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 정상]
2016년 새해 첫날, 무등산 서석대에 올라갔다.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 중머리재 코스가 아닌 정겨운 옛길 코스를 밟았다. 쌀쌀한 날씨를 뒤로한채 마음을 새롭게 다지자는 취지로 산행을 한 것이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커피와 과일만 챙겼다. 아침겸 점심을 먹은 후 낮 12시쯤에 집에서 나섰다. 우리집 베란다 창문을 통해 무등산의 해뜨는 모습을 자주 보기에 무등산은 항상 정겨운 산이다.
무등산 옛길을 따라 조금 걸으니 언 땅이 녹으면서 질퍽거렸다. 등산화에 흙이 붙는다. 그래도 사람이 많은 것보다는 조용해서 좋았다. 빠르게 걷다보니 등짝에서 땀이 흐른다. 한겨울에 땀 흘리기 쉽지 않는데 반가운 땀이다. 오랜만에 오른 산행이라 셀레기까지 했다. 한달에 한번 이상은 산행을 하자고 했지만 엄마의 병간호와 추운 날씨 때문에 계획대로 실천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마음은 늘 포근하게 나를 안아주는 산에 머물고 있다.
산 중턱에 오르는데 제법 눈이 쌓여 있다. 언제 눈이 왔지? 생각을 해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복잡한 도시는 눈이 쌓여있게 놔두지 않는데, 자연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며 인공미를 덧칠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앙상한 나무에 눈이 쌓인 모습이 꼭 흰모자를 뒤집어 쓴 듯 하다. 나무 가지마다 눈으로 코팅을 해놓았다. 올 겨울 산행에서 처음 보는 눈꽃이라 반갑다. 눈이 쌓여 바닥이 미끄럽기에 오히려 천천히 걸으며 감상을 하게 된다.
겨울 산행의 최고 간식은 귤이다. 달콤하고 시원하고 상큼한 귤을 사이좋게 나눠먹고 우리는 각자 서로를 향해 멋진 사진을 찍어준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 셀카봉을 이용해 부부사진도 여러장 찍었다. 이날따라 하늘도 멋진 장관을 보여주니 고맙다. 두 개의 층으로 나뉜 하늘의 색깔이 달라서 꼭 바다처럼 보인다.
원효분소에서 서석대 정상까지는 4km 이다. 힘겹게 오른만큼 완주의 기쁨이 크다. 가장 높은 바위에서 포즈를 잡고 있으니 남편이 사진을 찍어준다. 사진 찍을때만큼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멋지다,라는 생각을 해야 진짜 멋진 사진이 나온다. 산에 오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른다. 대자연의 선물을 고스란히 받게 되어 감사하다. 단, 산에 눈이 쌓여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아이젠을 챙기지 않아 하산길이 미끄러워 위험했다. 평지에서 한번 넘어질때는 무릎을 다쳤고, 내리막길에서 넘어질때는 큰 나무에 머리를 부딪쳤다. 그 충격으로 대낮에 노란 별을 여러개 봤다.
두 번 넘어지고 “스르르륵” 한발이 공중부양하여 넘어질뻔한 사태가 열번쯤 된다. 내려가는 길이 막막하게 느껴지자 “자기야, 내려가는 길은 왜 이렇게 멀어?”라고 남편한테 물었다. “우리가 산에 오를때는 서석대 정상이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덜 힘들었던거야.”라고 남편이 대답을 해준다.
힘들지 않게 살려면 목적이 있는 삶을 살리라. 이왕이면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하면서 계획성 있게 살리라.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의 점검은 꼭 할 것이다. 산은 내게 더 겸손하라고 말한다. 올해도 느긋한 마음으로 더 지혜롭게 살라고 전한다. 이 말을 듣기 위해 산에 갔었나보다.
그래도 무사히 하산을 하게 되어 감사하다. 점심겸 저녁밥으로 담양 고서 맛집 식당에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산행 후에 먹는 음식은 제일 맛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과 탕수육을 맛봤다. 허기진 배를 맛있게 채워서 포만감에 행복했고, 복잡한 생각과 욕심을 산에 버리고 왔기에 몸은 한결 가벼웠다.
[원효분소~서석대 정상까지는 4km]
[겨울 산행중에 가장 맛있는 과일, 귤]
[무등산 천왕봉]
[부부처럼 서로 의지하듯 서있다]
[빛을 받았다]
[눈꽃]
[서석대 정상에서, 남편 山]
[서석대 정상에서, 멋진 포즈를 잡고 있는 나 順]
[새해 첫날부터 알바하고 있는 아들, 수]
[새해첫날, 받은 카톡 중 제일 마음에 든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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