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공방] 나에겐 비행접시에 불과하지만...

순수산 2011. 7. 12. 18:03

 

 

 

 

사무실 1층에 있는 [공방] 나들이를 했다.

그동안 작품도 많이 만들고 진열도 꽤나 많이 해놓았다.

길 가다가 사람들이 셋트별로 접시도 사 가고,

선물한다고 아는 사람들이 사러 오기도 한다.

 

접시는 무늬별로 잘 정돈이 되어있다.

구매욕을 일을킬수 있도록 셋트별로 정돈을 해놓았다.

 

 

 

 

한달 전 점심을 먹고 30분 정도 공방 일손을 도왔다.

"미술에 <수>을 맞은 진팀장아~ 도자기 한번 만들어봐야."

"제가 흙을 손대면 사무실 일 그만두고 여기에서 살게 됩니다. ㅋㅋ"

"아, 그렁께 한번 해보란 말이야."

 

 

 

 

도자기를 전공하신 유선생님이 굽기 전 만들어 놓아 도자기에 모양을 내고 있더니,

미술에 <수>라는 말만 듣고 끌을 내게 전해주며 한마디 한다.

"제가 급한 일로 지금 나가봐야 하니, 진팀장님이 이렇게 이렇게 한번 해보세요."

"아니, 이 단계는 겁나게 높은 단계인데, 도자기를 처음 만져본 저한테 끌을 들라고 하면 어찌 됩니까? 저 못합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한번 해보세요. 미술에 <수>을 맞았다면서요. ㅎㅎ"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쉬웠는데 동그란 화분 도자기에 끌을 사용해서 모양을 내는 것은 힘들었다.

굳어 있는 도자기라 꽤나 힘도 들어가고 내 마음처럼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저기 해놓은 것 컨닝 좀 해서 얼추 10개 정도 화분 도자기 모양을 냈다.

"참말로 이런 일은 창의성과 독창성이 필요하네요."

내가 잘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핑계삼아 이렇게 얘기 했더니,

"응, 처음치고는 잘 했다."

공방 사장님이 위로차 얘기하셨다.

"연구 많이 해서 다음에는 더 잘해볼께요."

ㅋㅋㅋ

 

 

 

 

같은 반찬이라도 이렇게 손수 구운 도자기 접시에 반찬을 담아 먹으면 훨씬 맛나 보인다.

아니, 실제로 진짜 맛있다.

요전에 이 접시에 삼겹살을 담아 파티를 했는데,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이 접시가 나오기까지 처리과정이 얼마나 많고 고된 작업이라는 것을 알기에

아무리 이 접시가 비싸더라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정말로 이 도자기에 심혈을 기울인 사람은

도자기에 값을 매기는 것을 그리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도자기는 그들에게 자식이나 다름없다.

흙덩어리를 갖다가 이런 작품이 나오기까지 그들은 얼마나 큰 관심과 사랑을 주는지 모른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접시들이 [비행접시]처럼 보이지.

현실성이 좀 떨어지게 보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나에게 이 접시에 음식을 담는 기쁨보다는

사진기로 담아 내 눈을 즐기는 것에 만족한다.

ㅎㅎㅎ

내가 직접 이 접시에 손수 만든 음식을 담았더라면

비행접시 운운하지 않았을텐데...

ㅋㅋㅋ

 

 

 

 

 

 

 

 

 

 

비가 오는 이런 날...

강판에 감자 서너개 갈아서 매운 고추 몇개 썰어넣고 부침가루 넣어서

[감자전] 지져 먹으면 맛나겠다.

 

비가 오니 출출해서 사장님이 간식비를 주셔서

방금 사무실에서 튀김, 순대, 찐방, 수박을 직원들과 먹었다.

이상하게 배는 불러오는데, 아삭아삭한 감자전이 자꾸 생각난다.

ㅎㅎㅎ

 

조만간 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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