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17개, 국립공원등산

[17-5] 한라산, 백록담에는 물이 말랐다

순수산 2013. 8. 9. 17:14

 

[한라산 정상 백록담]

 

 

8/2 여행 둘째날

1.한라산 백록담!

2.산방산 탄산온천 찜질방에서 숙박

 

 

 

도두해수찜질방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우리는 9시에 한라산에 오르게 되었다.

사실 이번 제주도행은 순전히 한라산 등반이 목표였다.

아들은 3번 정도, 나는 90년에도 한번, 남편도 따로 각자 한라산은 가봤지만

가족이 함께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의미가 더 크다.

한라산 등반 중에서 가장 힘든 코스를 선택한 남편.

오르는 내내 힘들어서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남편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혼자 훌쩍 먼저 올라간 것이다.

어찌나 서운하지 1시간 정도 남편없이 아들과 함께 오른후에 쉼터에서 남편을 봤다.

(그래도 남자라고 아들이 나를 끝까지 보호하며, 빨리 올라 오라며 늘 기다려줬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혼자 빨리 올라간거야? 옛애인이라도 만나거야? 마누라는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운동도 하고 혼자 산행을 잘하는 편이라 남편은 아예 나를 믿어버린 것이다.

"혼자 잘 하잖아. 그리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자꾸 기다려주다가는 오늘 산행에 차질이 있을 것 같아서..."

남편은 나를 믿어도 너~~~~무 믿는다.

하기사 든든한 아들이 있었으니 더 그러했으리라.

 

이날따라 나는 무더위에 지쳤는지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였다.

두 남자한테 보호받고 싶은 여자가 된 것이다.

 

 

 

 

 

성판악 등산로

숲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지만 긴거리와 급경사로 쉽게 오르긴 어렵다.

맘먹고 한라산을 등산할 준비가 된 이들에게 추천한다.

 

 

 

 

 

 

성판악 등산로

왕복 19.2km, 왕복 7시간 30분

 

우리는 9시 출발해서 11시 40분에 진달래대피소에 도착했다.

이 대피소에는 적어도 오후 1시까지는 도착해야 정상에 오를수 있다.

어찌나 사람들이 많이 왔던지 대피소에서 앉을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컵라면을 줄서서 산 후 김밥과 함께 맛있게 먹고

준비해간 간식과 과일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더니 좀 살것 같았다.

이제 정상까지는 큰 무리없이 오를 것 같았다.

 

 

 

 

 

 

 

 

 

대피소에는 없는 것이 딱 하나 있다.

휴지통

Please carry your trash with you

그래서 우리가 먹고 남은 쓰레기는 죄다 각자 들고 가야한다.

그래서일까, 주변이 한결 깨끗하고 좋다.

 

 

 

 

 

 

힘내자. 얼마남지 않았다.

 

 

 

 

1,950M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

고지가 멀지 않는 곳에서 보니 역시나 비행기 안에서 보는 풍경들이 펼쳐진다.

저 아래 구름이 떠다닌다.

 

 

 

 

슝슝 뚫인 검은돌 현무암

 

 

드디어 정상이 보인다.

 

 

 

1990년도에 직장 산악회에서 이곳에 왔을때는 백록담에 물이 넘실거렸는데...

지금은 가뭄으로 물이 말라버렸다.

어찌나 바람이 쌩쌩 불던지 이렇게 백록담의 맨바닥을 보고 즐기는 순간

순식간에 구름이 몰려와 백록담을 덮어버린다.

 

 

백록담을 뒤로한채

 

4시간 30분만에 어렵게 오른 산이라

오래오래 머물다가 아주 천천히 내려가겠다고 남편한테 얘기했는데...

우리는 그리 오랜시간 머물수가 없었다.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기에...

 

 

 

 

산....사람

참 멋지다.

 

 

산...사람 아들,

무더운 여름, 왜 또 산에 올라가야 되냐고, 투덜되더니

그래도 엄마를 끔찍하게 생각하며 끝까지 에스코트해줬다.

너또한 멋지다.

 

 

 

산에 오르는 내내 우리는 이 군인들과 함께 올랐다.

UDT SEAL 이다. 해군 중에서도 해군, 해군특수전단이다.

 

좁은 산행길을 함께 오르다 보니

군인들의 가쁜 호흡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총을 들고, 무거운 군장을 매고 우리처럼 즐거운 관광이 아닌,

훈련이니 참 힘들기도 하겠다,싶었다.

 

 

 

해군특수전단 중에서도 무서운 조교..상사들

뒤쳐진 군인들을 앞뒤로 포위해서 훈련 임무 수행하게끔 격한 말도 해댄다.

 

 

구름이 순식간에 몰려와 백록담을 덮은다.

 

한참동안 쌩쌩 부는 바람을 맞으니

잠깐 춥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끼고 싶었으나

우리는 미련을 버리고 하산하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은 3시간 정도 걸린다.

그럼 4시 30분쯤에 도착할 것이다.

 

 

끝도 없이 이어진 하산길, 정말로 멀긴 멀다.

탁탁 스틱소리 외에는 무슨 소리가 나지 않는다.

너무 힘들어서 말을 잃어버렸다.

 

지리산도 가장 험한 코스로 다녀온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 한라산도 가장 힘든 코스를 잡은 것이다.

 

 

 

[숲터널]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향하는 5.16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최고의 미관을 자랑하는 숲터널을 만날 수 있다. 양 옆의 가로수들이 서로 가지를 맞대어

터널의 모양을 이루고 있는 곳, 비 오는 날 드라이브 코스로 안성맞춤.

 

 

 

 

4시30분에 관리사무소에 도착.아이스크림 하나씩 맛나게 먹었다.

땀에 여러번 절어진 상의가 백록담 시원한 바람에서 뽀송하게 말린 후

하산길에 또 땀에 절여서 옷에 하얀 소금기가 작렬!

우리는 남편이 세운 계획대로 저녁식사는

[안거리밖거리]에서 먹었다.

1인분에 백반 8천원인데, 반찬이 15가지 깔끔하게 나온다.

추천할만 하다.

 

 

저녁도 잘 먹었고 우리는 산행으로 찌든 몸을 빨리 푹 담그고 싶었다.

둘째날의 찜질방은 산방산 탄산온천이다.

몸에 좋은 탄산온천, 오랜시간 온천에서 즐겼기에 어느정도 피로는 풀렸다.

그러나, 찜질방 시설은 첫날의 그곳에 비하면 아주 별로였다.

모든 것 다 갖추기에는 역부족했나보다.

여행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결국 내집이 제일 좋고, 편하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는 경험일테니.

 

 

그럼, 다음 일정으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