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17개, 국립공원등산

[무등산]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보면서 새해 다짐을 하다

순수산 2019. 1. 28. 12:56

 

[서석대 정상]

 

 

 

새해 첫날, 새로운 마음을 다잡고자 무등산 서석대를 다녀왔다. 지척에 국립공원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왕복 7.8km의 거리를 3시간 30분만에 옛길 코스로 간 것이다. 1년이면 두세 번 정도 무등산에 오르는데, 서석대에 오르는 것은 새해 첫날 의식이 되어버렸다. 해맞이를 하기 위해 인파가 몰려왔는지 산 입구에서 한창 떨어진 도로 갓길까지 주차가 되어 있었다. 그 대열에 끼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새벽 산행을 마친 인파들이 빠져 나간 9시쯤에 우리는 등산하기 시작했으니까. 

 

겨울 산은 예측하기 어렵다. 평지만 밟고 생활하는 우리 생각에 아무리 추워봤자 얼마나 춥겠어,라고 가볍게 생각한 교만이 내 발등을 찍게 된다. 겨울 장비를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아서 낭패를 볼 때가 한두번이 아닌데 늘 똑같은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번 산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행 초입에서는 두꺼운 옷차림 때문에 땀이 삐질삐질 나왔다. 털모자를 쓰고 마스크로 찬 공기를 차단하고 장갑을 끼고 스틱을 잡은 후 오직 정상을 향해 한걸음씩 올라갔다. 700고지 쯤 올라갔을 때 우리는 아차, 싶었다. 산 입구에는 없던 눈이 쌓여 있었고 바닥은 꽁꽁 얼어 있었다. 하산하는 등산객들은 아이젠까지 신은 사람이 많았다

 

점점 눈이 흩날리더니 정상이 가까울수록 시야가 흐리고 어둡다. 이런 날은 사진이 멋지게 나오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날씨가 얼마나 앙칼지게 춥던지 사진을 찍으려고 장갑에서 손을 빼면 곧바로 꽁꽁 얼 판이다. 땀 흘리며 한 걸음씩 등산하는 것은 그나마 쉬운데 이런 추위에 힘들게 오른 정상에서는 5분도 있기 힘들 정도로 매서운 칼바람이 분다.

 

그래도 겨울왕국에 들어간 것 같은 착각을 할만큼 세상이 새하향고 신비하기까지 했다. 눈꽃이 활짝 펴서 내 눈이 호강한다. 서석대 정상 표지석에서는 인증샷을 남겨야 될 것 같아 두세 장의 사진을 찍다가 손가락이 깨지는 줄 알았다. 얼마나 아프던지 내 손이 아닌 듯 했고 심지어 무감각까지 해졌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등산보다 하산이 어렵다. 오를 때는 몰랐는데 얼어 있는 돌계단을 내려가는데 한순간도 딴 곳을 볼 수가 없다. 긴장을 놓으면 곧바로 위험에 처할 상황이 될 것 같다. 천천히 내려오는데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든 등산객을 만났다. 그 언 바닥을 맨발로 올라오는 남자였다. 등산화를 신어도 발이 추운데 어쩜 맨발로 그 추위를 견디며 걸어왔을까! 그리고 눈발 날리는 그 추위에 어떤 대머리 아재는 털모자도 쓰지 않고 당당히 추위와 맞장을 뜨며 올라오고 있었다. 극기훈련이 따로 없다. 민머리, 맨발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등산을 한 후 잘 먹고 잘 씻는 것까지 산행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하산 후 원효사 근처 식당에서 남편과 매생이 굴떡국을 먹는데 이것이 행복이 아닌가 싶었다. 창밖에는 소리 없이 눈송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보는 눈은 한편의 동화처럼 아름다웠다. 잘 먹었으니 잘 씻기 위해 미리 예약을 해둔 효소궁을 찾아갔다. 산행으로 지친 몸을 뜨거운 작두콩차를 마시며 속을 녹이고 뜨거운 효소실에 들어가 찜질을 하고 커플 반신욕과 전신 맛사지와 허브사우나까지 풀코스로 피로를 풀었다. 저녁식사로 옹심이 감자수제비까지 먹었으니 새해 첫날 참 잘 보냈다.

 

올 한해에는 더 많이 웃자고 다짐했다. 될수 있으면 너그럽게 이해 하자. 친절하고 부드럽게 말하자. 상대를 아끼고 보듬어 주자. 많이 베풀고 섬기자. 더 부지런하자. 더 즐겁게 살자. 더 재밌게 살자. 더 감사하자. “그러니까 감사, 그럼에도 감사, 그럴수록 감사, 그것까지 감사”하는 빛 부시고 복된 2019년을 멋진 추억으로 채워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