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내 인생의 수필집2

액션보다 리액션이다

순수산 2019. 12. 7. 09:06

 

[최근 지인에게 감사한 마음이 커서 파프리카 선물을 보냈더니 너무 맛있다며 사진을 찍어서 보내왔다]

 

 

리액션을 잘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액션보다 리액션을 잘하는 사람이 성공한 것을 보면 당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송인 유재석이 그렇다. 작은 리액션을 자주 하다보면 결국에는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액션을 낳게 된다. 나는 책을 읽고 나서 한 줄이라도 서평을 남기려고 한다. 그것이 독서의 리액션이라고 생각한다.

 

리액션(reaction)은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반사적 작용으로 나오는 행동이나 말을 뜻한다. 상대방이 말할 때 맞장구를 해주는 것이 리액션이다.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데 반응도 없이 팔짱만 끼고 쳐다보며 상대방은 주눅이 든다. 내 작은 몸짓과 말에 크게 호응을 잘해주고 손뼉까지 쳐주는 상대방과 함께 있으면 오래도록 이야기해도 즐겁다. 그만큼 신명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준다고 할 수 있다.

 

예쁨도 미움도 다 자기하기 나름이다. 며칠 전에 텃밭에서 수확한 양파와 가지, 고추를 지인들에게 나눠줬다. 한 지인은 무엇을 줄 때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말이라도 꼭 감사의 표현을 해준다. 그런데 또 다른 지인은 매번 줘도 아무 반응이 없다. 성격상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응 없는 모습을 매번 보게 되면 무엇을 줘도 기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다음에는 주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나는 리액션도 자주 하는 편이지만 속도도 빠르다. 지인에게서 답변을 필요로 하는 카톡이 오면 바로 답을 주는 편이다. 친구들 모임 날짜를 잡을 때 단체 카톡에 이 날짜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꼭 다음날 답을 주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다른 일에도 매사에 그렇다. 이것도 성격이 무던해서 그렇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왠지 나와 결이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에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덜해진다.

 

좋다는 뜻인지 싫다는 뜻인지 도통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과도 가깝게 하기가 쉽지 않다. 반응이 없는 사람은 어렵다. 그런 사람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최근에 후배가 큰 실수를 해서 따끔하게 야단을 쳤는데, 내 말을 듣고도 아무 반응이 없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이라도 하면 좋을텐데 안타까울 때가 있다. 미안한 행동을 했으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감사한 일이 있으면 감사하다고 표현을 하면 좋지 않는가. 본인의 감정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미적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무슨 일에 유야무야 넘어가는 사람도 분명 있다. 반응에 대한 리액션이 없는 사람은 때론 매정하게 느껴진다.

 

일주일 전에 거래처 직원에게 내가 쓴 책을 선물로 줬다. 책을 다 읽은 늦은 밤에 장문의 서평을 써서 카톡으로 보내 왔다. 서평을 읽으니 내 책을 꼼꼼하게 잘 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직원은 향수병과 우울감으로 힘들어하는 지인에게 책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마음의 평화도 얻고 힘낼 수 있는 좋은 글귀와 친필 사인까지 해서 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해왔다. 내 책을 잘 읽어준 것도 고마운데, 멋진 서평까지 써줘서 감사한데 지인에게 책선물을 한다는 말이 나를 감동시켰다. 하여 짧은 인사 글이 아니라 책 속지에 장문의 편지를 써서 사인과 함께 책을 전달해줬다.

 

마음이 가면 몸은 자동적으로 따라가게 되어 있다. 오는 정이 느껴지기에 가는 정이 있다. 리액션이 만든 액션이다. 고마운 마음을 받았으니 보답의 차원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책값을 드려야 한다는 직원에게 나는 그 마음이 책값이라고 말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성경 말씀에 충실하게 살기를 원하신다. 존귀한 자로 나를 이 땅에 보내셨으니 기도로 나를 정결케 하며 범사에 기쁨과 감사로 살라고 한다. 은혜가 충만함으로 가득 차서 그것이 흘러 넘쳐 이웃을 사랑하며 나누고 섬기며 살라고 한다. 하나님 믿는 자의 기본이 되는 리액션은 주는 사랑이다. 오늘도 내 리액션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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