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친구,삶의 윤활유

[강천산] 늙은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순수산 2015. 10. 21. 16:01

 

[구룡폭포 앞에서]

 

 

개나리 모임 친구들과 강천사 군립공원에 다녀왔다. 직장과 집안일로 그 누구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40대 중반 우리들에게 휴식의 시간이 간절히 필요했다. 같은 날에 중요한 약속이 있었지만 과감히 뿌리치고 나는 이 모임을 택했다. 내가 회장겸 총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모임이 주는 정신적인 쉼이 좋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서나마 모든 것 내려놓고 허심탄회 얘기하고픈 한 친구는 교육이 있어서 나오지 못했다. 몸은 교육장에 있을지 몰라도 마음만은 우리와 함께 강천산에 왔으리라. 가을하늘이 높고 맑아서 좋다. 가을은 정말로 부지런해야 한다. 여기저기 찾아가서 봐야할 볼거리가 많다. 깨어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잠으로 보내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시절이다.

 

혼자서도 강천산에 자주 찾아간다는 친구가 네비양의 안내도 없이 운전을 했다. 차 안에서 우리 셋은 이런저런 얘기를 꽃피웠다. 30여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전국에서 온 등산객들로 초입부터 북적거렸다. 색색의 관광버스는 주차장 한쪽에 도열해 있었다. 강천사는 그렇게 높지도 않고 흙길이라 산책하기도 좋은 곳이다. 데크 조성도 잘되어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자주 찾는 명소이다. 운동화를 손에 들고 맨발로 걸어가도 좋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다. 단풍아래 사진을 찍고 구룡폭포 앞 다리 위에서 징검다리 건너는 사진을 연출했다.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초등학생들의 하교길처럼 보였다. 어딜가든 멋진 사진 두서너컷 건지면 부자가 된다. 이번 산행에서도 징검다리 건너는 사진과 구룡폭포 앞에서 찍어준 우리셋의 사진이 마음에 쏙 든다.

 

사진을 서로 찍어주면서 자연스럽지 못한 웃음과 어색한 표정 때문에 웃는다. 굳어진 표정과 증명사진 찍는 것처럼 딱딱한 모습을 사진으로 보면 그리 예쁘지 않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인데 그것이 힘들다. 친구들을 만나면 자주 사진을 찍지만 여전히 카메라 앞에 서면 어색하다. 그만큼 순수하다는 뜻일까?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으면서 직장인으로서의 고달픔에 대하여 얘기를 털어놓았다. 세상사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 20년 넘은 직장인으로서 응급사항에 대처하는 능력까지 겸비한 자칭 베테랑들이다. 고등학교 2학년때 학교측에서 만들어준 각반 반장들의 모임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25년, 시간의 흐름 속에 친구들이 변해가고 성숙해가는 모습이 느껴진다. 낙숫물에 바위를 뚫은 듯, 개성 강한 친구들이 조약돌처럼 두루뭉술해졌다. 여유도 보이고 상대의 얘기에 호응도 하고 맞장구도 쳐준다.

 

한떨기 예쁜 장미꽃이기를 바랬던 우리가 국화꽃이 되어간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시처럼 말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늙은 것이 아니라 인생의 참맛을 깨닫기에 익어가는 것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앞으로 20년 후의 우리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이보다 더 두루뭉술하게 변해 있겠지. 또한 더 평안하게 잘 살고 있겠지. 가정보다는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이 친구들과 매주 산행도 가고 1년에 한번 이상 해외여행도 다닐 듯 싶다.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좋다. 오래된 친구는 더할나위 없이 더 좋다.

 

 

 

 

 

 

 

 

 

 

 

[징검다리를 건너다]

 

 

 

[조금만 유치하면 즐겁다]

 

 

 

 

 

 

 

 

 

 

 

 

 

 

 

 

 

 

 

 

[강천산 구름다리]

 

 

 

 

[한상 거하게 시켜서 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