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내 인생의 수필집2

노래는 인생이다

순수산 2019. 11. 21. 11:06

 

 

 

5분이 주는 기적, 그 짧은 시간 나는 노래를 듣는다. 힘든 상황에 처할 때면 자주 부르던 애창곡을 듣는다. 노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눈을 감고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평안해지며 힘든 일을 헤쳐나갈 것 같은 에너지가 생긴다. 노래를 들으면 그시절 함께 했던 그리운 사람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듣는 것을 좋아한다. 30년 전만 해도 노래방이 유행했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나면 노래방에서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희야 날 좀 바라봐” 이승철의 <희야> 노래를 합창했고, 남자친구가 노래방에서 불러준 “~널 만났다는 건 외롭던 날들의 보상인 걸” 이덕진의 <내가 아는 한가지>라는 곡의 가사는 나를 설레게 했다. 직원들과 회식을 하면 3차로 노래방에 갔었는데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아리아리 동동 쓰리쓰리 동동” 하춘하의 <아리랑 목동>를 부르다 보면 업무가 주는 스트레스도 한방에 날려버렸다.

 

노래 부를 기회가 많다보니 다들 준가수급이었다. 노래는 세월이 흘러도 그때의 감정이 퇴색되지 않는다. 30년 전의 노래를 한소절만 들어도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는다. 한 소절의 멜로디만 들어도 그 시절로 돌아가지만 가사가 전해주는 의미는 더 남다르다. 말로 전하기 쑥스럽던 것은 노래로 대변했다.

 

초등학교때는 친구들과 롤라장에 다녔다. 롤라장에서 자주 틀어줬던 런던 보이즈의 할렘 디자이어<Hkrlem Desire>가 생각난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롤라를 타면서 신나게 따라 불렀다. 이 노래만 들으면 40년도 지난 말광랑이 삐삐 같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중학교 다닐때는 이선희 노래를 자주 들었다. 친구가 이선희 팬이라서 새 앨범이 나오면 음악사에 같이 가서 카세트 테이프를 샀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다닐때는 팝송을 자주 들었다. 특히 마이클 잭슨 노래를 즐겨 들었다. 또한 영화를 자주 보러 다녔기 때문에 영화에 삽입된 노래는 자연스럽게 따라서 부를 정도로 연습을 많이 했다.

 

20대 초반에 연애를 시작하면서 잊을 수 없는 노래가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다. “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 꾸시나요. ~때로는 일기장에 내 얘기도 쓰시나요” 남자친구한테 말하고 싶은 내 마음을 노래 한곡이 담고 있어서 남자친구에게 자주 불러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데, 여하튼 그 남자친구와 결혼을 했고, 50대가 된 우리부부는 노래방에 가면 구성지게 듀엣 곡을 열창한다.

 

20대 때에는 빠른 디스코 음악도 숨차지 않게 잘 따라 불렀다. 간혹 나이 드신 분들과 노래방을 가면 그들은 죄다 트롯트 노래만 불렀다. 트롯트가 주는 맛을 젊었을 때는 알지 못했기에 아무리 들어도 그 노래가 그 노래 같았다. 트롯트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가수 송가인 시대가 올 줄은 그땐 진정 몰랐다. 이제 트롯트 한 곡 정도는 멋들어지게 불러줘야 인기가 있을 것 같다.

 

30대 초반에는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란 노래를 듣다가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시절,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파랑새는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노래다.

 

40대 때에는 연세 지긋한 지인들과 노래방에 가면 <성주풀이>를 자주 불렀다. 날 위한 노래가 아니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부른 접대용 노래였다. 그리고 부부동반으로 노래방에 가면 듀엣 곡인 정태춘 ․ 박은옥의 <사랑하는 이에게>와 남진 ․ 장윤정의 <당신이 좋아>를 부르면 관객 호응이 상당히 좋았다. 내 핸드폰 메모창에는 노래방에서 부르면 좋을 곡명이 50개도 넘게 기록되어 있다.

 

최근 추가열의 <행복해요> 노래를 자주 듣는다. 몇 년 전에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불렀더니 함께 한 사람들이 입을 모아 떼창을 했다. 가사가 너무 좋다. 청아한 아이들이 부르는 후렴구도 좋다. 세상만사 고민 내려놓고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한다. 그 어떤 것이 아니라 단지 네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말하고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욕심 내지 말고 자족하며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가란다. 이 노래를 여러번 듣다보면 마법처럼 내가 가진 것이 무척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러면서 이정도면 잘 살고 있는 것 아니냐고, 가슴 저 밑바닥부터 충만함이 느껴진다.

 

노래가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가 없다. 노래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노래가 있기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고 용기를 내고 에너지를 얻는다.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다. 화를 내면서 노래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하루에 노래 한 곡 정도는 들을 수 있는 여유를 만들려고 한다. 나와 함께 역사를 쓰고 있는 선물같은 노래를 들으며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따라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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