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의 모임이였다. 우리는 연초록이 예쁜 메타세콰이아 길을 걷기로 했다.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져서 혹시나 친구들이 모임취소를 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한사람도 그런 전화없이 우리집 주차장으로 9시까지 모였다. 그만큼 이 모임을 기다렸다는 증거이다. 비가 오면 우산 쓰고 산책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굳이 내리는 비가 원인이 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중년이 되니 여유가 묻어난다.
이른 시간이라 메타의 숲길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우리들만의 세상이 되었다. 산책 초입부터 예쁜 메타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느라 산책 진도가 영 나가길 않았다. 나는 셀카봉으로 찍고, 한 친구는 디지털카메라로 찍고 다른 두 친구들도 스마트폰으로 찍으며 우리는 서로의 표정이 웃겨서 깔깔깔 대고 웃었다. 메리스 때문에 모임을 연기해야 하나, 했는데 그냥 모임 하길 잘했다. 건강하게 웃고 잘 논다면 메리스도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 같았다.
숲길을 걷는데 무공해 오디를 컵에 담아 팔고 있었다. 우리는 손에 까만 물을 들여가며 서로 나눠 먹었다. 메타의 숲길 왕복 3.2km를 걷고 보니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다. 메리스 때문에 손님이 없어서 식당이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창평 보리밥 전문집은 예외였다. 어찌나 손님들로 북적거리든지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는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서 그 맛난 음식을 한가지씩 해치웠다. 따뜻한 호박전, 시원한 비빔냉면, 코를 톡 쏘게 하는 홍어와 보쌈이 있는 삼합 등 먹는 재미가 한몫 크게 했다. 특히 친구들과 먹으니 더 맛있었다.
밥을 먹고 난후 아담한 찻집에서 아메리카노를 한잔씩 시켜놓고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여전히 직장생활 잘하며 책도 많이 읽어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준 올드미스 친구. 가정집 어린이집에서 개구쟁이 아이들을 돌보며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친구. 이 나이에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다는 친구. 모두들 참 잘 살고 있었다. 듣고 보니 우리 대화의 결론은 "카르페 디엠(Carpe diem)"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였다. 어쩌면 안 올지도 모를 먼 미래의 행복을 위해 소중한 지금을 저당 잡히지 말고 이순간을 즐기자는 얘기였다.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며 그 행복을 순간순간 온마음으로 느끼자는 것이다. 그것이 잘 사는 길이라 서로 얘기했다.
친구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동시대를 같이 살아온 마음 맞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삶에 지쳐서 피곤하고 때론 뜻하지 않는 상처를 받았더라도 마음을 어루만져줄 친구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고마운 친구들이 있기에 오늘도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모임의 마무리로 탁구까지 치고 정말로 풍요로운 모임이였다. 연초록의 메타의 숲길에서 울긋불긋 웃는 여인네들의 모습이 참 예쁘다.
라틴어 카르페(Carpe)는 즐기다, 잡다, 사용하다라는 의미이고, 디엠(diem)은 날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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