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생각, 사유의 공간

바지락 미역국의 아주 특별한 생일

순수산 2011. 7. 14. 10:47

 

<울 황제표 바지락 미역국>

 

"마누라 생일때 미역국 끓여줄께~"

생일 며칠 전부터 울황제가 미역국을 끓여준다며 18년 동안 한번도 없었던 일을 하신단다.

미역을 물에 불려서 씻고 바지락을 해캄 시킨 후 삶으면서 자취생활 부활(울황제 자치생활 10년)했다며, 투덜투덜 대길래,

아이구 저는 365일에서 딱 오늘만 빼고 식사대접해드렸네요~ 아무말 말고 어차피 할 것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시와요.

 

저녁식사를 마치고 내일 아침 아내의 생일을 위하여 본격적으로 바지락미역국을 끓이는데, 하도 엉성하고 시원치않아 옆에서 삶은 바지락껍질 까는 것은 도와줬다.

해봐야 매일 밥상 대접 받은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이 나라의 모든 남편들이여~ 매일 받은 밥상을 그저 당연하게 생각지 말고

늘 아내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시고, 늘 그 감사를 표현하는 현명한 남편들이 되시라~~~

 

남편이 처음으로 끓여줘서 감동에 취했을까. 미역국 간이 이보다 더 딱 맞을 수는 없다.

입에 착착 맛이 감긴다.

 

 

예전에 아플때 <백도>먹고 나았다는 얘기를 기억하고  울 사무실

장대리가 축하카드와 함께 선물해준 복숭아~

생일날 사무실에 배달된 남편의 선물<꽃바구니와 떡케익> 


 

"아들~ 아빠는 미역국을 이렇게 맛나게 끓였는데, 너는 엄마생일때 뭣을 할래?"

멋이라는 찾아볼 수 없는 고딩 울아들이 답답했는지 아빠가 대신 물어봐준다.

"엄마, 좀 기다려봐. 아주 엄청난 선물이 쏟아질꺼야~"

"뭔 선물인데? 기대해도 되겠니?"

지금껏 아빠 닮아 생일이든 결혼기념일이든 한번도 챙기지 않던 울아들이 이번에는 기대하란다. 정말로 기대해도 될련지 모르겠다.

 

잠시후~   내 핸드폰에서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라고 계속 울어댄다.

아들이 반친구들과 교회친구들한테

엄마의 4(*)번째의 생신을 축하해달라는 문자를 보내달라고 문자를 왕창 보낸 모양이다.

문자가 폭탄처럼 쏟아진다.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는 말이 지겨울 정도로 계속 울어댄다. 소음처럼 ㅋㅋ

그래도 이런 것 처음이니 애교로 봐줄란다.

얼추 표현력없는 울아들처럼 머스마들의 문자글이라는 것이 짜맞춘듯 비슷한데, 몇 녀석의 문자는 웃음을 준다.

 

"엄마, 생일 축하해요~" 친구엄마한테 엄마라고 부르는 녀석 좀 멋지다. 나도 간혹 내친구 엄마들한테 지금도 "엄마"라고 부른다.

"어머니 생신 축하드립니다. 윤수는 착하고 진짜 효자입니다. 어머니 자랑스럽죠~" 이 녀석은 가정교육이 잘된 녀석이다.

"저는 윤수 친구 000 입니다. 앞으로 윤수와 더욱 더 친하게 보내겠습니다. 생신 축하드립니다." 이 녀석도 좀 된 녀석이다.

거의 대다수 이름을 밝히지 않아 어떤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나는 모른다. ㅎㅎ

이런 문자를 여러통 받고보니 울아들 교우관계가 괜찮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그럼, 누구 아들인테...ㅎㅎ

 

"아들~ 이제 이런 생일선물은 사절이다."

"왜? 여러사람한테 이런 문자 받는 것 기분 좋지 않아?"

"나는 이 녀석들을 모르거든. 그리고 이 녀석들도 나를 잘 몰라. 이건 너무 형식적인 거야. 이런 선물은 받고 싶지 않다."

