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내 인생의 수필집2

1996년, 그 해에는

순수산 2020. 1. 28. 17:22

 

 

 

세월이 참 빠르다. 지나고 보니 세월만큼 게으름 피우지 않고 제 할 일을 정확히 하고 있는 것도 없는 것 같다. 내 인생의 첫 수필집을 출간한 지난 4월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세월이 흘렀다. 가슴 따뜻하고 행복했던 4월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법이다.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니 문득 기억에 남은 한해가 떠오른다. 20년도 지난 1996년 그 해에 나는 6개의 자격증을 땄다. 운전면허증을 비롯해 정보기기운용기능사 등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자격증이었으나 그것은 내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가 된다. 당시에는 아들이 3살이었고, 회사에도 다녔고 심지어 학교까지 다니고 있었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시간은 한정 되어 있고 많은 것을 해내야 했기에 늘 바쁘게 살았다. 그 습관은 지금도 여전하다. 진정한 휴식은 가만히 멍 때리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 시간이 낭비처럼 느껴질까. 무엇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강박 관념이 있다.

 

계획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았었다. 어린 아들과 놀아주는 시간도 줄여가며 공부하고 시험을 보러 다녔다. 노랗고 빨갛게 단풍이 든 어느 가을날, 시험을 보고 학교에서 나오는데 휑한 운동장에 두 사람이 보였다. 시험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아들과 함께 남편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날 따라 남편의 외조가 고마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꿈꾸는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살아지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그냥 안주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오기와 깡, 그리고 끈기와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땠을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나와 부단히 싸웠고, 긴장을 놓지 않고 살아왔다.

 

요즘 반갑지 않는 갱년기가 찾아와 자꾸 내게 친구하자고 손을 내민다. 점점 나를 나태하게 만들고 꿈을 내려놓게 하며 이제 적당히 살라며 유혹의 속삭임을 건넨다. 그럴 때마다 나는 1996년 그 해를 떠올리며 느슨해진 마음을 다시 조인다.

 

내가 1996년을 잊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때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여 23년째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행복 세 스푼과 슬픔 한 스푼으로 적당히 버무리며 살았는데 그 해에는 특별하게 행복과 기쁨과 성과로 가득 채웠었다.


지난 세월의 어느 한 기억을 더듬어보며 나를 다잡는다. 아직은 열심히 살아야 할 때다. 다시 시작이다. 내일의 태양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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