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쓸 편지 / 문정희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나 지금 결혼 안식년 휴가 떠나요
그날 우리 둘이 나란히 서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겠다고
혼인 서약을 한 후
여기까지 용케 잘 왔어요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고
아니 오아시스가 사막을 가졌던가요
아무튼 우리는 그 안에다 잔뿌리를 내리고
가지들도 제법 무성히 키웠어요
하지만,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병사에게도 휴가가 있고
노동자에게도 휴식이 있잖아요
조용한 학자들조차도
재충전을 위해 안식년을 떠나듯이
이제 내가 나에게 안식년을 줍니다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내가 나를 찾아가지고 올 테니까요
기계가 쉼없이 달리다보면 고장이 난다. 고장 뿐 아니라 고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도 있다.
요즘 이래저래 쉬어주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인데, 우연히 이 시를 알게 되었다.
많은 아내들을 위로하는 詩임에 틀림없다.
직장에서 하루종일 근무하고, 퇴근하면 다시 가정의 일터로 출근하는 워킹맘들~
"나도 마누라가 필요하다."는 어떤 직장인의 책 제목처럼
때론 아내들도 퇴근하면 집안 일 다 해놓고 기다려주는 그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할때가 있다.
허나 나는 이런 경우와는 사뭇 다르지만
(나만의 노하우가 있기에 나는 집안 일에 몸을 혹사시키지 않는다.)
어떤 사물을 10 cm 가까이에서 보면 더 안보인다.
노안이 와서 그럴까~ ㅎㅎ 아니다.
좀더 자세히 보려면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부부가 그렇다.
한 이불 덮고 자는 부부이기에 더 예의를 갖춰야 한다.
남편은 더 남자다운 모습이 필요하고
아내는 더 여성스러운 모습이 필요하다.
살다보면 자리가 서로 뒤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호르몬의 영향력이 크다고는 말하지만
결코 예쁜 모습은 아니다.
비단 아내들한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직장생활을 20년 넘게 하다보니 남자들의 인생도 참 짠하다.
휴식은 아내들한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남편들에게도 분명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부부가 서로 오래 살다보면 이해하게 되고 서로 위로하게 된다.
동지애 전우애가 켜켜이 쌓인다.
'순수산 이야기[2] > 매일,특별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유는 이런 것이다 (0) | 2015.04.08 |
---|---|
희망가 (0) | 2015.03.13 |
처음 살아보는 오늘 (0) | 2015.01.13 |
책만큼 좋은 선물이 없다 (0) | 2014.12.17 |
아름답고 부드러운 테러 (0) | 2014.12.16 |