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여행,일상을 벗다

[고창읍성] 휴가나온 아들과 고창읍성 산책, 휴스파 온천을 즐기다

순수산 2015. 1. 7. 17:30

 

 

 

“엄마, 뜨거운 곳에서 몸 좀 지지고 싶어.”

추운 군부대 생활에서 친구, 엄마, 아빠(아들이 보고 싶은 얼굴 순위가 아닐까?)가 있는 남쪽나라로 9박 10일 정기휴가를 나온 아들이 대뜸 한 말이다.

“뽀송뽀송한 이불을 덮고 하루종일 잠 한번 자고 싶어.”

아들은 규칙적인 군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롭게 지내고 싶은 것이다. 10일 동안이래봤자 부대와 집을 오며 가며 이틀이 걸렸으니 8일 동안 전역한 사람처럼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얼마나 휴가날을 손꼽아 기다렸을까.

 

버스타고 내려온 날 눈이 많이 내려 장장 6시간이 걸려서 집에 도착했다. 무척 고생했나보다. 눈길에 무사히 귀가한 아들을 집에서 보는데, 그제사 안도의 웃음이 나왔다. 아들의 상체는 역삼각형이 되어 있었고, 대퇴부 종아리는 단단한 돌이 되어 있었다. 규칙적인 생활이 만든 결과다. 군입대 9개월 만에 몸도 마음도 다부진 아들로 변신하여 감사하다.

친구들 볼 계획으로 약속이 빡빡하게 세워졌을텐데,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도 있어야 된다고 했다. 그리고 사진으로 남겨놓아야 하니 제발 엄마 아빠랑 함께 가까운 곳에 나들이를 다녀오자고 했다. 그리고 아들이 원하는 온천욕도 하자고 했더니, 감사하게 스케쥴을 내줬다.

 

고창읍성을 초등학교때 와봤다는 아들은 아빠와 함께 걸어가면서 군대훈련 얘기를 참 많이도 한다. 아들에게 아빠는 정말로 필요한 존재다. 초등학교 고학년 고래잡을 때도 엄마의 위로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빠가 해봐서 아는데~” 이 한마디로 아들은 아빠의 귀에 쫑긋하게 된다. “아빠가 군대 훈련 받을때는~” 이 한마디에 엄마하고는 소통하기 힘든 얘기를 아빠와 많은 대화를 하게 한다. 먼훗날 “아빠,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도통 여자의 마음을 모르겠어요?” 이런 말로 또 아들은 아빠에게 상담하지 않을까, 싶다.

 

부자가 걸어가는 뒷모습만 봐도 배부르고 흐뭇하다. 1시간 가량 산책을 한후 우리는 셀카를 찍으면서 웃게 되었다. 요즘 웃을 일 없는데, 셀카가 우리를 웃게 만든다. 퓨전 한정식당에서 편안한 식사를 하고 우리는 석정 휴스파에서 온천욕을 즐겼다. 아들은 아빠랑 남탕에 들어가고 나 혼자 여탕에 들어가는데, 이럴 때 딸이 있어야 손잡고 들어가는데, 아쉽다. 2시간 가량 아무말도 못하고 목욕만 해야되는 딸없는 엄마들의 적적함이 목욕탕에 오면 다시금 느껴진다. 그래서 말은 못하고 눈만 돌려 목욕탕 사람구경을 하는데, 엄마는 못생겼는데, 딸이 키 크고 미인이면 그 못생긴 엄마를 부러운 시선으로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

 

산책하고 맛난 음식 먹고 온천욕까지 하고 나면 내가 무척 행복하다,는 느낌이 절로 생긴다.

행복이 별건가~ 사랑하는 우리가족과 함께 하면 행복이지. 이렇게 추억을 쌓고 언제라도 그 추억을 들춰볼수 있도록 바쁜 시간 쪼개서 기록을 남겨놓은 것은 아들이 중년이 되어서 군대시절을 회상할 때 엄마의 노고를 인정해줄 것 같다.

아들이 좋은 날 주안에서 휴가를 잘보내고 귀대한지 2주일이 되어가는데, 이제사 글을 쓰게 되었다. 이제사 밀린 숙제를 하나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