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에서 가야산 하산한 것 때문에 산행 후유증이 심각하다. 지금까지 다녀본 산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산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왕복 9키로 산행인데 그 중에서 하산길 3키로 정도는 폭우 속에서 내려왔으니 할말 다했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엄청 당기고 아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오늘 일정이 가야산 해인사 소리길을 천천히 산책하는 것이다. 주차비는 사천원이고 두명의 입장료가 육천원이라 만원을 내고 들어갔다. 우린 해인사 절 안에는 들어가지도 않는데 소리길을 가려면 지불해야 했다.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소리길 산책을 하면서 그 마음이 사라졌다.
지리산 피아골 계곡보다 더 우렁차게 내지르는 물소리가 여름 더위를 씻겨준다. 소리만 들어도 시원하고 상쾌하다. 그늘진 소나무 산책길을 걸어가는데 이것이 진정한 피서가 아닌가 싶었다. 여유를 느끼고 심신의 피로를 푸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계곡물을 따라 걸어 올라가는데 전날 비가 내려서인지 가는 길이 좀 축축했다. 그래도 좋았다. 가을에 단풍이 들면 더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상암에 가는 길목에 칡꽃이 활짝 피어있다. 향긋한 칡향을 오래도록 맡아봤다. 칡꽃송이를 자세히 살펴봤다. 강낭콩 꽃처럼 생겼다.
한걸음씩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냄새와 풀냄새를 맡았다. 걸으면 걸을수록 운치있는 꽤 괜찮은 길이다. 무장애인길로서 휄체어도 지나갈수 있도록 잘해놓았다. 소리길을 걸으면서 혹시 그 소리가 계곡의 물소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워낙 물소리가 압권이라서. 가야산은 다시 가고싶지 않지만 해인사 소리길은 다시 가보고 싶을만큼 좋다. 그러나 계곡은 출입금지다. 눈으로만 감상하고 귀로만 들어야 하는 것이 단점이지만 아마 출입을 했다면 그만큼 깨끗하게 관리가 되지 않았으리라.
재미있는 영화에 음악이 빠지면 밋밋한 것처럼 소리길에서의 소리가 빠진 사진을 보니 그때 느꼈던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그러나 멋진 소리길을 남편과 함께 했으니, 나중에라도 소리길 얘기로 추억을 까먹을 듯 싶다. 합천 가야산 해인사 소리길, 두고두고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칡꽃송이]
[칡꽃]
[얼마나 더운지 땀으로 젖은 남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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