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m 억불산 정상에서]
장흥 억불산(518m)에 다녀왔다. 장흥에 도착하니 국제통합박람회가 열리고 있어서 그곳을 먼저 들렀다. 박람회 몇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특별히 와닿는 곳은 없었다. 음식 코너에서 간식을 사먹었는데 무척 비싸다는 느낌만 들었다. 혈액순환을 돕는 쑥뜸을 사들고 우리의 목적지인 억불산으로 향했다.
억불산은 몇 년전 여름에 갔었다. 습한 날씨에 얼마나 땀을 흘렸던지 상의가 다 젖었던 기억이 또렷이 생각난다. 억불산은 단풍이 들지 않았지만 가을의 쓸쓸한 느낌 그대로 좋았다. 보통 1000m 고지의 산행을 자주 가는지라 518m의 억불산은 쉬엄쉬엄 힘들지 않게 산보하는 마음으로 올라갔다.
억불산은 자연휴양림에서 정상까지 데크 설치가 되어 있어서 노약자나 어린아이 또는 휠체어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누구나 갈 수 있는 산이 되었다. 우리는 산에 오를때 흙이 밟히는 옛길을 선택했다. 밋밋한 데크보다는 울퉁불퉁하지만 투박한 맛을 주는 정겨운 길을 걷기로 했다.
산에 가면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여타 복잡한 일들로 기진맥진하며 살았는데 산은 내게 에너지를 충전해주고 통통 튈수 있도록 건강한 바람을 불어넣어준다. 힘겨운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값비싼 약이 아니라 산의 맑은 공기와 녹음 짙은 숲이다. 산에 다녀오면 거짓말처럼 없던 생기가 팔팔하게 살아나고 그 여운으로 며칠 동안은 씩씩하게 살아간다.
억불산 정상에서 바라본 장흥 시가지는 참으로 풍요롭다. 산으로 둘러 쌓여서 아늑하게 보인다. 반듯하게 경작된 황금 물결을 보니 농부들의 수확 기쁨이 눈에 들어온다. 또한 풍부한 물이 있기에 장흥은 살기 좋은 곳임에 틀림없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놀러와 하늘작품을 멋지게 그려놓았다. 탁 틔인 자연 속에서 남편은 연신 사진작가처럼 셔터를 눌러댄다. 키 작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듯 사진에서라도 만족하라며 농구선수처럼 다리를 길게 찍어줬다. 어쩔때는 바늘 하나도 꽂을 수 없을만큼 속좁은 인간이 되는데 이렇듯 자연과 함께 하면 태평양처럼 마음이 넓어진다. 아낌없이 주는 자연의 넉넉함 때문이리라.
산행 후 둘이 손을 잡고 장흥 토요시장을 구경했다. 꼭 신혼부부가 된 것 같다. 인심 넘치는 시장을 구경하기란 매우 힘든데 설레이는 마음으로 걸었다. 엄마를 위해 토하젓을 사고 내가 좋아하는 파프리카를 사고 남편이 좋아하는 고구마를 샀다. 그리고 한우, 키조개, 표고버섯을 구워먹는 장흥의 대표 먹거리 삼합구이를 맛있게 먹었다.
하루가 충만하게 느껴지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꼭 오늘같은 날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산행을 한후 맛난 음식을 먹고, 피로를 풀고자 온천욕을 한다. 내 안의 충족함으로 며칠 동안은 어떤 고난이 찾아와도 가볍고 슬기롭게 잘 극복할 것 같다.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는 삶이라도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챙겨가면서 살아가리라. 그래야 길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흥 국제통합의학박람회]
[억불산 정상에 오르는 길목에서/ 표지판 좀 깨끗하게 닦아놓았으면 좋았을텐데]
[정자샘에서 물한모금 축이고]
[억불산 오르는 길에는 평평한 데크길이 아니라 흙을 밟는 옛길로 올라갔다.]
[하늘을 잡아보자.]
[억불산 정상에서 찍은 파노라마]
[단풍이 예쁘다]
[내리막길, 편백숲을 만나다]
[잘 잡고 오르는 담쟁이들]
[꼭 우리부부 같다.]
[이렇게 손벌리고 있으면 감이 떨어질려나~]
[내려갈때는 데크길로 갔다. 씩씩한 발걸음]
[숏다리 아내를 농구선수 다리로 만들어준 요술쟁이 남편]
[사진 찍어놓고선 흡족해 하는 남편]
[아래서 올려다 보면 찍는 사진이 멋지다]
[파란하늘이 좋다]
[장흥토요시장에서 한우, 키조개, 표고버섯 삼합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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