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우리가족의 불편한 진실

순수산 2012. 2. 21. 17:30

 

[아들을 위한 반찬이였는데...]

 

 

예전에 이웃 블러거 님의 요리를 흉내낸 나름 요리작품(?)이다.

대하 소금구이와 매생이 대하전이다.

요리하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렇기에 복잡한 요리는 더 더욱 하기 싫고

그러나 한번쯤 특별한 요리를 해보고 싶기도 해서

따라 해본 대하요리...

엄청 절차가 복잡했다.

 

이 복잡한 구이와 전이 나오기까지 2시간 소요되었다.

(요리 선수들은 뚝딱 해내는 데....)

중요한 것은 울황제는 새우의 모든 요리를 먹지 않는다는 것..

ㅎㅎㅎ

오직 아들을 위한 요리다.

허나, 울아들 아빠를 닮았는지 억지로 겨우 두개 먹고

28개의 대하 혼자 끝까지 먹느라 나는 애까지 먹었다.

 

울황제는 새우와 어떤 악연이 있었던 것일까...

다들 내 몸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요리 하나쯤 있다~

 

 

[나는 바나나를 먹지 않습니다]

 

 

예전에 바나나를 먹고 배가 엄청 아팠던 일이 있던 후

나는 바나나 먹지 않는다. 한두번 먹으려고 시도는 해봤는데,

먹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 아픈 기억이 워낙 강한지라 뇌리 속에서 "노~오"를 외친다.

운동하는 사람은 하루에 바나나 한개씩 먹으면 좋다고 하던데..

그래서 나 때문에 가족은 바나나 먹을 일이 거의 없다.

내가 먹지 않아도 자주 사서 가족한테 줘야 하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대체로 엄마가 통통하면 자녀들도 통통한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식생활이 엄마의 손길로 전해지니까...

나는 비위가 굉장히 약한데, 울아들이 또 나를 닮았다.

그래서 입맛이 둘다 까칠하다.

아들과 나는 비릿한 냄새 때문에 아침에 생선국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런데 바닷가 출신 울황제는 생선 킬러다

우리 때문에 좋아하는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울황제를 위해

울황제만을 위한 생선국을 끓여주면 혼자 몇날 몇일을 외롭게 먹고

생선을 구워 주면 아들과 나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비위 약한 두사람에게 몸에 좋은 생선을 먹이고자 

울황제 구워진 생선뼈 일일이 발라서 우리의 밥그릇 위에 올려 놓으면

울황제의 정성에 겨우 한번 먹어준다.

ㅎㅎㅎ

 

개성 강한 우리 가족의 식성

아들이 좋아하는 것, 남편이 싫어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것, 내가 싫어하고

어쩔 때는 아침 식탁에서 세사람이 각자의 국을 먹을 때도 있었다.

 

 

"오늘 가족 외식이다. 자기는 어디로 가면 좋겠어?"

"횟집에서 회를 먹을래~"

"아들은 뭐 먹고 싶어?"

"중국집에서 탕수육 먹을래~"

.

.

.

 

한번도 먹고 싶은 것이 동일하게 떨어진 적이 없다.

그러나 결재는 아빠가 해야되니

횟집에 가서 남편은 주로 회를 먹고

나는 주메뉴인 회는 먹지 않고, 에피타이저, 디저트 먹고 특히 샐러드는 리필해서 많이 먹는다.

아들은 중국집으로 전화해서 회집으로 탕수육 배달시켜 먹는다.

음식에 관한 우리가족의 불편한 진실이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서로 양보도 잘한다.

계를 타는 기분으로 한번씩 몰아준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