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여행,일상을 벗다

[양평] 편리함을 내려놓으니, 내안에 평안함이 깃들다

순수산 2015. 5. 6. 16:32

 

숲속 평상에서 바라본 풍경

 

 

물의 도시 양평에 다녀왔다. 군복무중인 아들이 양주 부대에서 3개월 동안 파견 중이라 연휴를 맞이하여 첫 면회를 다녀오기로 했다. 아들 보러 양주는 다음날 가기로 하고 먼저 양평에 사는 남편 친구네를 방문하기로 했다. 남편 친구는 서울 병원에 근무하다가 올해 광주로 발령 받아 현재 광주 모병원에 근무중이다. 가족이 거처하는 집은 양주이고 양평에서는 주말, 주일에 밭농사를 짓고 있다. 친구 덕에 양평이라는 곳을 처음 가보게 되었다.

 

광주에서 차로 5시간을 운전해 도착한 양평, 조용한 시골의 풍경이 우리를 맞이했다. 마침 건강 축제인, 용문사에서 산나물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남편 친구네는 멀리 광주에서 온 우리를 위해 점심으로 한우고기를 구워줬다. 아내는 텃밭에서 갓 뜯어온 부추와 상추로 싱싱한 겉저리를 해주었다. 세상과 단절된 고요함, 그런 느낌이 좋았다.

 

주변 풍경을 즐기면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우리는 뒷산 그들만의 아지트, 평상이 있는 곳으로 갔다. 온통 나무로 둘러쌓인 평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곳이 천국이 아닐까, 싶었다. 연녹색의 나뭇잎들이 하늘을 덮고 있는데, 어찌나 아름답던지. 피부에 닿은 바람의 느낌이 아랫동네와는 달랐다. 가을에 오면 이 나뭇잎들은 붉은옷을 입고 있겠지. 평상에 앉아 담소를 나누면서 느낀 것인데, 복잡하고 빠르고 정신없는 도시 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불쌍해졌다. 그만큼 대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힘이 크리라. 도시에서 자라 줄곧 도시에서 자란 나에게 이런 여유가 묻어나는 시골 풍경이 좋았다.

 

친구 내외와 함께 용문사에 갔다. 산나물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우리는 졸졸졸 흐르는 물길따라 한참이나 산책하며 용문사 입구까지 올라갔다. 나무의 두께가 말해주듯 용문사의 유명한 은행나무에서 사진을 찍었다. 산사 카페에서 주문한 식혜가 어찌나 시원하고 달달한지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이 얼마나 느긋한 즐거움인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용문산 가섭봉(1157m) 정상까지 올라가 보리라.

 

용문사에서 내려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팔당호로 달렸다. 이곳은 붕어축제를 하고 있었다. 팔당호를 끼고 식당으로 달리는데 해가 저 산너머로 곧 넘어가려고 했다. 차 유리창에 비친 붉은노을이 우리를 내리게 했다. 차를 정차시키고 넘어가는 해를 지긋이 바라봤다. 숭고하고 경건하기까지 했다. 하늘이 준 선물이였다. 저녁노을이 무척 환상적이였고 팔당호에 비친 모습도 예술이였다. 팔당호에서 직접 수확한 붕어는 또 얼마나 큰지. 푸짐하게 붕어찜를 먹고 우리는 친구네 원룸으로 가는 길에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찻집에 들렸다.

 

규모뿐 아니라 찻집 입구쪽에는 멋진 등장식이 되어있어 오고가는 사람들의 볼거리를 만들었다. 내부에는 전통 음악이 흐르고, 역시 물의 도시 양평답게 찻집의 내부에도 조르르 똑똑 물소리가 인상 깊었다. 찻집은 다기셋트 및 차와 관련된 제품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친구 내외는 그동안 수없이 찻집을 지나가며 ‘저렇게 불을 많이 밝혀서 과연 장사가 될까?’라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 순전히 우리 덕(?)에 걱정만 했던 찻집에 입성한 것이다. 막상 찻집 안으로 들어가 본 이상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실내장식이 예술에 가까웠다. 차 맛도 일품이고 차와 곁들어준 약과도 달달하여 좋았다. 그리고 찻집 화장실이 얼마나 고급스럽게 장식해 놓았는지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다. 주인장의 스케일이 맘에 들었다.

 

우리는 하루 일과를 잘 보내고 농사 지으며 잠깐씩 머물렸던 곳, 친구의 원룸에서 하룻밤을 머물기로 했다. 5년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가 참 대단하다. 인적이 없던 곳에 친구가 최초로 터를 잡은 후 그 뒤로 한 두사람씩 이곳에 집을 짓고 정착을 했다고 한다. 주변은 적막함 그 자체. 도시에서는 느낄수 없는 세계였다. 원룸 밖을 나가면 강렬한 불빛이 아니라 은은한 달빛으로 사물을 구분할 수 있었다. 산속에서 울어대는 동물소리도 생경했다. 어둔 밤에 별은 빛났고 자연과 가장 밀접한 공간까지 들어간 상태였다. 편리함을 조금 내려놓으니 내안에 평안함이 들어왔다.

 

 

 

남편 친구 내외

 

 

 

용문사 산책 중에

 

 

 

 

 

 

 

 

 

 

 

 

 

 

 

 

 

 

 

팔당호를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 중에 저녁 노을을 만나다.

 

 

 

 

 

 

 

 

 

천년찻집 앞에서

 

 

 

 

 

 

 

마님이 출입하는 화장실

 

 

력셔리한 찻집 화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