".........."

 

 

<아들 친구들한테 온 문자메시지>

 

 


<아들의 생일 축하편지>

 

 

생일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안방 화장대 위에 편지봉투 하나를 놓고 간다.

"엄마, 읽어보세요."

학교에서 야.자시간에 쓴 모양이다. 간혹 1년에 한번꼴로 편지를 써주는데, 아주 큰 맘 먹고 생일축하편지를 써줬다.

사실, 생일 이틀전에 A4  1장씩을 남편과 아들한테 주면서 아내의 엄마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편지를 구구절절 써달라고 숙제를 내줬더니, 마지못해 한 것 같다.

그런데, 편지내용이 봄눈 녹듯이 내 마음을 녹인다.

이렇게 쓰면 아주 잘 쓰는 녀석인데...어라, 선물까지 사라고 거금 만원까지 넣어놓았네. 아주 잠깐 멋 있어진 울아들~

 

바지락 미역국도 먹고, 아들한테 편지 선물도 받고,

이번 생일은 대성공이다.

이제 앞으로 어떤 이벤트로 나를 놀라게 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ㅎㅎ

 

 

미리 생일 선물해준 여동생의 명품가방 ~

여동생의 축하문자 ~


 

<선물 받은 찰옥수수>

 

 

생일선물은 아니지만 생일 전날, 평소 우리가 존경하는 귀한 분이 옥수수 1상자를 선물해 주셨다.

선물이란 사람 기분을 참 좋게 한다. 그 주는 마음이 더 큰 선물이 된다.

울황제와 둘이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옥수수 껍지를 벗기는데,

"나는 옥수수 껍질 처음 벗겨보네~ 우리집이 좀 살아서 까진 옥수수만 먹었거든. ㅋㅋ  이렇게 직접 벗기는 것은 처음이야. 꼭 여인네 옷을 벗기는 느낌이야."

농담과 야한 얘기를 적당히 버물린 울황제, 옥수수 껍질 까면서서 호호호 하하하 히히히 웃는다.

이날, 여동생도 옥수수 1망을 선물해줬으니, 당분간 영양가 풍부하고 살찔 걱정 없는 맛있는 옥수수를 계속 먹을 것 같다.

 

이틀 전에는 나의 [풀써비스 친구]가 마른반찬 두가지와 찰보리쌀과 완두콩과 화장품 샘플을 쇼핑백에 담아 줬다.

"친구야, 뭔 종합선물셋트야. 너는 선물을 해도 어쩜 이렇게 푸짐하게 하냐?"

"별 말을 다하네. 우리 사이에. 그냥 있는 것 나눠 먹는 것인데...친구~ 잘 먹고 우리 행복하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게~"

 

생일날, 나는 내 삶의 주인공 of 주인공이 된 느낌이였다.

이런 느낌 일년에 한번 정도는 맛보고 싶다.

아참, 친정엄마한테도 전화를 드렸다.

"엄마, 이 더위에 나를 낳고 기르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소~ 오늘이 내 생일인데, 알고는 계시죠~"

"그렁께~ 엄마가 맛난 것 못 해주니까, 가족 셋이 맛난 것 사 먹어라."   돈은 주시지 않으면서. ㅎㅎ

"엄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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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8월에는 울황제 생일인데, 보답하려면 돈깨나 나가겠다. 울황제는 싱싱한 [회]를 사주면 만사 오케이 o.k

명품가방 선물해준 동생은 생일 미역국 찾아 먹기 힘든 음력 1월 3일인테....<그래도 나는 꼬박꼬박 케익값은 송금했다. ㅎㅎ>

"언니, 심는대로 거두요~"

이런 어마어마한 얘기를 했으니...

내년 여동생의 생일을 위해 적금 들어야겠다. ㅎㅎ

 

그외 몇 분한테도 생일 선물 받았는데,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나를 기억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나를 기억하신 모든 분들께 축복~~~~~~~~~~하며

나를 기억하신 모든 분들과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