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일어나 봐. 눈꽃이 정말로 예쁘게 폈어~ 우리 뒷산 한새봉에 가자."
"좀 더 자고 싶은데.....(그래도 잠자는 것보다 눈꽃 보러가는 낫겠지) 알았어."
새벽기도 다녀온 남편이 눈이 참 예쁘게 내려서 나뭇가지마다 어여쁜 눈꽃이 피었다고 그만 자고 일어나 눈꽃보러 가자고 재촉했다.
토요일 아침 7시. 가장 여유있는 주말, 더 자고 싶은 마음을 뒤로한채 나는 카메라를 챙기고 남편한테 귤 2개를 담으라고 주며 집을 나섰다.
눈이 와서 온세상이 하얀데, 포근하다.
벌써 부지런한 사람은 산에 올라갔는지...눈길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있다.
스틱을 잡고 한걸음씩 올라가는데, 여기저기 카메라로 찍고 싶은 장면들 때문에 오른쪽 가죽장갑은 아예 벗어버렸다.
"와아~ 좋다."
공기도 좋고, 풍경도 좋고, 우리 둘만의 데이트도 좋고, 모든 것이 좋다. 나오길 정말로 잘했다.
산행 출발~
여기저기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분주하다.
우린
서로의 회사생활 얘기와
아들 얘기와
우리 둘만의 얘기로
참 많은 대화를 했다.
소통의 시간을 또 갖게 된 것이다.
"여기 서 있을테니 찍어줘."
남편은 앞장 서서 걸으며 좋은 장소가 나오면 먼저 포즈를 취한 후 찍어달라고 했다.
얼마나 발전된 모습인지 모른다.
처음에는 사진찍자고 하면 귀찮다고 안찍던 사람이
이제는 먼저 나서서 찍어달라고 하니
이렇게 반응하는 남편, 아주 드물기에 나는 남편이 요구하면 바로 찍어준다.
산행 후 처음 쉼터는 이곳이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 바람도 시원하고 우리 동네와
우리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와 비젼센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눈이 와서 그런지 우리동네가 고즈넉해서 더 좋다.
와아~ 해가 뜨려고 준비운동하고 있다.
오늘은 남편과 함깨 해맞이를 산에서 하게 된다.
8시가 조금 안된 시간, 눈이 오든 날씨가 안좋던
해는 제 할일을 똑부러지게 잘 하고 있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항상 염두해둬야 할 진리이다.
탱자나무에도 눈꽃이 폈다.
4월만 되면 팝콘같은 하얀 꽃을 터뜨리는 탱자꽃인데
오늘은 눈꽃이 피었다.
이런 모습이여도 나는 좋다.
내 마음에
내 눈에
한새봉의 꿈길 같은 눈꽃 이야기를 담아 놓아서 부자가 된 것 같다.
따뜻한 매트 위에서 늘어지게 잤더라면 얼마나 후회 했을까...
이렇게 멋진 눈꽃을 친구같은 남편과
함께 감상할 수 있음에 참 좋다
태양을 떠오르게 하려고 세상은 온통 조용하고 엄숙하다.
"나는 왜 이 나뭇가지들이 죄다 녹용처럼 보이지~ 하나 꺾어서 갈까? 푹 고와 먹게"
(그럼 그렇지...먹는 것에 큰 비중을 두고 사는 남편이 이런 얘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ㅎㅎㅎ)
주말, 남편과 함께 산행을 한 후 둘만의 점심식사는
남편이 좋아하는 대구탕으로 먹어야겠다.
아침 7시에 산에 올라갔는데
딱 2시간만에 산에서 내려오니
도로에는 벌써 눈이 많이 녹아있다.
산 속에서는 그렇게 멋진 우리동네가
막상 동네로 내려와 걸어가니 그저 그렇다.
한걸음 물러나 바라보는 세상은 훨씬 여유롭고 정감이 간다.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미운 감정이 있다면
그 사람을 너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을 멈추고
망원경으로 좀 더 멀리 새롭게 바라보자.
분명 생각지도 못한 좋은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오늘의 꿈길 같은 눈꽃처럼
뒷산으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산책로 표지판을 들여다보니
한새봉이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뭐든 당연하게 보는 습관을
오늘 처음 접하는 새로운 것으로 생각하자.
그렇게 되면 훨씬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갈 것이다.
다음 산행은
또 어떤 스토리를 만들지...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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