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미리 해바라기 정원]
엄마가 입원한지 4주째 되어간다. 일반병원에서 공동간병인이 있는 요양병원으로 옮기자 육체적으로는 좀 여유가 생겼으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집에서 10분 거리의 요양병원을 출근 전에 매일 들려서 아침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엄마가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오늘 하루도 씩씩하게 잘 보내라고 하며 회사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하고 병실을 나선다. 그런 다음 퇴근하면 곧바로 병원으로 가서 회사 잘 다녀왔다고 인사하고 1시간 쯤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귀가한다.
매일 두 번씩 병실을 다니면서 많이 지쳐 있었나 보다. 휴식이 필요했다. 회사일은 왜그렇게 또 많은지 어디에도 쉴 곳은 없었다. 그래서 평일은 병실을 다닐테니 주말과 주일은 쉬겠노라고 형제들 단.톡에 통보를 했다. 물론 다른 형제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엄마를 잘 간병하고 있다.
쉬는 주말을 맞이하여 모처럼 집안일을 했다. 그동안 병간호를 주로 하면서 남편이 집안 일을 도맡아 했는데, 아들한테 청소기를 돌리게 하고 나는 물걸레로 닦았다. 냉장고 정리도 하고 빨래도 하고 구석구석 정리도 했다. 속이 다 개운하다. 그리고 대중탕에 가서 때밀이 이모한테 몸을 맡겼다. 그동안 애쓴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때밀이 값이 아깝지 않을만큼 맛사지도 기분좋게 해줬다.
퇴근한 남편에게 꽃게 된장국과 불고기를 요리해서 점심 식탁을 차렸다. 엄마 병간호로 밥다운 밥을 제대로 차려주지 못했는데 꽃게를 맛나게 먹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힐링이 필요해서 남편에게 산책을 하자고 했더니 장성 가을 노란 꽃잔치를 가자고 했다. 옐로우시티, 장성이라는 테마로 노란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등 꽃길 산책로를 잘 만들어 놓았다.
자연과 벗하니 이제사 숨통이 트인다. 살 것 같다.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대화가 부드럽다. 그동안 잘 짜여진 계획이 한달 정도 흐트러져 정신없는 삶을 살았는데 조금의 여유가 생기자 평안해진다. 평화, 평화가 그리웠다. 근심 걱정없이 일상을 잘 보내고 싶었다. 꽃길을 걸으며 스마트폰으로 셀카도 찍었다.
오늘 하루 산책해서 즐거웠고, 때밀이의 손을 빌려 목욕까지 해서 개운했고, 마지막 코스인 맛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식사까지 했으니 충만한 하루임에 틀림없다. 이런 누림이 내게 주는 다짐은 엄마가 서운하지 않도록 간호를 더 잘해 드리자,이다.
[황룡강 르네상스 정원]
[코스모스 산책로]
[셀카놀이 중]
[셀카놀이 중]
[꽃과 벌]
[행복한 임금님 식탁]
'순수산 이야기[2] > 여행,일상을 벗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도 여행] 우도에서 바람 맞으며 전동자전거 탔다 (0) | 2018.04.24 |
---|---|
[강진투어] 석문공원 사랑+구름다리, 다산기념관, 마량향까지 (0) | 2017.02.27 |
[합천 가야산 소리길] 웅장한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한 힐링의 산책길 (0) | 2016.08.10 |
[고창] 청보리밭과 고창읍성, 고창휴스파로 가족 나들이 (0) | 2016.05.19 |
[제주도] 섭지코지의 노을과 족욕 체험이 최고 (0) | 2016.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