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매일,특별한 일상

공항에서 쓸 편지 / 문정희

순수산 2015. 2. 17. 14:29

 

 

 

 

공항에서 쓸 편지 / 문정희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나 지금 결혼 안식년 휴가 떠나요


그날 우리 둘이 나란히 서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겠다고

혼인 서약을 한 후

여기까지 용케 잘 왔어요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고

아니 오아시스가 사막을 가졌던가요

아무튼 우리는 그 안에다 잔뿌리를 내리고

가지들도 제법 무성히 키웠어요


하지만,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병사에게도 휴가가 있고

노동자에게도 휴식이 있잖아요

조용한 학자들조차도

재충전을 위해 안식년을 떠나듯이

이제 내가 나에게 안식년을 줍니다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내가 나를 찾아가지고 올 테니까요 

 


삶에서 휴식은 분명 필요하다. 더 잘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휴식이 필요하다.

기계가 쉼없이 달리다보면 고장이 난다. 고장 뿐 아니라 고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도 있다.

요즘 이래저래 쉬어주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인데, 우연히 이 시를 알게 되었다.

많은 아내들을 위로하는 詩임에 틀림없다.

 

직장에서 하루종일 근무하고, 퇴근하면 다시 가정의 일터로 출근하는 워킹맘들~

"나도 마누라가 필요하다."는 어떤 직장인의 책 제목처럼

때론 아내들도 퇴근하면 집안 일 다 해놓고 기다려주는 그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할때가 있다. 

허나 나는 이런 경우와는 사뭇 다르지만

(나만의 노하우가 있기에 나는 집안 일에 몸을 혹사시키지 않는다.)

 

어떤 사물을 10 cm 가까이에서 보면 더 안보인다.

노안이 와서 그럴까~ ㅎㅎ 아니다.

좀더 자세히 보려면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부부가 그렇다.

한 이불 덮고 자는 부부이기에 더 예의를 갖춰야 한다.

남편은 더 남자다운 모습이 필요하고

아내는 더 여성스러운 모습이 필요하다.

살다보면 자리가 서로 뒤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호르몬의 영향력이 크다고는 말하지만

결코 예쁜 모습은 아니다.

 

비단 아내들한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직장생활을 20년 넘게 하다보니 남자들의 인생도 참 짠하다.

휴식은 아내들한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남편들에게도 분명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부부가 서로 오래 살다보면 이해하게 되고 서로 위로하게 된다.

동지애 전우애가 켜켜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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