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힐링,나의 산얘기

[병풍산] 순수산, 바람 제대로 맞았습니다

순수산 2015. 7. 28. 15:17

 

 

 

주말, 모처럼 늦잠을 잔 후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했다. 남편과 의기투합하여 집에서 30여 분 거리에 있는 담양 병풍산을 갔다. 병풍산 근처에 들깨수제비 잘하는 식당이 있는데 점심은 그곳에서 먹기로 했다. 요즘 날씨는 좋았다가 갑자기 흐려지기에 일단 우비를 챙겼다. 남편은 배낭도 매지 말고 물만 챙겨서 가자고 했지만, 어찌 인간의 생각으로 자연을 평가하리요. 만일 하나를 생각하며 배낭 안에 이것저것 챙겼다.

 

“병풍산 위치는 전남 담양군 대전면 평장리 142. 담양의 명산인 병풍산(822.2m)은 담양군의 산 가운데 가장 높은 산이며 일명 "용구산"이라고도 한다. 산세가 병풍을 둘러놓은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병풍산"으로 불리어졌다고 한다. 병풍산 상봉 바로 아래에는 바위 밑에 굴이 있고, 그 안에 신기하게도 두 평 남짓한 깊은 샘이 있어 이 샘을 "용구샘"이라 하는데, 지금도 이곳에서 솟아오르는 깨끗한 생수가 등산객들의 귀중한 식수가 되고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북으로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이 보이고 추월산, 담양읍내는 물론 지리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Daum 백과사전 발췌-

 

광주에서 가까운 담양이라 가볍게 산책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습한 기운을 뒤로한채 한걸음씩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산에 있으면 정말로 행복해서 못난 내 마음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 모든 것을 용서할 포용력이 생기고 몸과 마음이 상처난 곳도 깨끗하게 치유가 된다. 그러나 하산하면 속좁은 인간으로 다시 돌아가니 그것이 문제로다.

 

산을 절반 정도 올라가니 운무가 산 전체를 덮었다.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던지 머리카락이 내 뺨을 마구 때렸다. 이럴때는 모자를 가져와서 꾹 눌러썼으면 좋았을텐데, 손수건으로 머리를 싸맸다. 우리가 걸어가는 1,2 미터만 겨우 보이고 모든 것은 불투명한 흰색 뿐이다.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갔다. 걸으면서 중심을 잘 잡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바람이 부는대로 나도 날아갈 것 같았다.

 

새벽 안개낀 풍경이 신비롭고 멋지 듯, 산에서는 비가 온 뒤 운무가 낀 풍광이 멋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 잠시 들어온 듯 운무로 덮힌 세상을 우리는 마음껏 누렸다. 멋진 풍경을 남편과 함께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먼훗날 나이가 들어 병풍산을 떠올릴 때 우리는 운무가 낀 오늘의 시간을 기억하지 않을까.

 

정상에 올라 간식을 먹으려고 앉았는데, 주변은 온통 하해서 보이지 않았다. 셀카로 찍어 그 순간을 담고, 그때 그 느낌을 고스란히 남기고자 수첩을 꺼내 기록을 했다. 그런데 일순간 운무가 걷히더니 아랫마을 동네가 언뜻 보이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단지 운무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뿐)곳에 뭔가가 나타나자 두려움이 생겼다. 정상에는 우리 둘뿐 아무도 없었다. 나를 날려 버릴듯한 사나운 바람은 차츰 잦아들더니 안개에 갖힌 세상도 조금씩 드러나게 되었다.

 

정상에서 간식을 먹고 조금 쉬었다가 하산을 하는데, 우리가 등산할 때 보았던 운무가 다 걷히더니 밝은 세상이 나타났다. 더불어 신비함은 어느 순간 물러가 버렸다. 땀에 젖은 몸은 자연바람이 다 말려주었다. 모처럼 바람다운 바람을 제대로 맞았다. 머리카락은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인상은 찌푸려지고 사진은 엉망으로 나왔으나 등산하고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몸에 좋은 들깨수제비를 맛있게 먹고 대중탕에 가서 목욕도 하고 저녁식사 대용으로 인절미빙수도 먹었다. 더운 7월에 동악산, 병풍산을 등산하고 추억을 만들어 기록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바람의 세기를 손수건으로 보여주며~]

 

 

 

 

 

 

 

 

 

 

 

 

 

 

[정상에서 기록을 남기다]

 

 

 

 

 

 

 

 

 

 

 

 

 

[운무가 걷히자 드러나는 아랫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