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1]/여행, 떠나는 기쁨

[덕유산] 곤도라로 오른 향적봉

순수산 2011. 8. 1. 19:03

 

<덕유산(1,614m) 정상 향적봉>

 

덕유산은 대한민국에서 4번째로 큰산이다. '덕이 많은 너그러운 어머니의 산'이라고 해서 덕유산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아들이 교회 고등부 수련회 일정과 우리부부 휴가일정이 겹쳐서 함께 휴가를 보내지 못할 것 같아 토요일 햇살 좋은 날을 잡아 가족이 국립공원 덕유산에 다녀왔다.

무주로 출발하기도 전에 "엄마, 산에 갔다가 오후 5시까지는 집에 도착해야 돼. 수련회 찬양 연습이 있어~"

찬양대에서 봉사하는 아들 스케쥴에 맞춰야 하니 이것도 쉽지 않는 일정이다. 아들이 고등학생이 된 후 모든 일정은 아들 스케쥴이 먼저다.

"그럼, 이번에는 곤도라를 타고 향적봉에 가는 코스로 잡아야 될 것 같아.

무주리조트에서 곤도라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설천봉이 나오는데, 여기서 걸어서 20분 정도 가면 덕유산 정상 향적봉이 나온대."

"산행을 땀흘리지 않고 오른다는 것이 좀 그렇네요. 그래도 정상에 올랐을때 땀흘린 보람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이 코스가 별로였다.

"아들, 스케쥴 때문에 이번에는 이렇게 가고, 다음에 우리 부부만 따로 계곡을 따라 산에 오릅시다."

 

땀 흘리지 않고 정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ㅋㅋ 아들 덕분에 아주 뽀송뽀송하게 정상에서 사진을 찍어본다.

 

 

 

 

곤도라를 타기 전에

 

곤도라 탑승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곳에 백일홍이 어우러져있다.

 

 

 

 

"엄마, 중국여행 갔을때 타보고 처음이네."

중국 길이와 높이에 비하면 별로지만 이 곤도라를 타고 해발 1522m 높이까지 오를수 있으니 대단했다.

날씨는 화창하고 매미는 울어대고 시야는 뻥 뚫려서 좋았다.

 

곤도라를 타고 휘청휘청 오르는데..갑자기 멀미기가 돈다. 나는 멀미를 잘하는 컨츄리 아줌마다. 믿을려나...

"멀미할 것 같아~"

이 한마디에 우리집 두남자 갑자기 초비상 사태로 접어든다.

다행히 곤도라 문짝 위에 바람이 통하는 창이 있어서 거기서 신선한 공기를 흡입하고..

그래도 안되길래 더욱 큰 멀미 모션을 취했더니

나를 중심으로 남편과 아들이 양쪽에서 연신 부채질을 해댄다.

팔에 땀나게 부채질을 하는 두 남자를 바라보니, 살풋 웃음이 나온다.

"여봐라. 박 내시는 더욱 더 부채지를 세게 할 것이다."

"박 상궁도 팔이 보이지 않고 부채질을 할 것이다."

큰소리 빵빵 쳐댔더니..

"네네~ 왕비마마 더욱 더 세게 부치겠습니다."

남편이 내시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웃긴 상황에 웃긴 대사로 한순간 온가족이 웃고나니

순간 멀미가 어디로 도망가 버렸다.

ㅋㅋㅋ

 

 

 

 

뭉게뭉게 구름을 뒤로한채 웬 고성이 나타났다

 

 

 

설촌봉에 올라오니 관광객들이 많다. 우리처럼 산행차림은 별로 없고

다들 쪼리 슬리퍼를 신고 반바지 반팔차림이다. 가족단위로 편안하게 곤도라를 타고 온 것이다.

어,그런데 향적봉까지 20분 걸린다고 하니 이런 차림으로 산에 오른다.

사실, 향적봉에 오르는데, 숲이 우거져 바닥이 축축했다. 고지대라 습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바닥이 반듯한 것은 아닌데..쪼리 슬리퍼 차림의 사람들을 보자니

괜히 우리가 걱정이 되었다. 이러다가 미끌리면 크게 다칠텐데...

왜 이런 차림으로 산에 오르는지 좀 답답했다.

 

숲이 우거진 길을 걷자니 여수 오동도에 갔던 그 길과 흡사해 생각이 났다.

 

 

 

우리는 각자의 배낭에 각자의 간식을 챙기고, 우비와 바닥에 앉을때 사용할 방석도 챙겼다.

이 길은 산에서 올라오는 길인데...조금 더 내려가 보기로 했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서 우리는 점심 먹을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막상 향적봉 정상에 오르니 그곳에서는 무엇을 먹기에 부적합했다.

 

 

나는 두남자를 멋지게 찍어줬는데, 아들한테 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

하나 둘 셋도 없이 마구 셔터를 눌러버린다.

만사가 귀찮다는 뜻이다. 여러장 중에서 겨우 건진 내사진...

ㅋㅋㅋ

 

드디어 점심을 먹게 되었다. 산에서 올라오는 길을 조금 내려가니 숲속에 이런 시원한 냉장고 같은 안식처가 나왔다.

정말로 이곳에서 자리깔고 1시간 누워 있으면 신선이 따로 없겠다.

아주 좋았다.  단, 땀 흘리지 않고 먹는 점심은 죽을 힘을 다해 산에 올라갔을때 먹는 점심하고는 좀 달랐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나름 맛있게 각자의 컵라면을 먹고 아침에 5줄 싼 김밥도 깨끗하게 먹었다.

 

 

 

내 컵라면은 미니다. 이것도 다 못먹어 울황제한테 주고, 김밥도 서너개만 먹었다.

대신 과일을 좀 먹었다. 라면 향기 날리며 점심을 먹고 있는데 앞쪽에서 몇사람이 낑낑대고 향적봉으로 오르고 있다.

거의 죽기살기로 오르는 그들을 보면서 (하기사 3시간 동안 걸어왔을텐데...)

저런 모습으로 올라와야 정상에서 사진을 찍을때 리얼할텐데,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우린, 점심을 다 먹고 5분을 걸어 향적봉에 다시 올랐다.

아직 정상의 느낌을 체험하지 못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