 차가 달리고 아래층은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며 다리를 건넌다. 자전거를 1시간 대여하는데 만원이다.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우리 부부 네쌍은 자전거를 빌려 아내를 뒤에 앉히고 달렸다. 연애시절로 돌아간 듯 바람결에 머리를 날리며 씽씽 페달을 밟았다.
대교가 은근히 아치형이라 오르막길은 좀 팍팍했다. 그러나 내리막길은 페달을 돌리지 않고도 쉽게 달릴 수 있었다. 우리 부부도 연인 자전거를 얼마만에 타본지 모른다.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였으니 10년은 넘은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청정바다에서 무엇을 열심히 건져 올리고 있었다. 배가 지나가는 자리에 갈매기 때가 내려 앉아 먹이를 찾아 먹는데 그 모습이 또 장관이다.
아침에 봐둔 수산시장에 다시 들렸다. 싱싱한 활어 우럭, 돔, 광어를 8만원에 싸게 샀다. 정말로 도시에서는 이 돈으로 먹을 수 없는 양이엿다. 즉석에서 회를 떠서 식사할 수 있는 식당으로 올라가 8명이 먹는데, 회로 배를 채울만큼 푸짐했다. 회 맛은 쫄깃하고 달았다. 1인분에 6천원씩 하는 맑은탕(지리)으로 주문했다. 담백하고 맛있다. 바닷가 출신 남편은 회킬러인데 얼마나 잘 먹던지 보고 있는 내가 더 흐뭇했다.
점심을 거하게 잘 먹고 운동삼아 익금해수욕장을 갔다. 잘 만들어진 해안 숲길을 걸으니 몽돌도 만날 수 있었다. 수석에는 전혀 지식이 없는데 돌 하나하나 역사를 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천년 동안 물살로 제 몸을 깎다보니 모나고 돌출된 부분은 동글동글 부드러운 돌이 되었다.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다. 무인도에 온 듯 조용하고 고즈넉해서 좋았다. 간간이 자연이 만들어낸 돌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해수욕장 해변가에는 파래와 김 미역이 남아 있어서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파래를 손으로 걷어서 향기를 맡아보니 바다향이 그윽하다. 고흥 바다는 정말로 청정지역이다.
오후에 멤버 2명이 더 합류하여 향긋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우리는 국립소록도병원에 갔다. 중앙공원을 산책하며 여기저기 안내글을 읽노라니 마음이 아프다. 공원의 수목들도 오래된 역사를 말해주듯 기이한 나무들이 많았다. 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저녁식사는 벌교에서 꼬막정식을 먹기로 하고 출발했다. 내 머릿속의 꼬막정식은 이것이 아니였는데 소문난 집에 먹을 것 없다고 우리가 찾아간 식당은 별로였다. 그러나 모두 함께 했기에 행복한 고흥 힐링 투어가 되었다. 고흥을 다시 찾게 된다면 분명 산행이 아닐까 싶다. 그때는 고흥의 또다른 맛과 멋을 느낄 것 같다.
고흥은 쪽빛 바다 그대로다. 뉴질랜드의 와타키푸 호수처럼 물빛이 고왔다. 허나 그 넓은 바다는 양식장으로 덮혀 있었다. 즐기는 자 따로 있고 열심히 일하는 자 따로 있는 듯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바다이지만 일하는 그들에게는 지긋지긋한 바다가 아닐까. 모든 것 수작업으로 했을텐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고흥을 떠올리면 유자 열매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미역, 파래, 매생이, 생선, 참다래 등 다양한 먹거리를 떠올리게 되었다. 예전에 알지 못한 고흥의 새로운 면을 접하게 되었다.
이날, 열명의 대원들은 헤어지기가 아쉬워 밤10시까지 더 좋은 시간을 갖었다. 모든 여건을 허락하신 그분께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또 있을 힐링 투어는 어디가 될지 궁금하다.
[익금 해수욕장]
[녹동항]
[불가사리]
[거금대교]
[파래를 구경하며]
[국립소록도병원 가는 길목]
[갈매기]
[돌 작품]
[나는 멤버들 사진 찍어주고, 누가 나를 찍어주지 않아 셀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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