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십리 해변에서 아침 해를 맞이하다]
1박2일 완도여행을 다녀왔다. 12월 25일 성탄예배를 드리고 지인들과 함께 8명이 완도 명사십리로 달렸다. 연휴 피크라 우려했는데, 그래도 펜션을 예약하게 되어서 다행이였다. 여행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여행을 기대하며 살기에 업무로 찌든 삶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
어린아이의 노래는 천사의 노래다. 먹거리 볼거리를 기대하며 명사십리로 가는 차 안의 오디오에서 맑은 목소리의 캐럴이 나온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따라 불렀다. 이날은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기쁜 성탄절이지 않는가.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최신식 건물은 아니지만 펜션은 우리가 쉴만한 곳이였다. 저녁 먹거리를 사기 위해 짐을 풀고 완도금일수협으로 나섰다. 팔딱거리는 싱싱한 도미를 그 자리에서 회를 뜨고 손바닥만한 전복 9개가 1kg라고 해서 3kg를 샀다. 착한 가격으로 피꼬막과 문어까지 푸짐하게 장을 봐서 펜션으로 돌아왔다. 주부경력 30년, 달인 경지에 오른 세분의 언니들이 척척척 몇 번의 손을 거치니 화려한 저녁식탁이 차려졌다.
건강식으로 차려진 저녁밥상을 보면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표정들이다. 모두들 먹으면서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참기름을 바른 전복구이도 맛있고 전복회도 맛있다. 문어 숙회도 좋고 먹기 편하게 껍질을 까준 피꼬막까지 해산물을 코스로 먹었다. 내가 보기에는 큰 희생이라 생각되는데 한 언니가 맛깔스런 밑반찬을 준비해 와서 밥상이 훨씬 더 화려했다. 엄마가 자식을 먹이는 그런 마음으로 준비해온 듯 싶었다. 감사하다고 얘기했더니 맛있게 먹으면 그것으로 흡족하다고 했다. 특급 요리사인 이 언니는 어딜가든 함께 가고 싶다.
저녁을 거하게 잘먹고 우리는 운동삼아 바로 앞 명사십리를 걸었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4km 걸어가는데, 모래를 밟고 걸어서인지 다리가 퍽퍽해서 아프다. 그래도 기분은 상쾌했다.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뺨에 스치는 상쾌한 바람이 신선하다. 도란도란 서로 얘기를 나누며 우리의 1박2일 여행의 첫날이 지나갔다.
낯선 여행지에서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 마냥 좋다. 언니들은 늦게까지 잠을 잔다고 하길래 나는 남자 네분과 함께 아침산책을 나섰다. 다시한번 명사십리를 걸었다. 해변 끝으로 걸어가다보니 차가 모래에 빠져서 꼼짝달싹을 못하고 있다. 우리 다섯명은 독수리 5형제로 변신하여 힘을 합쳐 차를 밀었다. 헛바퀴가 몇 번 돌더니 차가 모래를 밀고 빠져나온다.
차가 빠져서 난처한 상황에 처한 부부를 모른척하며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라도 도와줬을 것이다. 이것이 인지상정이다. 도움 받은 이 부부는 이날을 기분좋게 기억하며 어디서든 도움을 되돌려 주는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좋은 일을 하고나니 뿌듯하다. 복 많이 받으라며 차주가 연신 감사하다고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산책도 하고 좋은 일도 하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펜션으로 돌아 왔는데, 우리의 언니 들이 맛있게 전복죽을 끓여놓았다.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서 먹을수 있다는 이 행복, 주부경력 22년이 된 나는 오랜만에 감동의 아침 밥상을 받았다. 진짜 고마운 언니들이다.
맛있게 어서 먹으라며 전복죽을 주는데, 내가 먹어본 것 중에서 제일 고소하고 맛있다. 싱싱한 전복이라 맛이 있었겠지만 누굴 위해 사랑과 정성으로 끓여준 것이라 더 맛있었다. 어떤 명가 식당에서도 맛볼수 없는 전복죽이다. 두고두고 잊지 못할 맛이다. 건강식 전복죽 두 그릇을 먹고 나니 파워에너지가 솟는다. 이번 완도여행은 건강을 다지는 맛있는 힐링 여행이였다.
2015년 바쁘게 살아온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12월 26일 명사십리 수평선 저 너머에서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희망의 태양을 바라보면서 그분께 내 마음을 전했다. “한해동안 감사합니다. 모든 것 당신 덕분입니다.”
[전복구이, 문어숙회, 도미 저녁 만찬]
[환상의 전복죽]
[정도리 해변에서]
업무가 많아 한달 전쯤의 일을 이제야 올린다.
곰이 겨울잠을 자듯, 나도 겨울 동안에는 동굴(사무실)에 들어가 업무만 파고 있어야 된다.
할 이야기는 많은데, 쓸 시간이 없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접고 나니 삶이 삭막해서 안되겠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짬을 내서 좋아하는 글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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